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세회피처 소송 3건중 1건 국가패소"

  • 등록 2013-11-11 오전 8:42:15

    수정 2013-11-11 오전 8:42:15

정지선 시립대교수 “제도 미비 영향…정비 서둘러야”

(세종=연합뉴스) 조세회피처에 대한 제도가 제대로 갖춰지지 않아 조세회피처 관련 소송 3건중 1건꼴로 국가가 패소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정지선 서울시립대 세무전문대학원 교수는 11일 ‘역외탈세 방지를 위한 법제도 개선방안’ 연구자료에서 “우리나라는 조세회피처에 대한 명확한 판단기준이 없어 과세관청이 과세후에 소송에서 패소하는 경우가 빈번하게 발생한다”고 밝혔다.

국세청의 국세법령시스템과 대법원, 전자공시시스템을 통해 확인한 조세회피처 관련 판례는 모두 38건이다.

정 교수는 이중 상·하급심의 중복된 판례를 분류하고 상장기업 판례건수를 정리해 29건을 분석했다.

29건 가운데 과세당국이 승소한 소송은 19건이며 과세당국의 패소는 8건, 일부 패소는 2건으로 집계됐다.

정 교수는 “과세관청이 패소한 사건에서 현행 법령상 미비점이나 과세관청의 과실을 확인할 수 있었다”고 지적했다.

승소한 사건은 조세회피처에 가공회사인 페이퍼컴퍼니(도관회사)를 설립하고 소득의 실질적 귀속자에게 과세처분을 한 경우, 탈세를 목적으로 매출을 누락한 경우 등이 대부분이다.

반면에 과세관청이 패소한 소송은 모호한 페이퍼컴퍼니 및 외국법인의 판단기준, 개별세법과의 관계 불확실 등이 대부분이다.

현행 ‘국제조세조정에 관한 법률’(국조법)은 조세회피처를 ‘법인의 부담소득이 실제 발생소득의 15% 이하인 국가 또는 지역’으로 폭넓게 규정하고 있어 규제수단으로서의 효과성이 떨어지고 불확실성을 증폭하는 문제가 있다.

법인세법 시행령에 외국법인의 유형별 목록에 대한 고시가 없어 판단기준이 미흡하고 외국법인 판정시 국내에 사업의 실질적 관리장소에 대한 기준도 없다.

소득세법의 경우는 열거주의 원칙에 따라 법률상 과세대상으로 규정되지 않으면 소득세를 부과하지 못해 다양한 금융상품을 통한 공격적인 조세회피에 허점을 드러내고 있다.

또 영미권 국가들이 사법적 통제수단으로 다양한 조세회피부인의 판례이론을 형성해 온 것과 달리 국내 법원들의 판례 태도가 소극적인 점 역시 개선과제로 지적됐다.

반면에 미국, 프랑스, 독일, 일본 등은 조세회피처를 이용한 거래에 신속히 대응하면서 과세권을 강화하는 추세다.

미국은 2004년 다국적 기업이 형식적인 조직변경을 통해 조세회피처를 탈세에 악용하는 것을 막는 규정을 제정했고 프랑스는 2010년 재정법을 고쳐 조세회피처로 지정된 지역의 소득 중 본국 기업에 직간접으로 해당하는 소득에 과세할 수 있도록 했다.

정 교수는 “우리나라의 조세회피처 과세체계는 경직적이어서 수법이 날로 교묘해지고 복잡해지는 다양한 조세회피행위를 제대로 차단하지 못하고 있다”며 법적 정비를 서둘러야 한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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