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기업경영성과 평가사이트 CEO스코어가 정부의 일감몰아주기 규제 입법예고 전인 2012년부터 부당거래에 대한 처벌이 시작된 2015년까지 4년간 국내 30대 그룹의 내부거래 현황을 조사한 결과, 내부거래금액은 151조5000억원에서 134조8000억원으로 11%(16조7000억원)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이중 규제대상 기업들의 내부거래금액은 15조4000억원에서 6조5000억원으로 무려 8조9000억원(57.7%) 감소했다. 규제대상 기업도 75곳에서 48곳으로 36% 줄었다. 37개 기업이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고 10곳이 새롭게 감시 대상에 올랐다.
하지만 규제대상 기업을 제외한 30대 그룹 나머지 계열사들의 내부거래금액은 136조원에서 128조2000억원으로 5.7% 줄어드는 데 그쳤다. 같은 기간 30대 그룹 전체 국내매출이 597조원에서 575조2000억원으로 3.7% 줄어든 점을 감안하면 내부거래 실질 감소폭은 더 낮은 셈이다.
실제로 전체 금액은 줄었지만 2012년 대비 지난해 내부거래금액이 늘어난 곳은 51.4%로 절반이 넘었다.
일감몰이 규제 대상 기업도 27개 줄었지만 내부거래를 줄여 규제에서 벗어난 비율은 7건(18.9%)으로 미미했다. 나머지는 오너 일가 지분을 매각하거나 줄여 규제 기준치 이하로 낮춘 경우가 12건(32.4%)으로 가장 많았고 이어 합병소멸 11건(29.7%), 계열제외 7건(18.9%) 순이었다.
박주근 CEO스코어 대표는 “대기업들이 규제 범위에서 벗어나기 위해 오너일가 지분을 기준치 이하로 줄이거나 합병· 상장 등을 통해 감시망을 벗어났을 뿐 대기업의 내부거래를 줄이고 오너 일가의 편법적 부 이전을 막자는 취지가 실질적 효과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정부의 규제 움직임에 가장 적극적으로 대응한 곳은 현대자동차(005380)였다. 2012년 57개 계열사 중 10곳에 달하던 내부거래 규제 대상 기업이 지난해 단 1곳으로 줄어들었다. 현대글로비스(086280)는 정몽구 회장과 정의선 부회장이 지분 13.4%를 매각하며 규제 기준(30%)에서 벗어났다. 이노션과 해비치호텔앤드리조트도 지분 감소로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현대위스코와 현대엠코 등은 합병 소멸됐다.
GS로 13곳에서 8곳으로 5곳 줄었다. GS 방계인 승산레저와 에스티에스로지스틱스는 승산에 합병되며 감시 대상에서 제외됐다. 코스모산업과 코스모앤컴퍼니는 계열분리로, GS자산운용은 지분감소로 규제를 벗어났다.
SK는 SK텔레시스와 SK디앤디, SK앤티에스 등 3곳이 오너 일가 지분 감소로 규제 대상에서 제외됐다.
현대백화점은 현대그린푸드가 오너 일가 지분이 30.5%에서 29.9%로 낮아지며 제외되면서 규제 대상 기업이 사라지게 됐다.
규제 대상 기업의 내부거래금액 감소폭 역시 현대차가 가장 컸다. 2012년에는 7조2000억원에 달했지만 지난해에는 불과 100억원 가량으로 7조원 이상 급감했다. 삼성이 4500억원 감소했고, SK와 KCC도 3000억원 이상 줄었다. 두산, 대림, 현대백화점은 감소폭이 2000억원대였고 한화와 GS는 1000억원 이상 줄었다.
30대 그룹 중 일감몰아주기 규제 대상 기업이 가장 많은 곳은 GS로 8곳에 달했다. 효성과 CJ가 6곳, 5곳이었고 두산·현대·대림·영풍 각 3곳 순이었다.
한편 정부가 대기업 그룹의 일감몰아주기 규제를 위해 제정한 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은 2013년 10월 입법예고 됐으며 지난해 2월 시행됐다.
일감몰이 대상 기업에서 ‘정상적인 거래’보다 ‘상당히 유리한 조건(7% 이상 차이)’의 거래나 총수 지배회사가 ‘상당한 이익’이 될 사업기회 제공 등 부당 행위가 있을 경우 공정위로부터 제재를 받게 된다. 위법 기업의 오너는 3년 이하의 징역이나 2억 원 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지며 부당거래 수혜기업은 3년 평균 매출액의 5%까지 과징금이 부과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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