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석 ‘황금연휴’가 시작된 2일 오후 6시 명동 유네스코 거리 입구. 예상대로 거리는 붐볐다. 히잡을 쓴 말레이시아 여성 관광객 다섯은 잔뜩 상기된 얼굴로 연방 카메라 셔터를 눌렀다. 그 옆에는 허리까지 오는 분홍색 캐리어를 끄는 일본 관광객 한 명이 구글 통역기를 써가며 환전소 위치를 묻고 있었다. 5분만 서 있어도 귀가 먹먹할 만큼, 거리엔 생기가 돌았다.
인산인해 이룬 명동 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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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격적인 추석 연휴가 시작된 2일 명동 거리의 분위기는 ‘파란불’이었다. 사람은 많았고 거리는 시끄러웠다. 세계 각국의 관광객과 한국인들이 명동 거리를 오갔다. 평일 월요일이라면 기대하기 어려웠을 인파가 이날 명동 거리에 모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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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휴를 맞아 가족과 명동을 찾은 최황만(37·남) 씨는 “직장이 근처라 회식할 때 명동 거리를 자주 찾는데, 오늘처럼 사람이 많은 건 오랜만에 본다”며 “외국인도 많지만 한국인들이 많이 나온 것 같다. 복잡하긴 한데, 그래도 사람냄새 나는 거 같아서 보기 좋다”고 말했다.
사드 여파에 “버는 돈 신통치 않아”
명동 길거리에서 소시지 구이를 파는 박하민(가명) 씨는 “중국인들은 먹는 것에 있어 관대하다. 구매량도 굉장히 후해서 맛있다 싶으면 한 명이 다섯 개씩도 구매해 간다”며 “그러나 다른 나라 관광객들은 관심을 갖더라도 1개를 구매해 나눠먹는 경우가 많다. 결국 중국인 관광객 1명이 줄어들면 매출이 받는 타격은 그 수배는 된다”고 설명했다.
추석 연휴에 거리에 나온 한국인 관광객이 늘었지만, 1인당 평균 구매액(객단가)은 미미할 것이란 회의론도 나왔다. 명동 한 액세서리숍 점원은 “한국 고객들은 보통 인근 영화관이나 맛집을 가는 등 특정 목적을 위해 거리를 걷는 경우가 많다”며 “중국인 관광객이 매장을 채웠을 때와 한국 고객이 매장을 채웠을 때 매출차이는 거의 열 배 가까이 난다고 보면 된다”고 했다.
요우커(중국인 단체관광객) 발이 끊긴 인근 환전소 앞도 한산했다. 평소 요우커로 붐비던 환전소에는 러시아, 동남아, 일본 등에서 온 관광객들만 눈에 띄었다. 추석 첫날 ‘대박’을 쳤냐는 물음에 환전소 주인 박함구(가명) 씨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며 “돈 바꿔 가는 거 보면 예전만 못하다”며 “작년 추석에 달러도 엔화도 위안화도 한 사람 당 50만원은 해갔다면, 오늘은 그 절반도 못 미친다고 보면 된다. 이러니 명동 상인들 장사라고 별 수 있겠나”라며 한숨 쉬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