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 내곡동 특검법 고심..'피고발인의 거부권' 촉각

  • 등록 2012-09-16 오후 1:44:38

    수정 2012-09-16 오후 4:07:39

[이데일리 피용익 기자] 이명박 대통령은 지난 14일 러시아·그린란드·노르웨이·카즈흐스탄 순방을 마치고 귀국한 후 ‘내곡동 사저 특검법’ 처리를 놓고 고심하고 있다.

정치적 고발인인 민주통합당에 조사권을 주는 것이 옳지 않다면, 사실상 피고발인인 이 대통령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것도 적절치 못하다는 게 고민의 핵심이다.

청와대에서는 특정 정당인 민주당이 특별검사 후보 2명을 추천해 이 중 한 명을 대통령이 임명토록 한 법안을 문제삼고 있다. 특검의 공정성 논란을 부를 수 있고, 대통령의 임명권을 박탈함으로써 헌법의 권력분립 정신을 해친다는 것이다.

이러한 이유에서 이 대통령이 내곡동 사저 특검법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할 것이라는 관측이 꾸준히 제기됐다.

그러나 이 대통령의 귀국을 전후해 조금씩 다른 기류가 감지되고 있다. 이 대통령이 아들 시형 씨와 청와대 경호처에 대한 수사를 거부하는 것이 자칫 오해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부담감이 작용하고 있다.

또 여야가 합의해 국회를 통과한 법안에 대해 거부권을 행사했을 때 정치권의 반발로 인해 불어닥칠 수 있는 역풍도 우려하는 분위기다.

청와대 관계자는 16일 “이 대통령은 주말 동안 참모들과 재의 요구(거부권 행사) 여부를 놓고 고심한 것으로 안다”면서도 “아직 결정된 것은 없다”고 말했다.

정부는 지난 11일 김황식 총리가 주재한 국무회의에서 이 문제를 논의했지만 결론을 내리지 못했다. 위헌성이 있기 때문에 재의를 요구해야 한다는 의견과 위헌성에도 불구하고 정무적으로 받아들여야 한다는 의견이 맞섰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 대통령은 오는 18일 국무회의에서 장관들의 의견을 듣고 거부권 행사 여부를 최종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결단의 시한은 특검법이 국회를 통과한 지 15일이 되는 오는 21일이다.

이 대통령이 특검법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하면 국회는 재의결 절차를 거친다. 이 경우 법안 통과를 위한 정족수는 과반에서 3분의 2로 높아진다. 이번 특검법이 재석 238명 가운데 찬성 146표, 반대 64표, 기권 28표로 가결됐다는 점에서 재의결될 가능성은 작아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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