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만능통장`으로 불리던 개인종합자산관리계좌(ISA)가 `무능통장`이라는 치욕스럽게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외면받고 있는 것은 그만큼 투자자들에게 뚜렷한 매력을 부각시키지 못하고 있다는 얘기가 된다. 기대했던 것만큼의 수익이 나지 않다보니 당초 관심을 모았던 세제 혜택 효과도 미미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는 셈이다. 당초 금융당국이 내걸었던 `국민재산 증식`이라는 도입 취지가 무색해지지 않기 위해서는 제도 개선과 함께 운용사의 수익성 제고 노력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예금 수준 수익률…일임형 매력↓
ISA는 하나의 계좌에 펀드, 파생결합증권, 예적금 등 다양한 금융상품을 모아 운용하는 제도다. 상품 운용을 통해 나오는 순이익에 대해서는 200만원(총급여 5000만원 미만은 250만원)까지 비과세된다. 그러나 세제 혜택을 누릴 만큼 수익이 나오지 않는 것이 문제다.
그동안 미국 대통령 선거 등 시장 변동성을 키운 이슈가 많았다는 업계의 항변도 있지만 결국 변수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우리 금융업계의 운용능력을 여실히 드러낸 결과라는 평가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ISA 도입 취지 자체는 긍정적이지만 효과를 발휘하려면 결국 운용사가 수익률을 높여야 한다”며 “변수가 많고 지수가 박스권에 갇힌다고 해도 롱·숏 포지션 변화나 대체투자 확대 등을 통해 수익률을 높이는 운용능력 개선이 필요하다”고 꼬집었다.
“제도 개선·수익 제고 노력 있어야”
가입자격과 의무가입기간 등 다소 까다로운 요건들도 ISA 활성화에 걸림돌로 지목된다. ISA 가입대상은 직전연도 근로·사업소득이 있는 자 또는 농어민이다. 금융소득종합과세 대상자는 가입이 불가능하며 소득이 없는 자녀들 명의로 가입할 수도 없다. 무려 5년에 달하는 의무가입기간도 부담이다. 계좌 이동이나 계좌내 상품 변경은 수시로 할 수 있지만 일단 가입하면 5년간 유지해야 비과세를 적용 받을 수 있다. 청년(15~29세)이나 총 급여 5000만원 이하의 경우에만 이 기간을 3년으로 줄여준다. 예적금보다 높은 금리를 제시하며 인기를 끌었다가 ‘7년 유지’ 조항 때문에 중도 이탈이 급증했던 재형저축의 재현이라는 우려도 이 때문이다. 실제 ISA 월별 가입자수를 보면 지난해 10월말 처음으로 2만6000명 순감한데 이어 1월말에는 3만명 가까이 빠져나가는 등 이탈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원하던 투자 효과가 나타나지 않다 보니 가입 당시 동의했던 조건들도 부담스러워진 것이다.
결국 중요한 것은 수익률 제고라고 전문가들은 입을 모은다. 황 실장은 “아무리 가입 조건이 까다로워도 수익률만 좋다면 가입 규모는 늘어날 것”이라며 “중도인출이나 추가 세제 혜택 등 제도 개선이 이뤄지더라도 수익률 개선이 선행돼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