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공異야기]①한국 안경업계의 '이단아', 김인규 다비치안경 대표

대한민국 최대 안경체인 다비치안경, 김인규 대표 인터뷰
업계 최초 정찰제, 가격 흥정 시간에 더 나은 고객서비스 위해
프랜차이즈, 간판 늘리기가 아니라 가맹점이 성공해야
방송 출연? 꿈은 아니지만 소비자 신뢰 위해 나오는 것
  • 등록 2016-11-22 오전 7:00:00

    수정 2016-11-22 오전 7:00:00

김인규 다비치안경 대표는 “지난해 론칭한 브랜드 ‘비비엠’은 고객이 안경테를 구입하면 또 다른 안경 하나를 전세계 어려운 이웃에게 기부한다”고 설명했다. (사진=노진환 기자)
[이데일리 박경훈 기자] “(안경을) 반값에 파니까 주변 안경원 원장 100명이 몰려들어 시위까지 할 정도였죠.”

21일 서울 중구 다비치안경체인 본사에서 만난 김인규(54) 대표는 ‘내성적인 성격’이라는 자기 평가와 달리 남다른 입심을 자랑했다. 김 대표는 “93년 마산에서 안경점을 운영할 때 대구 공장서 차떼기로 안경을 사왔다”며 “예를 들어 5만원에 거래되던걸 절반가격인 2만5000원에 판매하니 다른 가게들은 불만을 가질 수밖에 없었다”고 돌이켰다.

마산에서의 안경 반값 판매 사례가 보여주듯 다비치안경은 언제나 업계 혁신의 최전선에 서 있는 업체로 정평이 나 있다. 혁신의 백미는 국내 최초 ‘정찰제’ 도입이다.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지난해 다비치안경은 본사 매출기준으로 870억원을 기록하며 업계 2위 룩옵틱스(664억원)를 제치고 업계 1위를 고수하고 있다.

업계 최초 정찰제, 가격 흥정 시간에 더 나은 고객서비스 위해

경남 진주 태생인 김 대표는 대학 때까지만 해도 안경과는 아무 관계 없는 그저 평범한 ‘공시생’ 중 한 명이었다. 그는 “3개월간 공무원 시험 준비를 했었는데 공부는 체질이 아니었다”고 말했다. 그런 그를 눈여겨본 것은 안경점을 하던 김 대표의 매형이었다.

매형의 소개로 한 안경 도매점 직원으로 관련 지식을 쌓은 김 대표는 86년 부산 동래구에 황실안경원을 개업한다. 김 대표는 “당시 안경사 시험이 시행되기 전이라 개업에는 큰 문제가 없었다”고 설명했다.

당시 부산에서도 부촌에 자리 잡은 그의 안경점 장사는 성공적이었다. 하지만 개업 3개월 만에 도둑을 맞았다. 그는 “추석 때 고향에 갔다 와보니 안경점이 텅텅 비어 있었다”고 당시 상황을 전했다. 김 대표는 그동안 번 돈은 고사하고 외상을 통해 다시 시작하는 수밖에 없었다.

3년간 빚을 갚은 그는 90년 부산 국제시장으로 터를 옮긴다. 이때부터 김 대표는 정찰제를 도입한다. 안경 가격을 흥정할 시간에 고객을 위한 서비스를 하는 게 낫다는 판단에서다. 이는 훗날 안경 프랜차이즈 업계 최초 정찰제로 이어진다. 김 대표는 “국제시장은 울산·마산·진주 등 경남지역 사람들이 안경을 사러오는 곳이었다”며 “생각해보니 ‘거꾸로 직접 다른 지역으로 가 장사를 하면 잘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설명했다.

93년 마산으로 이전해 문을 연 뉴부산안경원은 공장 직거래를 통해 가격파괴를 본격적으로 이뤄냈다. 김 대표는 “당시 주변 상인들이 별의별 걸로 걸고넘어져 경찰서와 검찰도 들락거렸다”고 말했다. 95년 김 대표는 투자액 5배를 받고 진정서를 냈던 주변 안경점 사장에게 가게를 매각한 뒤 창원에 새 터를 잡는다. 43㎡(13평) 규모로 시작했던 그의 안경점도 330㎡(100평)으로 늘었다.

