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토중래(捲土重來)
영국 밴드 매닉 스트리트 프리처스(Manic Street Preachers)의 ‘센드 어웨이 타이거스(Send Away the Tigers)’. 감히 ‘올여름 최고’라는 찬사가 무색하지 않다. 직선적인 선율에 강렬한 정치적 메시지를 주로 전해왔던 이 밴드는 2000년 이후 멤버들 솔로 활동이 곁들여지며 ‘지리멸렬’한 앨범으로 일관했다. 하지만 이 앨범에서 과감하게 사랑 노래도 부르는 이들은 명민한 선율과 짜임새 있는 구성으로 90년대 후반의 전성기를 넘어섰다. 7번 트랙 ‘오텀 송(Autumn Song)’의 인상적 기타 리프(riff·짧은 소절의 반복적 연주)는 압권. 90년대 후반 스타덤에 올랐던 스래시 메탈 밴드 머신 헤드(Machine Head)의 신작 ‘더 블랙크닝(The Blackening)’도 한동안 비평적, 상업적 외면 속에 절치부심했던 밴드의 강단이 드러난 작품. 맹렬한 스피드를 끌어안는 탄탄한 구성은 선배 밴드 ‘판테라(Pantera)’의 전성기 앨범과도 겨룰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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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출신의 프로그레시브 메탈 선구자 러시(Rush)가 5년 만에 새 앨범 ‘스네이크스 앤드 애로스(Snakes and Arrows)’를 발표했다. ‘2112’, ‘퍼머넌트 웨이브(Permanent Wave)’ 등 이들의 70~80년대 명반에 열광했던 팬들이라면 실망스러운 요소도 적지 않지만 68년 데뷔한 이들이 얼굴 가득한 주름에 아랑곳없이 음악적 실험을 지속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감투상’ 감이다. 연주, 구성 모두 괜찮다. 다만, 예리한 고음의 소유자 게디 리(Lee)의 보컬만은 세월의 무게를 견디지 못하고 후퇴한 것이 분명하다. 영국의 트래비스(Travis)는 명징한 선율과 풍부한 공간감을 앞세운 밴드. 요즘은 비슷한 스타일의 ‘대단한’ 후배 콜드 플레이(Cold Play) 그늘에 가려진 듯한 느낌도 있지만, 분명 이들의 음악은 90년대부터 희귀하고 가치 있는 것이었다. 신작 ‘더 보이 위드 노 네임(The Boy with No Name)’은 그런 자신들 장기를 그대로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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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장성세(虛張聲勢)
팬들의 오랜 기다림은 긴 한숨 속에 파묻힐 것인가? 힙합, 록, 전자음악을 뒤섞어 대중의 귀를 사로잡았던 블록버스터 밴드 링킨 파크(Linkin Park)의 ‘미니츠 투 미드나이트(Minutes to Midnight)’은 실망스럽다. 적당한 박력과 달콤한 선율을 ‘황금비율’로 결합시켜 숱한 대중을 매료시켰던 이들, 몇 년 새 그 공식을 잃어버린 듯하다. 아니면 ‘당도(糖度)’ 높은 노래에 스스로 염증을 느꼈거나. 어쨌든 변신은 성공과는 거리가 멀다. 밋밋한 선율로 일관하며, 실험적 시도가 눈에 띄지도 않는다. 엄청난 상업적 성공 속에서도 비평적 찬사에 목 말라 하며 어려운 길을 택했을 수도 있다. 하지만 방향을 잃었다. 노장 로커 오지 오스본(Osbourne)도 신작 ‘블랙 레인(Black Rain)’을 들고 나왔지만 예전의 날카로운 마성(魔性)은 희미할 따름이다.
◆파죽지세(破竹之勢)
마룬 5(Maroon 5), 섀도스 폴(Shadows fall), 악틱 몽키스(Arctic Monkeys) 등 3팀의 소장파 밴드는 새 앨범을 통해 그간의 성공 행진에 가속을 붙였다. 마룬 5는 솔(soul)과 펑키(funky)의 느낌이 간간하게 밴 노래들로 스타일이 뛰어난 밴드임을 다시 입증했다. 간결한 곡조를 앞세워 70년대 펑크 밴드를 연상시켰던 악틱 몽키스는 새 앨범에서 힘찬 기타 리프와 복잡한 구성에도 무게를 실어 외연을 넓혔다. 멜로디의 날이 또렷하게 살아있는 헤비 메탈을 연주하는 섀도스 폴의 재능 또한 신작에서 여전히 싱싱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