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유준하 기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이 가시권에 진입한 가운데 중국 관영매체가 중국의 요구 사항을 재차 부각했다. 오는 11∼17일 열리는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를 계기로 미·중 정상회담이 열릴 것이라는 관측이 제기되는 만큼 양국의 실무진 협의 중요성을 강조한 것으로 보인다.
|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지난해 11월 14일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가 열린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별도로 만나 인사하고 있다.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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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글로벌타임스는 4일 ‘긍정적인 신호들에도 불구하고 미국은 자기 이중성으로 인한 불확실성들을 해소할 더 많은 행동을 촉구받고 있다’는 제목의 기사를 통해 자국 전문가의 의견을 소개하는 형식으로 “(개최)가능성이 있는 고위급 회담 전에 실무 수준에서 더 교환할 게 아직 남아 있다”고 주장했다.
앞서 최근 몇 주간 미국과 중국은 다른 때보다 더 집중적으로 분야별 소통을 이어가며 긍정적 분위기를 보이고 있다. 중국 외교 사령탑인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은 지난달 26∼28일 미국을 방문해 조 바이든 대통령과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등을 잇따라 만났다.
여기에 왕원타오 중국 상무부장은 3일 중국이 보복 제재를 가했던 미국 반도체기업 마이크론 CEO를 만나 ‘화해’의 손길을 내밀었고, 셰전화 중국 기후변화특사는 이날부터 7일까지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존 케리 미국 기후변화특사와 회담할 예정이다. 미국은 5일 상하이에서 개막하는 국제수입박람회에 역대 최고위급 대표단을 파견한다.
다만 대만·남중국해 문제 등 안보 영역과 경제 제재 분야는 여전히 긴장 상태다. 특히 미국 상무부가 2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전쟁 수행을 도운 중국 등 외국 기업들을 추가 제재한다고 발표하고 중국 외교부는 이를 ‘탄압’으로 규정한 바 있다.
중국 글로벌타임스는 이런 ‘대치’ 상황을 거론하며 “중미 정상 간 회담을 위한 더 나은 분위기를 조성하려면 앞으로가 중요하다”면서 “현재 좋은 징후가 있지만 충분치 않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빈번한 중미 사이 층위별·분야별 접촉과 교류는 양국 관계 정상화 이후 드문 사례”라면서도 “미국의 중국 정책은 늘 한쪽으로 협력 관계를 유지하면서도 다른 쪽으로는 봉쇄·억압을 하는 양면성을 띠었다”는 뤼샹 중국 사회과학원 연구원의 말을 전했다.
뤼 연구원은 “미국은 행동으로 더 많은 진정성을 보여줄 필요가 있고, 중국은 안보뿐만 아니라 고율 관세와 기술 수출 제한, 중국의 녹색 산업 억압 등 문제를 우려한다”며 “양국 지도자 간의 만남이 결국 성사된다면, 그것은 정상회담에 앞선 미국과 중국의 협상이 더 많은 결과를 도출했으리라는 것을 의미한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