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트남 펀드` 인기 천정부지

세계 최초 베트남에 베팅하다
2회 공모에 3800억 몰려 고객 많아 제한하기도
5년간 돈 묶이는 폐쇄형에 장외 투자로 위험성 높아
  • 등록 2006-12-15 오전 9:23:48

    수정 2006-12-15 오전 10:05:34

[조선일보 제공] 지난 11월 중순 50대로 보이는 한 남성이 서울 개포동의 한국증권 지점을 찾았다. 손에는 5억원이 든 통장이 들려 있었다. “몽땅 베트남 펀드에 넣어주세요.” 그는 앞으로 5년 동안 돈을 못 찾는 폐쇄형 펀드에 가입했다. 이유는 간단했다. “제가 거기 몇 년 살았는데요, 베트남 사람들이 한국 사람보다 부지런해요. 정말 뜰 수밖에 없는 나라예요.”

한국증권 김용훈 차장은 “11월 한 달 내내 점심 먹으러 못 나갈 정도로 손님이 많았다”라고 말했다. 결국 밀려드는 고객을 감당하지 못한 한국증권측이 적립식 펀드의 경우 한 달에 1인당 100만원 이상 못 넣도록 제한을 하고 나서야 고객이 줄었다.

지난 6월과 11월 두 차례 공모를 한 한국증권 베트남 펀드엔 적립식·폐쇄형을 합쳐 무려 3800억원이 몰렸다. 다른 증권사들도 앞다투어 베트남 펀드를 내놓고 있다. 미래에셋은 약 1000억원을 목표로 펀드를 판매 중이고 브릿지증권은 약 200억원 규모의 사모(私募)펀드를 조성했다.

모두 5년 동안 중간에 돈을 찾지 못하는 폐쇄형이다. 이 같은 베트남 펀드 돌풍은 한국에만 있는 현상이다. 한국은 세계에서 처음으로 베트남 주식·부동산 시장에 본격적으로 뛰어들었다. 그런데 정말 베트남이 코리아 머니(한국 투자자금)의 ‘엘도라도(황금향)’가 될 수 있을까.

◆폭발하는 베트남 시장=올해 베트남 증시는 ‘폭발’이라고 할 정도로 성장했다. 올 연초 300대이던 호찌민 거래소 주가지수는 최근 750선까지 올랐다. 연초 1조원 수준이던 호찌민 증시 시가총액은 5조5000억원으로 5.5배 불었고, 상장기업 수는 30개에서 60여 개로 늘었다.

그래도 시가총액이 국내총생산(GDP)의 8%에 불과하다. 한국은 88%다. 호찌민 증시는 사실상 ‘로또’다. 아직 전산망이 발달돼 있지 않아 거래는 하루에 20분씩 2번, 30분 1번 등 딱 3번만 이뤄진다. 중간중간 쉬는 시간마다 고객들은 주문지를 넣고 자신이 넣은 가격에 주식을 살 수 있기를 기다린다.

상한가는 5%, 그래서 주식이 오르는 날은 상한가, 떨어지는 날은 하한가다. 부동산은 서울 강남도 울고 갈 정도다. 호찌민 중심부 땅값은 우리 돈으로 평당 7000만~8000만원에 달한다. 투자자들은 몰려드는데 아직 도심개발이 되지 않아 사무실과 아파트 값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전인미답(前人未踏)의 길=사실 한국은 세계 누구도 가지 않은 길을 가고 있다. 한국의 베트남 펀드는 세계적 투자은행들도 망설이는 곳에 과감히 뛰어들었다. 현재 베트남에서 활동하고 있는 외국계 펀드는 드래곤캐피탈과 비나캐피탈 등 헤지펀드성 자금들뿐이다.

이들은 자산이 1조원 정도로 채권·부동산·주식 등에 분산 투자를 해놓았다. 이렇게 해도 연평균 수익률은 약 30%에 이른다. 반면 한국의 베트남 펀드들은 주식과 부동산만 사들이는 ‘공격형’이다.

그래서 기대수익률도 엄청나게 높다. 미래에셋맵스자산운용의 정성문 베트남 사무소장은 “글쎄요, 처음 1년은 수익률이 최고 100% 정도 나지 않을까요”라고 했다.

브릿지증권 변원섭 팀장도 “정말 보수적으로 잡았는데 연 25% 정도를 본다”고 말했다. 그것도 거래소가 아니라 장외시장이 주 타깃이다. 베트남 정부는 내년까지 900여 개 국영기업들의 기업공개(IPO)를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베트남은 한국과 달리 IPO 후 약 2~3년 동안 장외시장에서 먼저 거래를 한 뒤 때를 봐가면서 진짜 증시에 상장을 한다. 한국의 펀드들이 대부분 5년 폐쇄형인 이유는 공모주를 사도 최소한 상장되는 데 2년 이상 걸리기 때문이다.

◆‘리틀 차이나’냐, 거품이냐=가장 큰 문제는 거품이다. 주가의 적정성 여부를 나타내는 주가수익비율(PER)이 베트남 시장은 20배가 넘고, 무려 60배에 달하는 기업도 있다. 한국 증시의 평균 PER은 10배 수준이다. 게다가 한국의 베트남 펀드들은 주로 장외시장에 투자하다 보니 어느 정도 거품이 있는지 알 수 없다.

부동산 시장은 워낙 공급이 달려 앞으로도 상승세가 점쳐진다. 그렇다고 해도 1인당 GDP 650달러의 나라에 평당 7000만원짜리 사무실은 이해하기 힘들다. 환율도 변수다. 베트남은 연 8%가 넘는 경제성장을 하고 있지만 쌓여가는 무역적자로 지난 6년간 환율은 완만하게 떨어져 총 14.3% 평가절하됐다. 그러나 베트남 ‘동(Dong)’화와 한국 원화 사이에는 아직 마땅한 환율 헤지 수단이 없다.

그렇지만 중국의 사례를 봤을 때 베트남의 미래는 아주 밝다. 오히려 중국처럼 경제특구 중심의 개발이 아니라, 전 국토를 한꺼번에 개방해 외국자본 유치에 더 적극적이다. 베트남이 ‘리틀 차이나’의 길을 착실히 밟는다면 5년 후 베트남 펀드의 수익률은 수백%에 달할 전망이다.

윤성일 한국증권 신사업개발팀 상무는 “한국이 그 어떤 나라보다 빨리 베트남 자본시장을 선점했다”며 “앞으로 베트남의 발전은 코리아 머니의 성장으로 돌아올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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