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성 성폭력의 그늘…남성 성폭행 피해자 급증

남성간 성폭행 2010년 702건에서 작년 1375건으로 늘어
군대 등 동성끼리 생활하는 곳에서 성폭력 사건 잦아
"性문화와 인식 변하면서 동성 간 성폭력도 증가"
  • 등록 2015-12-08 오전 8:04:04

    수정 2015-12-08 오전 8:04:04

[이데일리 성세희 한정선 기자] A(19)하사는 같은 부대에서 함께 근무하던 B(26)중사 때문에 악몽 같은 시간을 보냈다. B중사는 지난해 3월부터 강원도 소재 육군 부대에서 A하사와 함께 근무하던 직속상관이었다.

B중사는 부대 회식이 끝나고 자신이 사는 독신자 숙소나 민박집 등으로 A하사를 불러 다섯 차례 성폭행(강간)했다. 견디다 못한 A하사는 군 상담전화로 성폭행당한 사실을 신고했다. 군 검찰은 지난해 11월 B중사를 구속하고 재판에 넘겼다.

김모(54)씨는 지난 3월 스마트폰 동성애 만남 주선 애플리케이션을 통해 A(13)군에게 접근했다. 김씨는 A군에게 “150만원을 주겠다”며 만나자고 꼬드겼다. A군이 거절하자 김씨는 “학교에 동성애자라고 소문 내겠다”라고 협박했다.

겁에 질린 A군은 며칠 뒤 대전 소재 한 숙박업소에서 김씨를 만났다. A군은 김씨에게 울면서 사정했지만 김씨는 A군을 성폭행하고 그 장면을 촬영했다. 대전지법 형사합의11부(재판장 송경호)는 8월 동성인 청소년을 성폭행하고 범죄 현장을 촬영한 혐의(아동·청소년의 성 보호에 관한 법률 등)로 기소된 김씨에게 징역 4년에 성폭력 치료 프로그램 40시간 이수 명령을 선고했다.

남성을 상대로 한 성폭행 사건이 급증하는 추세다. 군대, 직장 기숙사처럼 동성 간 단체 생활이 이뤄지는 곳에서 성폭행 등 성폭력 범죄가 주로 발생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검찰청이 매년 발간하는 ‘범죄분석’에 따르면 남성이 피해자인 성폭행 건수는 지난 2010년 702건에서 지난해 1375건으로 5년 동안 195%(673건)나 늘었다.

연도별로 살펴보면 남성간 성폭행 발생 건수는 △2010년 702건 △2011년 816건 △2012년 831건에서 2013년 1060건으로 세자릿수를 돌파했다. 지난해 성폭행 발생 건수가 1375건으로 집계되면서 전년 대비 약 77% 증가했다.

주로 남성이 단체로 생활하는 군대 내무반과 직장 기숙사 등에서 동성 간 성폭력이 발생한다. 군대와 직장처럼 계급 및 직급간 상명하복을 요구하는 집단 내에서 후임병이나 부하직원이 원치 않는 성접촉이나 성범죄에 노출된다. 군인권센터가 2013년 발간한 ‘군 성폭력 실태조사 연구 용역 보고서’를 따르면 남성 군인 간 성폭행 피해자는 2011년과 2012년만 해도 한 명도 없었으나 2013년에는 4명으로 늘었다.

동성 간 강제추행 등으로 범위를 넓히면 군대 내 성폭력 사건 수는 이보다 훨씬 많다. 김광진(34)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국방부로부터 제출받은 ‘군 내부 동성 간 성폭력 사건 발생 현황’에 따르면 2012년 83건이던 동성 간 성폭력 사건은 2013년 90건으로 늘어난데 이어 2014년에는 220건으로 급증했다.

남성이 남성을 성폭행한 사건은 외부로 드러나지 않는 사례가 더 많다. 남성이 성폭력 피해를 호소하고 상담하는 사례도 점차 늘어나는 추세다. 한국성폭력상담소가 남성 성폭력 피해자를 상담한 건수는 △2011년 54건 △2012년 60건 △2013년 80건 △2014년 73건으로 집계됐다.

전문가는 동성애가 성적 취향으로 자리잡는 등 우리 사회의 성(性) 문화가 변화하면서 동성을 향한 그릇된 성폭력이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진단했다. 곽대경 동국대 경찰행정학과 교수는 “우리 사회에서 성 문화와 인식이 변하면서 동성 간 성폭력과 신고 건수가 동시에 증가했다고 보인다”라며 “이성애 외에도 동성애가 성적 취향으로 자리 잡으면서 동성 간 성폭력도 함께 늘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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