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한국 경제, 제조업 중심 부진하지만…경기 저점 지표 늘어"

KDI, '6월 경제동향' 발표…4개월 연속 '부진' 평가
"반도체·對중국 수출 부진 완화"…저점 가능성 시사
서비스업 호조 지속…소비 관련 심리지수도 회복세
  • 등록 2023-06-11 오후 12:00:00

    수정 2023-06-11 오후 7:24:33

[세종=이데일리 이지은 기자]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이 4개월 연속 국내 경기가 부진하다는 진단을 내놨다. 다만 반도체와 대(對)중국 관련 수출 감소 폭이 축소되는 등 경기 저점을 가리키는 주요 지표들에 주목했다.
1일 경기 의왕시 의왕내륙컨테이너기지에 운송차량이 드나들고 있다. (사진=뉴시스)
KDI는 11일 발표한 ‘2023년 6월 경제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제조업을 중심으로 부진한 상황이나, 경기 저점을 시사하는 지표들이 증가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앞서 KDI는 지난 3월 처음으로 ‘경기 부진’을 거론한 뒤 이달까지 4개월째 같은 평가를 내놓았다. 그러나 지난달에는 내수 부진 완화에 따른 하강세 진정이라는 표현을 추가했고, 이달에는 지표상 경기 부진이 심화하지는 않는다는 측면에서 저점에 이르렀을 가능성을 내비쳤다.

지난 4월 제조업은 생산이 큰 폭의 감소세를 지속한 가운데 평균가동률(71.2%)이 낮은 수준에 정체되고 재고율(130.4%)은 상승했다. 특히 반도체 재고 증가 폭이 83.3%에 이르는 등 여전히 위축된 모습이었다.

그러나 반도체와 대중 수출을 중심으로 수출 부진이 다소 진정되고 있다는 게 KDI의 판단이다. 4월 41.0% 급락했던 반도체 수출액은 5월 -36.2%로 감소 폭이 줄었고, 2월 감소 폭이 14.5%에 달했던 반도체 수출물량지수는 3월(-0.7%)에 이어 4월(-0.3%)에도 개선세를 나타냈다. 최근 3개월 대중 수출액 증감률은 △3월 -33.1% △4월 -26.5% △5월 -20.8% 등 완만히 회복되는 추세다.

KDI는 “기저효과, 조업일수 감소 등 일시적 요인이 중첩돼 생산 증가세가 둔화했으나 경기 부진이 심화되지는 않는 모습”이라며 “글로벌 경기 둔화로 수출이 큰 폭의 감소세를 지속하고 있으나, 반도체와 대중 수출의 감소폭이 축소됐다”고 분석했다.

서비스업은 일상 회복 과정에서 대면 업종을 중심으로 양호한 흐름이 이어졌다. 4월 취업자 수는 지난해 같은 달보다 35만4000명 늘어났는데, 이는 8.1%(17만1000명) 증가한 숙박·음식점업 등 서비스업의 호조가 주효했다.

민간 소비가 다소 주춤한 가운데 관련 심리지수는 꾸준히 상승하고 있다. 4월 소매판매는 전월(0.1%)보다 낮은 -1.1%의 증가율을 기록한 반면, 지난 3월부터 완만한 우상향 곡선을 그리고 있는 소비자 심리지수는 5월 98.0을 기록해 기준치(100)에 접근했다. KDI는 “소비 증가세가 다소 약화됐으나 소비자 심리지수 상승세 지속 등 소비 부진 완화를 시사하는 긍정적 신호가 유지됐다”고 설명했다.
소매판매액지수 및 소비자심리지수. (자료=KDI 제공)
설비투자는 반도체와 운송장비를 중심으로 증가 폭이 전월(1.8%)보다 확대돼 4.4%까지 기록했지만, 제조업 부진이 지속되는 상황에서 투자 수요는 제한적일 거라는 게 KDI의 전망이다. 건설투자는 아파트 공사 종료를 앞두고 마무리 작업이 집중돼 건축부문(16.5%)에서 증가했지만, 주택 시장 역시 위축된 만큼 지속 가능성이 크지 않다고 봤다.

5월 소비자물가는 공급 측 압력이 약화하는 가운데 기저효과가 반영돼 전월(3.7%)보다 낮은 3.3%를 기록했다. 그러나 기조적인 물가 흐름을 나타내는 근원물가(식료품 및 에너지 제외)는 4% 내외의 높은 상승세를 지속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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