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서울시오페라단의 ‘토스카’ 공연 장면(사진=세종문화회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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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데일리 윤종성 기자] “신의 심판 앞에서 다시 만나자!”
로마의 성(聖) 안젤로 성 가장 높은 곳에 올라 영원한 사랑을 위해 몸을 던진 토스카. 그녀는 서슬 퍼런 권력 앞에서도 꼿꼿한 모습으로 당당하게 사랑을 선택한다. 비운의 사랑을 한 토스카의 삶을 강렬하게 그린 푸치니의 오페라 ‘토스카’는 아름다운 음악과 극적인 구성 등으로 1900년 초연 이후 지금까지도 최고의 걸작 드라마 오페라로 여겨진다.
지난 11~15일 서울시오페라단이 선보인 ‘토스카’는 원작의 배경과 의도를 충실히 살렸다. 특히 1막 성당에서의 정치범의 도피, 연인들의 사랑, 웅장한 미사 장면이 다이내믹하게 전개되며 극의 초반에 에너지를 더했다. 사실적으로 묘사된 성당과 궁전 등은 푸치니 음악의 극적 요소를 더욱 빛나게 했다. 비스듬히 기울어진 무대는 어떤 시선으로 바라보는 지에 따라 한 사람의 인생이 달라 보일 수 있다는 걸 함의하는 것 같았다.
‘토스카’는 ‘별은 빛나건만’,‘노래에 살고 사랑에 살고’, ‘오묘한 조화’ 등 전막에 흐르는 주옥같은 아리아로 유명한 작품이다. 50여 편의 오페라를 지휘한 관록의 지휘자 김덕기는 140분간 진중하고 편안하게 오케스트라를 끌어갔다. 류태형 음악 칼럼니스트는 “무엇보다 현악기가 자아낸 앙상블 음색이 푸치니 음악의 매력을 제대로 전달했다”고 평했다.
로마를 지배하는 경시총감으로 토스카를 차지하려는 ‘스카르피아’ 역의 양준모는 배역에 대해 연구를 많이 한 모습이었다. 사악함의 절정을 보여주며 보는 내내 시선을 강탈했다. 토스카의 연인인 ‘카바라도시’ 역의 신상근은 회한을 노래하는 아리아 ‘별은 빛나건만’을 통해 탁월한 가창력을 선보였다. 그의 아리아가 끝나자 세종문화회관 대극장 곳곳에서 “브라보!”, “브라비!”가 터져나왔다.
두 남자의 사랑을 받는 ‘토스카’ 역의 정주희도 배역에 잔뜩 몰입해 모든 걸 무대에 쏟아붓는 모습이었다. 다만 여성 캐릭터가 부각되는 작품임에도 양준모, 신상근이 더 도드라져 보인 것은 아쉬웠던 대목이다. 토스카만의 강렬한 카리스마가 부족했다. 인간의 욕망이 부르는 비극을 이야기하는 푸치니의 걸작 오페라 ‘토스카’. 서울시오페라단에 의해 다시 한 번 변치 않는 클래식의 가치를 유감없이 보여준 값진 무대였다.
| 서울시오페라단의 ‘토스카’ 공연 장면(사진=세종문화회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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