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핏 "은행권 위기, 앞으로도 혼란 생길 수 있어"

"사람들이 예금에 불안감 느낄 때 경제 작동 못해"
"퍼스트리퍼블릭 은행 경영진 파산 책임 져야"
"AI, 인간 대체할 순 없어"…잠재적 위험성 경고
  • 등록 2023-05-07 오후 2:12:16

    수정 2023-05-07 오후 7:35:21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오마하의 현인’으로 불리는 워런 버핏 버크셔 해서웨이(버크셔) 회장이 최근 은행권 위기에 대해 여전히 위험이 남아 있다고 경고했다. 그는 은행 예금 안정성에 대한 소비자들의 신뢰가 아직 회복되지 않은 것을 은행권에 아직 남아 있는 위험 요소로 진단했다.

(사진= AFP)


“예금 전액 보호 없었다면 재앙적 결과”

미 경제전문매체 CNBC 등에 따르면 버핏 회장은 6일(현지시간) 미 네브래스카 오마하에서 열린 버크셔 연례 주주총회에서 은행권 위기에 대해 “앞으로도 혼란이 더 일어날 수 있다”며 “사람들이 돈을 빠르게 옮길 수 있다는 가능성 때문에 버크셔는 (은행업에 대해) 금융위기 때보다 훨씬 신중해졌다”고 했다. 그는 “공포는 전염성이 있다”며 “사람들이 자신의 예금에 대해 불안해할 때 경제는 작동될 수 없다”고도 말했다. 실제 버크셔가 지난 6개월 동안 회사가 보유하고 있던 은행 주식을 매도한 것도 이런 판단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예금보험 한도와 상관 없이 실리콘밸리은행(SVB) 등에 예치된 예금을 전액 보호해주기로 한 미 예금보험공사(FDIC) 결정에 대해 버핏 회장은 “그렇지 않았다면 재앙적인 결과가 있었을 것”이라고 옹호했다. 은행 고객들의 공포감이 커지면서 다른 은행으로 뱅크런(대량 예금 인출)이 확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버핏 회장은 SVB 붕괴 이후 수습 방안 등을 백악관에 조언한 것으로 알려졌다.

버핏 회장은 지난주 파산한 퍼스트리퍼블릭 은행의 경영진을 향해선 “빤히 보이는 곳에서 일어난 일인데도 세상은 문제가 터질 때까지 그것을 무시했다”며 “은행 경영자들은 파산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퍼스트리퍼블릭 경영진이 대규모 모기지(부동산 담보 대출)를 낮은 금리로 집행, 유동성 위기를 초래한 것을 강하게 비판했다.

“AI, 세상 모든 것 바꿀 수 있지만 인간 대체는 못해”

최근 급성장하고 있는 AI에 대해 버핏 회장은 “인간이 행동하고 사고하는 방식을 제외한 세상의 모든 것을 바꿀 수 있다”면서도 “인간 지능을 대체할 수 있는 AI는 없을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AI를 원자 폭탄에 빗댄 그는 “원자폭탄 개발은 기술적으론 엄청난 진보였지만 그로 인한 피해 역시 엄청났다”며 AI의 잠재적 위험성에 대해 언급했다.

버핏 회장은 지난달 일본 아사히신문과 한 인터뷰에서도 “사람들이 AI에 관한 아이디어에 매료될 것”이라면서도 “투자할 마음은 들지 않는다”고 거리를 뒀다. 버핏 회장의 오랜 동업자인 찰리 멍거 부회장도 이날 총회에서 “개인적으로 AI에 대한 과장된 선전에 회의적”이라며 “개인적으로 챗GPT(오픈AI가 개발한 AI 챗봇)와 관련 주식이 고평가됐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버핏 회장은 최근 경기를 부정적으로 진단했다. 그는 “고용이 절벽에 몰린 상황은 아니지만 6개월 전과는 분위기가 달라졌다”며 “경기 전반을 볼 때 대부분의 기업에서 지난해보다 실적이 악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는 버크셔 자회사의 상황을 언급하며 수요가 예상을 밑돌면서 과잉 재고를 해소해야 할 상황이라고 전했다.

버핏 회장은 최근 미국 안팎의 상황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냈다. 그는 미·중 갈등에 대해선 “어리석고 멍청한 일이다. 엄청난 문제를 일으킬 것”이라며 “중국과 미국이 서로 너무 세게 몰아붙이지 않는 게 시급하다”고 말했다. 멍거 부회장도 “우리가 해야 할 게 있다면 중국과 사이 좋게 지내고 자유무역을 더 늘리는 것”이라고 했다. 최근 미국 연방정부 부채 한도 협상이 교착 상태에 빠지면서 커지고 있는 연방정부 디폴트(채무 불이행) 가능성에 버핏 회장은 “상상할 수 없다”면서도 “(현실화한다면) 세계 금융 시스템을 혼란에 빠뜨릴 것”이라고 경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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