임신 출산 과정서도 노출되는 이 질환은[뇌졸중 극복하기]

[27편]
모성 뇌졸중 10명 중 6명 뇌출혈로 발생
임신 전 관리·운동 시 건강한 출산 가능
  • 등록 2024-03-09 오후 1:31:03

    수정 2024-03-09 오후 1:31:03

서울대 의대 학사, 석·박사를 거친 김태정 서울대병원 신경과·중환자의학과 교수는 현재 대한뇌졸중학회에서 홍보이사를 맡고 있다. ‘뇌졸중 극복하기’ 연재 통해 뇌졸중이 치료 가능한 질환임을 적극적으로 알리고 있다.
(이미지=게티이미지)
[서울대병원 신경과 김태정 교수] 임신과 출산은 하나의 생명이 탄생할 수 있도록 하는 고귀하고 소중한 과정이다. 소중한 생명의 탄생을 위해 임신하고 출산까지 하는 10개월 동안 여성의 몸은 여러 변화의 과정을 겪게 된다.

뇌졸중은 대표적인 노인성 질환으로 알려져 있다. 60세 이상의 환자가 85% 정도를 차지하고 고혈압, 당뇨병, 고지혈증, 심방세동 등의 혈관 위험인자의 유병률이 나이가 들어갈수록 높아지기 때문에 노인환자가 많은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젊은 여자 환자에서 임신과 출산의 과정과 뇌졸중 관련성에 대해서도 기억하고 있어야 하는 부분이다.

모성 뇌졸중이란

모성 뇌졸중(maternal stroke)은 임신성 뇌졸중이라고도 한다. 이러한 모성 뇌졸중은 임신중, 출산 후 12주까지 즉 산욕기에도 발생하는 뇌졸중을 의미한다. 모성 뇌졸중은 10만번의 출산 중 30명정도에서 뇌졸중이 발생하는 것으로 알려진, 드물게 발생하는 질환이다. 그 발생 위험도를 보면 오히려 분만 전 10%, 분만 중에 40%, 분만 후 산욕기에 50% 정도인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태정 서울대병원 신경과·중환자의학과 교수
그렇다면 임신 후 뇌졸중 발생 위험도가 높아지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임신 후 여성은 여러 신체적인 변화를 겪게 되는데 우선 전신 혈역학적인 변화가 발생할 수 있다. 임신 후에는 전신 혈류량과 심박출량이 증가하게 되고 이러한 것이 심장이나 전신 혈관에 여러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다. 또한 임신 후 발생할 수 있는 혈압 상승은 뇌졸중의 위험을 높일 수 있게 되고 전자간증·자간증이 있으면 그 위험도는 더 높아질 수 있다.

따라서, 모성 뇌졸중은 일반 뇌졸중에서 뇌경색이 80~85%로 더 많이 발생하는 것과는 다르게 약 60% 정도가 뇌출혈로 발생하게 된다. 반면, 임신 후에는 출산과정의 과도한 출혈을 방지하기 위해 임신주수가 증가함에 따라 전신의 응고인자가 증가하여 평소보다 응고항진상태가 발생하여 뇌경색이 발생할 수도 있다.

임신성 고혈압 뇌졸중 위험도 3배↑

그렇다면, 이러한 모성 뇌졸중의 발생의 위험인자는 어떤 것이 있을까. 산모의 나이가 많을수록 그 위험은 커지게 되는데 나이가 더 많은 경우 아무래도 혈관 위험인자인 고혈압, 당뇨병, 여러 심장질환을 갖고 있을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이러한 경우 위험이 높아진다.

또한, 나이가 젊어도 여러 혈관 위험인자가 있는 경우, 평소 편두통, 흡연경력이 있는 경우에도 그 위험이 커질 수 있다. 흡연 자체가 혈관과 심혈관계 영향을 주는 것은 자명한 부분이다. 편두통의 경우에도 특히 조짐 편두통의 경우 혈관에 기능 이상이나 혈전 발생 위험이 높아질 수 있어 뇌졸중 위험을 높이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임신 중 가장 주의해야 할 것은 임신성 고혈압으로 뇌졸중 위험도가 3배 이상 높아지므로 주기적인 관리가 필요하다.

하지만 이러한 위험인자들이 있다고 해도 임신 전에 체중조절을 하고 혈압 조절을 하며, 흡연 중이라면 반드시 금연하고 임신 중에 적당한 운동량을 유지한다면 문제없이 안전하고 건강하게 출산을 할 수 있다.

