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에 호응하듯 워런 버핏(83) 최고경영자(CEO) 겸 회장은 무려 5시간을 넘긴 질의응답(Q&A) 세션 내내 청중들을 환호하게 만들고 웃음을 터뜨리게 하는 마법을 부렸다. 특히 자신이 물러난 뒤 버크셔 후계구도를 조금 더 공개하면서 회사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며 주주들을 안심시키기도 했다.
버핏 CEO는 4일(현지시간) 본사가 있는 네브라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주총에서 자신의 가장 큰 고민거리로 후계자 문제를 거론하며 “이사회에서 매번 회의 때마다 검토하는 문제이며 이미 차기 CEO에 대해 확실하게 합의된 상태”라고 밝혔다.
차기 CEO에 대한 구체적 언급을 하진 않았지만 전문가들은 버크셔 재보험 사업을 이끌고 있는 애지트 제인과 철도회사 벌링턴 노던 산타페(BNSF)의 매튜 로즈 CEO 등을 가장 유력한 후보군으로 꼽고 있다. 버핏 CEO는 이날 ‘애지트가 후계자냐’는 질문에 “그는 여러 방면에서 탁월하며 일하는데 새로운 방법을 찾아내는 능력이 있다”며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또한 경영을 책임지는 CEO와 경영에 개입하지 않는 비상임 이사회 회장을 분리하는 후계구도를 그리고 있는 버핏 CEO는 큰 아들 하워드 버핏을 회장직에 앉힐 뜻을 분명히 했다. 버핏은 “하워드는 어떤 사업도 운영하지 않으며 경영에 대한 환상 따위도 없다”며 회장으로 적임자라고 말했다. 버핏은 이어 “하워드는 기업 문화를 유지하고 버크셔가 분리되지 않도록 하는 임무를 맡는 것 뿐”이라며 “만약 차기 CEO에 큰 문제가 생긴다면 경영에 관여할 수도 있겠지만 그럴 확률은 1%도 채 안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버핏은 또 특유의 비유법으로 “시장이 패닉상태에 빠질 때 800번 전화(미국의 수신자부담 전화번호)가 될 것”이라며 “만약 며칠간 다우지수가 하루에 1000 포인트씩 하락하는 날이 온다면 그 파도가 지나간 뒤 벌거벗겨진 채 수영하는 사람들은 우리에게 전화해 도움을 요청할 것”이라고 말했다. 과거 금융위기 당시 그가 지원의 손길을 뻗었던 골드만삭스나 제너럴 일렉트릭(GE), 뱅크오브아메리카처럼 위기에 처한 기업을 돕겠다는 뜻을 드러낸 것이다.
반면 버핏 CEO는 연방준비제도(Fed)의 양적완화 정책에 대해 우려감을 표시했다.
그는 “벤 버냉키 연준 의장에 대해 전적으로 신뢰한다”고 전제하고 “이같은 경기 부양책은 높은 인플레이션을 야기할 수 있으며 이를 끝낼 경우 전세계적으로 여기저기서 총성이 울릴 것이다. 실제 종료하는 작업도 매입보다 훨씬 더 복합하고 어려운 일이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그는 이어 “그렇다고 세상이 끝나는 것은 아니며 결국 시장은 살아남을 것”이라는 단서를 달았다.
한편 이번 주총에서는 행사 시작을 알리며 상영된 동영상에서 버핏 CEO와 멍거 부회장 캐릭터들이 ‘강남스타일’ 음악에 맞춰 말춤을 추며 등장해 주주들이 이에 환호하는 모습이 눈길을 끌었다.
또한 진눈깨비까지 흩날리는 기상 악화로 항공기가 결항되거나 연착되는 가운데서도 작년보다 3%나 늘어난 3만7000명의 주주와 언론인들이 참석해 사상 최대치를 경신했다. 참석자들은 미국 각주는 물론이고 영국과 독일, 일본과 중국 등 전세계 46개국으로 다양했다.
유타주에서 왔다는 버크셔 주주 래리 컨디프(55세)씨는 “벌써 15년째 주총에 참석하고 있는데 행사규모가 어마어마하게 커졌다”며 “불과 10년전만해도 행사장에서 버핏이 직접 1달러 지폐에 사인해주고 인사를 나누곤 했는데 이제 먼 발치에서 얼굴 한 번 보기 힘들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