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장병호 기자] 여느 때보다 힘든 시기, 따뜻한 위로의 메시지를 담은 뮤지컬이 관객과 만난다. 창작뮤지컬 ‘호프: 읽히지 않은 책과 읽히지 않은 인생’(이하 ‘호프’)가 오는 19일 서울 종로구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약 1년 반만에 다시 막을 올린다.
| 뮤지컬 ‘호프’의 2019년 공연 장면(사진=알앤디웍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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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남 작가, 김효은 작곡가의 데뷔작으로 2017년 ‘아르코-한예종 뮤지컬 창작 아카데미’를 통해 개발된 작품이다. 이듬해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산실-올해의 신작’으로 무대에 올랐고, 이후 공연제작사 알앤디웍스 제작으로 지난해 3~5월 두산아트센터 연강홀에서 정식 초연했다. 총 85회 공연 동안 평균 객석 점유율 94.5%, 누적 관객수 3만 4000명을 동원하며 흥행에 성공했다.
화려한 볼거리를 내세운 뮤지컬은 아니다. 대신 탄탄한 스토리와 배우들의 짜임새 있는 연기 호흡, 공감 가는 주제로 호평을 받았다. 제8회 예그린뮤지컬워드 3관왕(올해의 뮤지컬상·올해의 배우상·극본상), 제4회 한국뮤지컬어워즈 8관왕(대상·프로듀서상·여자주연상·여자조연상·연출상·극본상·음악상 작곡·음악상 편곡 및 음악감독)을 차지하며 단연 ‘2019년 최고의 뮤지컬’로 자리매김했다.
작품은 프란츠 카프카의 유작 원고를 둘러싸고 벌어진 실제 법정 소송을 모티브로 하고 있다. 강남 작가, 김효은 작곡가는 실화를 바탕으로 주인공인 78세 노파 에바 호프를 새롭게 탄생시켰다. 2차 세계대전이 한창이던 시절, 8세 나이에 처음 유명 작가 요제프 클라인의 원고를 만난 에바 호프가 평생 원고를 지키기 위해 애써온 이야기를 무대 위에 펼쳐보인다.
지난해 ‘호프’가 주목을 받았던 이유는 한국 뮤지컬에서 흔치 않은 여성 서사의 작품이라는 점, 나아가 70대 노인의 이야기를 전면에 내세웠다는 점이었다. 그러면서도 누구나 공감할 수 있는 이야기를 풀어낸 점이 ‘호프’의 미덕이었다. 에바 호프의 삶은 그야말로 기구하다. 원고를 삶의 전부로 여겨온 그의 모습은 초라해 보이기까지 한다. 그러나 극이 전개되면서 관객은 자연스럽게 에바 호프가 곧 우리의 모습임을 발견하게 된다. 우리도 에바 호프처럼 각자 자신만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에바 호프의 삶을 공감하게 만드는 것은 원고를 의인화한 캐릭터 K의 역할이다. ‘호프’에서만 존재하는 일종의 허구적 캐릭터인 K는 공연 내내 무대 한 구석에서 에바 호프를 묵묵히 바라본다. 관객 또한 K와 함께 에바 호프를 바라보며 그녀의 기쁨과 슬픔에 자연스럽게 감정이입하게 된다. K가 에바 호프를 향해 “내가 아닌 너의 이야기로 채워”라고 전하는 순간, 관객도 깊은 위로를 느끼지 않을 수 없다.
지난해 초연을 성공적으로 이끈 배우 김선영이 에바 호프 역을 다시 맡는다. 일본 극단 시키에서 한국인 최초 수석 배우에 올랐던 김지현이 에바 호프 역에 더블 캐스팅돼 오랜만에 한국 관객과 만난다. K 역에는 초연 멤버 고훈정, 조형균과 함께 김경수가 새로 합류했다. 내년 2월 7일까지 공연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