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6 혼다 어코드 2.4 시승기 - 내가 어코드를 사랑할 수 밖에 없는 이유

  • 등록 2016-06-14 오전 7:26:18

    수정 2016-06-14 오전 7:26:18

[이데일리 오토in 김학수 기자] 거추장스럽고 낯뜨거운 제목일지 몰라도, 기자는 어코드를 무척 좋아한다. 물론 기자는 업계에서도 좀 심각한 편에 들어가는 속칭 ‘캐디빠(캐딜락)’이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선호 차량, 그리고 구매하고 싶은 위시리스트에 캐딜락과 함께 늘 빠지지 않고 속해 있는 차량이 바로 어코드다. 그리고 남들에게도 주저 없이 구매를 권하고 싶은 차량 중 하나이기도 하다. 또 모터스포츠 분야에서도 응원하는 브랜드 중 하나다.

사실 캐딜락과 혼다, 두 브랜드는 달라도 많이 다르다. 프리미엄 브랜드와 대중 브랜드의 포지션차이를 시작으로 디자인 스타일링이나 드라이빙의 지향점 역시 많이 다르다. 굳이 비슷한 점이 있다면 ‘미국 시장에서 잘 팔린다’라는 것 정도? 어쨌든, 이 차이 속에서 혼다는 혼다 만의 매력으로 기자를 늘 설득해오고, 늘 응원하게 만들었다.

그리고 새로운 얼굴로 돌아온 어코드 역시 여전히 혼다를 지지하게 만들었다.

단정하면서 세련됨을 품은 세단

혼다에게 있어 치명적인 단점이 있다면 디자인이 아닐까? 솔직히 말해서 혼다의 디자인 스타일링에 대해 부담을 느끼는 소비자들이나 자동차 애호가들이 많은 것이 사실이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미래적인 이미지를 품고, 강인하고 스포티한 이미지를 추구했다는 혼다의 설명이 그저 변명으로 밖에 들리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강철 가쓰오부시를 지향하는 스바루나 이제는 적응되었지만 여전히 인상적인 렉서스의 스핀들 그릴을 떠올리면 어떨까? 그리고 국내에 들여오지 않은 수 많은 브랜드들의 당혹스러울 만큼 이색적인 디자인은 생각해보면 혼다 어코드의 디자인에 고마움이 느껴질 정도다. 그리고 사실 혼다 어코드 정도면 무척 깔끔하고 세련된 모습이라 생각한다.

그리고 사실 대중들의 기억 속에 있는 것보다 어코드는 무척 단정한 모습이다. 페이스 리프트를 통해 새롭게 얻은 헤드라이트나 프론트 그릴, 전면 바디킷의 실루엣은 약간의 스포티한 감각을 살렸을 뿐 우악스럽거나 부담스러운 모습이 아니다. 이런 특성은 담백한 라인을 더한 측면을 거쳐 후면에서도 고스란히 이어진다.

특히 후면의 경우에는 ‘제네코드’라는 별명이 있을 만큼 1세대 제네시스의 리어 콤비내이션 램프의 실루엣과 유사한 리어 콤비내이션 램프와 크롬 바가 균형을 맞춘다. 체급에 걸맞은 여유로움과 넉넉함이 담겼다. 그리고 후면 바디킷 하단에 독특한 디퓨저를 바라보고 있자면 이를 설계, 디자인하며 만족스러운 표정을 짓는 엔지니어의 모습이 떠오른다.

중형 데산, 풀 사이즈 세단을 담다

어코드의 가장 큰 매력 중 하나는 ‘크기와 공간’이다. 사실 4,890mm의 전장과 1,850mm의 전폭 그리고 1,465mm로 전고의 수치만 따져보면 중형 세단으로는 상당히 커서 중형 세단과 대형 세단 사이에 위치하는 체격이라 할 수 있다. 그런데 이 건장한 체격이 이전의 어코드에 비해 한층 작아진 체격이라면 믿을 수 있을까?

보통 자동차 브랜드들은 세대가 거듭될수록 차량의 크기를 조금씩 늘리는 것이 일반적인데 혼다는 전장이 4,945mm였던 8세대를 9세대로 계승하며 전장을 대폭 줄였다. 실내 공간을 가늠하는 휠 베이스 역시 2,800mm에서 2,775mm로 짧게 디자인했다. 이색적인 선택이지만 이는 혼다의 자신감이 담긴 선택이었다.

푸조가 신형 308을 공개하며 ‘차체가 더 작아졌지만 효과적인 패키징으로 더 넓은 공간을 제공한다’라는 설명을 덧붙였다. 혼다 역시 마찬가지, 9세대 모델이 8세대 보다 작아질 수 있었던 것은 설계 단계부터 패키징에 신경을 쓴 덕에 기존 보다 작은 차체로도 충분히 넉넉한 공간을 마련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말 그대로 ‘패키징에 대한 자신감’의 산물인 것이다.

덕분일까? 실내 공간은 중형 세단이라고 믿기 어려울 만큼 넓은 공간을 제공한다. 1열 공간은 물론 2열 공간 모두 넉넉해 성인 남성 다섯이 편하게 타고 다닐 수 있다. 고급스러운 느낌은 부족하지만 넉넉한 시트 또한 어우러지며 장거리에서도 피로감이 덜하다. 개인적으로 큰 차량을 선호하는 건 아니지만 키가 188cm인 기자 입장에서도 차고 넘치는 공간에 여유를 느낄 수 있다. 트렁크에 대한 이야기는 굳이 칭찬하기에 입이 아픈 부분이다.