만약 임신 중 뇌졸중 증상이 발생한다면 즉시 119에 신고하고 병원으로 방문해야 한다. 빠르게 뇌졸중 여부를 뇌영상 검사를 통해 확인하고 필요하다면 급성기 치료에 들어가야 한다.

이 과정에서 임신 중 뇌CT, 뇌MRI 시행을 할 수 있는지, 해도 되는지에 대해서 걱정하며 검사를 거부하는 산모들도 있다. 임신하게 되면 태아의 건강을 위해 X-ray 한번 촬영하는 것도 조심스러운 것이 당연하다. 방사선은 임신 8~15주까지가 가장 걱정해야 하는 시기이고, 이후 임신 16~25주에는 그 위험도가 감소하며 25주 이후에는 크게 문제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복부CT가 아닌 뇌CT의 경우에도 방사선 노출이 안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에 보통 필요하다면 임산부의 경우 복부 차폐를 하고 시행하는데 이는 크게 문제 되지 않는다고 알려져 있어 CT가 꼭 필요하다면 임신 주수를 고려해서 시행을 결정한다.

하지만 뇌MRI의 경우는 MR시행시 발생하는 소음이 있지만, 태아에 큰 영향이 없어 임신 중이라면 CT 보다는 MRI를 선택해서 검사한다. 다만, MRI 조영제는 태반을 통과하여 태아에게 영향을 줄 수 있으므로 주의하여 시행하는 것이 필요하다.

기억해야 할 ‘이웃 손 발 시선’

뇌 영상에서 급성 뇌경색이 확인되었다면 다른 급성기 뇌경색 환자와 같은 치료 과정을 거치게 된다. 증상 발생 4.5시간 이내 병원에 방문했다면 정맥내 혈전용해제(tPA)를 선택할 수 있다. 현재는 출혈을 배제한다면 사용할 수도 있는 것으로 되어 있어 주의하여 투약을 결정하게 된다.

만일 큰 뇌내혈관이 막혔다면 동맥내 혈전제거술을 하게 되는데 이 과정에서 조영제와 방사선 노출의 위험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차폐를 잘 하고 치료를 시행하는 것이 시행하지 않았을 경우 중증 뇌경색으로 인한 심한 후유증이 남을 수 있는 위험과 함께 치료의 이득을 고려하였을 때 이득이 훨씬 크기 때문에 충분한 설명 후 치료를 진행하게 되는 것이 보통이다.

뇌경색 급성기 치료가 끝나면 이차예방을 위해 항혈소판제와 항응고제를 기전에 따라서 복용하게 되는데 보통 임산부에서 안전하게 선택할 수 있는 약물은 항혈소판제로는 아스피린, 항응고제로는 저분자량헤파린이다. 뇌경색 기전에 따라서 적절한 약물을 선택하게 된다.

항응고제로 복용할 수 있는 와파린의 경우는 배아병증 유발 약물 중 하나이므로 임신 중에는 투약하지 않고 특히 1삼분기에는 투약을 금기로 하고 있다. 또한 용량에 따라서 그 위험도가 증가하므로 반드시 복용해야 하는 경우에는 용량을 조절하여 투약하기도 한다.

이외 항혈소판제나 새로운 항응고제인 NOAC은 금기는 아니지만, 안전성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여 보통 우선적으로 선택하지 않는다. 또한, 고지혈증 약으로 잘 알려져 있는 스타틴은 임산부에서는 금기 약물로 알려져 있어 혹시 복용하고 있다고 하더라도 중단해야 한다.

소중한 생명을 탄생시키는 임신은 숭고한 일이다. 그러나, 임신 중 여성의 몸에 여러 변화가 발생하여 힘들고 어려운 시간이기도 하다. 드물게 뇌졸중이 발생할 수도 있고 최근 출산연령이 높아지면서 그 위험도에 대한 걱정도 높아질 수 있다. 하지만, 반드시 기억해야 할 것은 임신 전, 임신 중에 꾸준하게 위험인자를 조절하고 관리한다면 안전하고 건강하게 출산하여 기쁘고 행복한 생활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항상 ‘이웃 손 발 시선’을 기억하여 뇌졸중 증상이 발생한다면 골든타임 내 치료를 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임신 중이라고 하더라도 뇌졸중 증상이 발생한다면 안전하게 급성기 치료를 할 수 있으므로 즉시 뇌졸중센터에 방문해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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