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록금에 인생마저 탕진" 대학생 10% 도박중독

  • 등록 2012-11-01 오전 9:22:23

    수정 2012-11-01 오전 9:22:23

[이데일리 이정혁 기자]서울의 한 대학을 다니고 있는 박모(26)씨는 도박중독자다. 박 씨가 빠진 도박은 불법 스포츠토토. 박 씨는 스포츠토토에 베팅할 비용을 마련하기 위해 1500만원의 사채를 빌려 썼다가 빚 독촉에 시달리고 있다. 박 씨는 “사채 때문에 신용불량자가 됐다”며 “매달 50만 원이 넘는 이자를 갚느라 학교도 휴학하고 아르바이트를 전전하고 있다”고 털어놨다.

인터넷 도박에 빠져 등록금을 탕진하는가 하면 사회생활을 시작하기도 전에 빚더미에 허덕이는 대학생들이 늘고 있다 . 불법 스포츠토토 등 온라인 도박은 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기 때문에 학생들이 스마트폰을 통해 쉽게 중독된다. 특히 일부 학생은 도박자금을 마련하기 위해 강·절도 등 범죄마저 서슴지 않는다. 이에 따라 인터넷 도박중독에 대한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대학생 10명 중 1명 ‘도박중독 위험’

김영호 대구가톨릭대학교 정신과학연구소장이 지난해 전국 4년제 대학 남녀 학생 2026명을 대상으로 ‘도박 실태조사’를 실시한 결과 ‘도박중독 위험자’가 224명(11%)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생 10명 중 1명은 도박중독의 위험에 노출돼 있다는 것이다. 이는 일반인에 비해 두배 가량 높은 비율이다.

인터넷 도박은 국내 프로야구나 축구, 잉글랜드 프리미어리그(축구), 미국 메이저리그(야구), 미국 NBA(농구) 등 전 세계 각국을 대상으로 베팅을 하기 때문에 주로 스포츠에 관심이 많은 학생들이 도박중독에 빠진다. 게다가 불법 스포츠토토 사이트는 기존 가입자의 추천을 받은 사람만 가입할 수 있도록 회원제로 운영되는 탓에 경찰 단속이 쉽지 않다.

김 소장은 “대학생들의 도박중독이 사회문제로 떠오를 정도로 심각한 수준”이라며 “특히 불법 스포츠토토에 중독된 학생들이 매년 크게 늘어나고 있는 추세”라고 말했다.

수도권 H대 3학년 이모(25)씨는 “친구들 사이에서 입소문을 타고 추천을 받아 사이트에 가입하는 경우가 많다”며 “한 학기 등록금을 베팅했다가 전부 탕진한 학생도 있다”고 말했다.

대학생 46.8% “적당히 하면 문제없다”

대학생들 사이에서 도박에 대한 인식이 관대한 것도 도박중독에 빠지는 요인이다. 대구가톨릭대 정신과학연구소가 지난 8월 전국 10개 대학 454명을 상대로 조사한 결과 41.4%가 최근 1년 동안 도박을 한 경험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주목할 점은 대학생 46.8%가 ‘도박은 적당히 즐길 수만 있으면 아무 문제가 없다’는 반응을 보여 ‘대학생 도박은 바람직하지 않아 금지해야 된다’(41.1%)를 앞질렀다.

이처럼 도박의 유혹에 쉽게 빠져든 학생들은 도박자금을 구하기 위해 범죄를 저지르는 경우마저 나오고 있다. 지난달에는 펀드투자를 빙자해 친구들로부터 억대 투자금을 받아 인터넷 도박으로 탕진한 대학생이 구속됐다. 또 올 초에는 인터넷 도박으로 1억원을 날린 학생이 서울 강남의 한 편의점에서 강도짓을 하다 경찰에 붙잡혔다.

강원도박중독예방치유센터에서 지난 1년간 상담을 받은 도박중독 피해자 157명 중 대학생은 16명이나 됐다.

최정헌 강원도박중독예방치유센터 소장은 “도박중독으로 찾아오는 10명 가운데 1명은 대학생”이라며 “학생들은 경마 같은 오프라인 도박보다 시간과 장소에 구애 받지 않는 불법 스포츠토토 같은 온라인 도박중독에 대한 고통을 호소한다”고 말했다.

대학생 도박중독을 예방하기 위해서 학교에 설치된 학생상담센터의 기능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현택수 고려대학교 사회학과 교수는 “개인마다 도박에 중독되는 동기가 다르지만 학생들은 취업난이 장기화되면서 도박을 탈출구로 삼는 경우가 많다”며 “캠퍼스에서 술이나 담배를 규제하는 것보다 학생들의 도박중독을 사전에 예방할 수 있도록 학생상담센터의 기능을 강화하는 것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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