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이 생기면 예금이나 채권 등 확정금리 상품에만 투자하여도 충분한 자산 증식이 되었다. 우리나라의 경제 고성장과 함께 금리 상품의 수익률도 그 만큼 높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지금은 달라졌다.
경제성장률이 5% 미만으로 떨어지면서, 금리도 5% 아래로 떨어졌다. 세간에서 자주 인용하는 72배수의 법칙 (원금이 2배가 되는데 걸리는 해는 `72/투자수익률`라는 법칙)을 빌리면, 금리가 20%일 때는 3.6년이면 내가 현재 가진 돈이 2배로 불어나는데, 5%의 금리로는 14.4년이 걸린다. 이는 옛날과 같이 더 이상 금리 상품으로는 자산을 불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의미다.
앞으로 자산을 좀더 빨리 불리려면 72배수의 법칙에서 분모에 앉아있는 투자수익률을 증가시켜야 한다. 투자자들은 수익률을 증가시키기 위해서 조금이라도 금리를 더 얹어주는 예금 상품을 찾아다니기도 하고, 고수익 채권에 투자하기도 하며, 대박을 기대하며 주식에 투자하기도 한다. 분명 자산을 빨리 불리려면 투자수익률을 높여야 하지만, 이 수익률을 높이는 게 그렇게 쉽지 않다.
◇ 부자=금리에 담긴 경제를 읽는 사람
스스로에게 물어보자. "과연 금리 이상의 수익을 올릴 자신이 있는가?" 여기서 금리는 수익률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금리는 시간에 대한 기회비용이며, 특정 자산을 사용하는 대가이다. 돈의 흐름을 꽤뚫어 봐야 금리를 알 수 있다. 지금 이 땅의 부자들은 금리를 중심으로 경제 현상을 바라볼 줄 아는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부자들은 금리가 낮다는 것을 기업가들이 섣불리 무언가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거나 확장할 때가 아니라고 판단하며, 금리가 올라간다는 것을 기업가들이 경기를 좋게 보고 새로운 사업을 시작하려는 때라고 판단한다.
◇ 금리, 경제 상황의 총체적 반영
금리가 어떻게 결정되고, 금리 전문가들은 무엇을 기준으로 금리를 전망하는지 살펴보자. 금리에는 여러가지 종류가 있다. 금리는 예금과 채권의 가격을 나타내는 기준이 되는데, 통상 만기를 기준으로 단기금리, 장기금리로 나눌 수 있다.
단기금리는 보통 양도성예금증서(CD) 91일물과 잔존만기 3개월 국고채. 통안채 금리를 많이 인용한다. 단기금리는 한국은행의 콜금리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는다. 한국은행은 현재 및 미래의 물가수준과 경기 상황 등을 토대로 정책금리인 콜금리를 결정한다. 금리를 성장률과 기대물가상승률의 함수로 보기 때문이다.
장기금리는 세분화하면 1~5년 만기의 중기금리와 만기 5년 이상의 장기금리로 나눌 수 있다. 중장기 금리는 채권시장에서 채권을 사고 파는 사람들(채권 매니저 및 딜러)에 의해서 결정된다. 이들은 금리 하락을 예상하면, 만기가 더 길고, 더 많은 양의 채권을 매입하며, 금리 상승을 예상하면, 만기는 더 짧고, 적은 양의 채권을 보유하려 한다.
그렇다면 채권 전문가들은 무엇을 기준으로 금리가 하락할 것인지, 아니면 상승할 것인지 판단할까? 앞서 언급했듯이 금리는 성장률과 기대물가 수준에 따라 움직인다. 앞으로의 성장률이 어떻게 전개될 지는 산업생산 동향, 경기지수, 수출동향, 서비스업 동향, 투자 동향 및 고용과 소비 지표 등 많은 경제 변수들을 감안해 예측한다.
반면에 경기가 둔화되면 투자에 대한 기대 수익이 낮아지고 새로운 사업에 대한 투자를 꺼리기 때문에 낮은 금리에도 돈을 덜 빌리게 된다. 정책 당국도 경기 둔화를 막기 위하여 정책 금리를 낮추어서 경기 부양을 지원하게 된다. 큰 틀에서 보면 경기 상황과 물가 수준에 따라 금리는 움직이게 되는 것이다.
물론 단기적으로는 수요와 공급에 의해서 금리가 변동하기도 한다. 갑자기 채권 발행 물량이 많아서 금리가 오르기도 하고, 대규모 자금의 유입으로 채권 수요가 많아져서 금리가 하락하기도 한다. 채권 전문가들은 이러한 상황을 미리 예측하여 채권을 사기도, 팔기도 하는 것이다.
◇ 투자성과의 90%는 자산배분 결과
일반인들도 채권에 직접 투자를 하지 않더라도, 자산의 수익률을 높이기 위해서는 금리를 통해 경제 현상을 이해하고, 자산을 현명하게 배분해야 할 것이다.
경기가 바닥에서 호황으로 옮겨가기 전에 채권이나 예금의 비중을 줄이고, 주식 투자 비중을 확대해야 하며, 경기가 꼭지점에서 하강하기 전에 주식 비중을 줄이고, 이자율 상품의 비중을 늘려야 한다. 투자 성과의 90% 이상은 전략적 자산배분의 결과라고 하지 않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