1년 뒤 김 대표는 착한 가격, 정찰제를 필두로 한 좋은 서비스를 많은 고객들이 누려야 한다는 생각에 라데팡스라는 이름의 프랜차이즈 사업을 시작한다. 하지만 혼자 전국을 돌아다니며 가맹점 관리를 하다 보니 몸에 무리가 와 결국 쓰러지고 만다. 김 대표는 이후 7년간 휴식기에 들어간다. 라데팡스 가맹점주의 장사는 큰 문제가 없었으나 프랜차이즈 사업 자체는 더이상 확장하지 못했다.

프랜차이즈, 간판 늘리기가 아니라 가맹점이 성공해야

그가 다시 사업을 시작하게 된 것은 한 노(老) 사업가를 통해서다. 김 대표는 “중국 상하이에서 한 안경공장 사장을 만났는데 그 분 나이가 일흔두살 이었다”며 “그분을 보자 ‘나는 뭐하고 있는 것 인가’ 생각하며 이대론 안 되겠다. 재기해야겠다”는 결심을 굳혔다.

2003년, 그렇게 탄생한 게 지금의 다비치안경체인이다. 서울 명동에 둥지를 튼 다비치안경은 ‘믿을 수 있다’는 입소문을 타며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하지만 프랜차이즈 확장은 생각보다 더뎠다.

김 대표는 “무조건 간판만 늘리는 게 능사는 아니다”며 “가맹점이 잘 되는 것이 곧 프랜차이즈가 성공하는 거라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다비치안경은 본사가 원하는 위치, 크기 등 엄격한 기준을 적용해 가맹점이 성공할 수 있는 프랜차이즈를 만드는 데 주력했다.

2004년 카이스트 최고경영자과정을 수학하며 그는 멘토를 만나게 된다. 김 대표는 “대기업에 재직하던 한 고위 인사가 인재육성의 중요성을 설파했다”며 “처음에는 무슨 말인가 했지만 1년이 지나니 무슨 뜻인지 이해가 갔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멘토의 말대로 2005년 다비치교육원을 거쳐 2007년 안경사관학교를 설립한다. 이곳에서 신입 안경사는 4개월 동안 매일 밤 10시까지 강도 높은 교육을 통해 실무 능력을 갖춘 안경 전문가로 재탄생한다. 초창기 30명 수준이던 안경 사관학교 입교생은 다비치안경의 성장과 함께 올해 300명까지 늘어 대한민국 안경업계의 미래를 책임지고 있다.

이데일리TV ‘연애, 어디까지 해 봤니?’에 출연한 김인규 다비치안경 대표. (자료=이데일리TV)
방송 출연? 꿈은 아니지만 소비자 신뢰 위해 나오는 것

김 대표는 요즘 각종 방송에도 이따금 출연 중이다. 다비치안경 방송광고는 김 대표가 직접 모델로 출연 중이다. 최근에는 이데일리TV ‘연애, 어디까지 해 봤니?’라는 예능프로에도 출연해 입담을 과시했다. 그는 “사실 방송에 큰 꿈이 있는 건 아니다”며 “소비재 상품을 파는 기업 특성상 대표가 직접 나와 고객 신뢰도를 높여주는 게 중요하다 생각한다”고 방송출연 이유를 설명했다.

다비치안경은 안경 판매에서 제조사로 영역을 넓히는 중이다. 다비치안경은 비비엠(bibiem)과 다온(DAON)이라는 안경테와 뜨레뷰, 아이럽(EYE LUV)이라는 렌즈 브랜드를 지니고 있다.

현재 자체 브랜드는 ODM(제조자개발생산)·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 형식으로 생산하고 있다. 김 대표는 “현재 경북 경산에 2만8099㎡(8500평)의 공장부지를 준비해뒀다”며 “해외진출이 계획대로 된다면 내후년쯤에는 자체 공장을 짓는 것도 고려 중이다”는 계획을 밝혔다.

김인규 다비치안경체인 대표는…

1962년 경남 진주에서 태어났다. 1985년 진주대 무역학과를 졸업하고 1986년 부산 동래구서 황실안경원을 개업했다. 1990년 부산 국제시장 등에서 뉴부산안경원을 개업한 뒤 1996년 체인점 라데팡스 설립했다. 7년간 공백기를 끝내고 2003년 다비치안경체인을 세웠다. 2004년 초당대 안경광학과 학사, 2012년 초당대 안경광학과 석사, 2015년 동신대 안경광학과 박사학위를 취득했다. 현재 대구가톨릭대 한국안광학 대학원장으로도 재임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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