시간과 세월이 흘러도 여전한 매력의 VTEC

사실 혼다를 대표하는 기술이 있다면 바로 VTEC이 있을 것이다. 두 개의 캠을 적용해 저RPM 영역은 물론 고RPM 영역에서 최적의 출력을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이 기술은 마치 터보 엔진 같이 분류되어 ‘VTEC이 터진다’라고 표현되었었다. 물론 애호가들이 과거의 정통 VTEC 엔진과 다른 엔진이라며 정통성을 부정하기도 하지만 2016 어코드의 보닛 아래에도 2.4L i-VTEC 엔진이 장착되어 있다.

188마력과 25.0kg.m의 토크는 사실 인상적인 수치는 아니다. 비슷한 체격, 비슷한 배기량을 가진 차량들이 모두들 이 정도의 출력은 당연한 것처럼 내뿜기 때문이다. 하지만 혼다는 혼다만의 매력을 발산한다. 최대 출력이 발휘되는 6,000RPM부터 맹렬히 전해지는 VTEC의 독특한 감각은 마치 ‘무언가로부터 해방되는 느낌’을 전한다.

i-VTEC 엔진은 클래식한 혼다의 차량처럼 고 RPM 캠이 작동하면서 마치 ‘폭발’하듯 전해지는 펀치감은 사라졌다. 하지만 삭막한 삶에서 해방감을 느끼게 하는 그 감각에 취하게 된다. 그 때문에 계속해서 RPM을 끌어 올려 레드존에 가까워져도 좀처럼 변속되지 않기를 바라며 높은 RPM에서 전해지는 감각을 계속해서 느끼고 싶은 욕망을 느끼게 된다.

날카롭게, 경쾌하게 파고들다

혹자는 어코드의 움직임이 불안하고 지나치게 가볍다고 말하지만 이는 어코드의 진가를 모르는 평가다. 어코드는 전륜구동 중형 세단이라는 카테고리가 무색할 만큼 경쾌한 움직임을 자랑한다. 전륜 조향에 따른 후륜의 추종성도 탁월하고 뛰어난 강성의 차체가 기민하고 흐트러짐 없는 움직임을 만들어낸다.

스티어링 휠을 좌우로 빠르게 돌려도 차체는 주저 없이 차량 전면을 기민하게 움직인다. 페이스 리프트를 거치면서 이런 반응은 더욱 날카롭게 개선되어 코너를 앞두고 한치의 주저함도 없이 코너 안쪽을 파고들 수 있는 자신감을 만들어준다. 노면의 굴곡은 부드럽게 받아내고 요철이나 과속방지턱에서는 견고함으로 극복하는 모습 역시 스티어링 휠을 잡는 동안 미소를 짓게 만든다.

독일이나 한국 등의 차량에 익숙한 사람들에게는 분명 낯설고 부담스러울 수 있고, 불안감을 느낄 수 있지만 이는 ‘큰 체격에서도 드라이빙의 즐거움을 느낄 수 있게 한’ 혼다 엔지니어링의 산물이다. 그 때문일까? 유독 혼다의 차량을 시승 할 때에는 내비게이션이 과속을 하고 있다며 감속을 요청할 때가 늘어난다.

만족 속에서 드러나는 아쉬움

어코드는 여전히 치명적이고 매력적이지만 모든 것이 마음에 드는 건 아니다. 하지만 수동 모드를 지원하지 않고 S, L 모드만을 마련한 CVT에는 어딘가 아쉬움이 느껴진다. 차량 자체는 자꾸 운전자의 질주 본능을 자극하는데, 변속기가 이를 허락하지 않는 기분이다. 이러다 보니 스티어링 휠이라도 패들 쉬프트가 달려있었으면 하지만 V6에도 패들 쉬프트라는 선택지는 존재하지 않는다.

변치 않을 동급 No.1 중형 세단

최근 론칭한 알티마를 시승하면서 차량이 무척 좋아졌다라는 탄사를 연이어 내뱉었다. 하지만 곧바로 함께한 어코드 2.4에 다시 마음을 뺏겼다. 편안하고 여유로운 큰 체격에서 발산되는 날카롭고 예리한 드라이빙은 묵직한 스포츠카의 맛을 내는 알티마와는 다른 매력을 준다. 사실 기자 역시 드라이빙에도 매력을 느끼지만 캐딜락 만큼의 견고함과 강렬함이 아니라면 일상에서 그런 모습은 설득력이 부족하게 느껴진다.

그런 부분에서 대단한 발전을 이뤄낸 알티마 역시 매력적인 존재이며 그 자격도 충분하지만 취향 탓에 어코드에게 밀려났다. 여전히 어코드는 동급 최고의 중형 세단이라 평가하고 싶다. 알티마도 그렇고 어코드도 같이 이렇게 뛰어난 차량이 3천 만원 대에 포진되어 있는데 국내에서 저조한 판매량에 그친다는 점이 애석하게 느껴질 뿐이다.

ps. 그들의 이야기, 과연 그럴까?

여담인데 자동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을 찾아보면 ‘한국 자동차가 이제는 일본의 자동차를 앞질렀다’라는 내용의 이야기를 곧잘 살펴볼 수 있다. 과연 그럴까? 누군가는 ‘과도한 일뽕’으로 치부할 수 있겠지만 어코드와 알티마 그리고 캠리는 그렇게 만만한 상대가 아니다. 특히 겉으로 드러난 수치와 시각적으로 보는 것만으로는 느낄 수 없는 강점들이 너무나 확고하다. 아직 우리는 만족하며 정체될 상황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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