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세종시 출근 첫날 "걱정반 기대반..적응되겠죠"

790여명 27대 통근버스로 세종시 출퇴근
세종청사 점심시간이면 수십미터 줄 늘어서
정부 세종시 첨단도시 육성계획에 기대감
  • 등록 2012-12-12 오전 9:29:12

    수정 2012-12-12 오후 2:17:40

[이데일리 박종오 기자]영하 11도의 한파가 몰아친 10일 새벽 6시30분. 아직 어둠이 짙게 깔린 서울 사당역 인근 공영주차장으로 30~50대 직장인들이 하나 둘 모여들었다. 잠시 후 ‘세종청사행 통근버스’ 팻말을 붙인 버스가 들어서자 외투 속에 몸을 웅크려 칼바람을 피하던 이들이 버스에 올랐다. 세종시로 출퇴근하는 공무원들이다. 30분을 기다려 자리를 다 채운 45인승 버스는 오전 7시께 세종시로 출발했다.

지난 9월부터 본격화된 이전으로 서울 광화문 중앙청사와 과천청사 공무원 총 2697명이 세종특별자치시에서 새 업무를 시작했다. 대다수가 세종시로 주거지를 옮겼지만 서울에서 출퇴근을 선택한 사람들도 790여명이나 된다. 사당, 신도림, 과천 등 수도권 지하철역 15곳에서 통근버스 27대가 이들을 세종시까지 실어나른다.

▲세종시로 향하는 새벽 첫차에 몸을 싣는 공무원들.
사당역 발 첫차 ‘서울70바 9555’ 버스에서 만난 공무원들에게선 새 일터를 찾는 활기보다 낯설음과 고단함이 묻어났다. 서울 상도동에 거주하는 농림부 사무관 방종화(48) 씨는 과천청사로 출퇴근할 때보다 1시간 일찍 집을 나선다. 방씨는 “혹시 자리가 없을지도 모른다는 걱정에 새벽 여섯 시부터 나와 버스를 기다렸다”고 말했다.

자녀교육 문제 때문에 서울서 출퇴근하기로 했다는 총리실 정책분석관실의 한 사무관은 “매일 세 시간 넘게 버스를 타면 피곤하겠지만 어쩌겠냐”라며 “남는 시간이 많은 만큼 차 안에서 틈틈이 공부를 해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보름 뒤 남편과 함께 세종시의 전세아파트로 이사할 예정이라는 국토부 사무관 박금해(53·여)씨는 “나는 운이 좋았지만 주변엔 여건상 할 수 없이 장거리 통근을 택한 이가 많다”고 귀띔했다.

버스에서 쪽잠을 잔 이들은 오전 9시 차가 세종시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5동 앞에 도착하자 소속부처로 바쁘게 흩어졌다. 현재 세종청사는 공사가 끝난 1~6동을 총리실과 공정위·청사관리소·기획재정부·농림수산부·국토해양부가 각각 사용 중이다. 9~15동은 내년 11월, 7~8동은 2014년 가을 준공을 목표로 공사가 한창이다. 입주가 모두 끝나면 총 36개 기관, 1만452명의 공무원이 일하게 된다. 이날 세종시에 첫발을 디딘 총리실과 국토부·농림부·기재부 직원 1400여명은 오전 내내 이삿짐을 풀었다.

▲세종청사 건물 내부의 아직 이삿짐 정리가 한창인 모습.
공무원들은 이삿짐을 풀면서 세종시에서 시작할 새로운 생활에 대한 걱정을 나눴다. 비싼 집값과 미흡한 기반시설 등 주거여건에 대한 불만이 주된 대화주제였다. 국토부 사무관 고원식(55) 씨는 “분양받은 아파트가 2014년 입주라 원룸이라도 알아보려 했지만 인근 집값이 너무 비싸 엄두가 나질 않는다”고 했다. 기재부의 한 여성주무관은 “인근에 병원은 커녕 내비게이션으로 청사주변 도로도 제대로 검색되지 않는다”고 푸념했다.

바쁜 일과 속에 잠시 숨돌릴 틈을 주던 점심시간도 여기에선 빡빡해졌다. 정오에 찾은 5동 구내식당엔 공무원 100여명이 식당 입구 밖까지 줄을 섰다. 청사 내 식당이 4곳에 불과해 식사시간 2부제까지 실시하고 있지만 몰린 인파로 배식을 받는데 30분이 더 걸렸다.

농림수산부 서기관 장명철(56) 씨는 “인근 식당이 10km 거리에 있어 나가서 사먹을 수도 없다”며 “앞으로 더 많은 인원이 이전한다니 걱정”이라고 말했다.

한편에서는 세종시에서 시작하는 새생활에 대한 기대도 나온다. 기재부 국고국의 한 관계자는 “공무원들은 적응이 빠른 편”이라며 “정부가 친환경 첨단도시로 적극 육성하겠다는 비전을 내놓은 만큼 시간이 지나면 여건이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북새통을 이룬 세종청사 5동 6층 구내식당.
저녁 7시에 올라탄 과천청사행 버스엔 기자를 포함, 탑승자가 셋 뿐이었다. 서울로 퇴근하는 공무원 대부분이 오후 6시35분 청사 내 C2주차장을 출발해 저녁 8시쯤 서울에 도착하는 버스를 이용한다는 전언이다. 서울서 출퇴근을 선택한 이들에겐 동료들과 퇴근후 호프집에서 맥주 한 잔으로 피로를 풀었던 일은 이제 ‘추억’으로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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