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유사, 고환율·업황 불안에 친환경 에너지 ‘SAF’ 키운다

EU, SAF 혼합 사용 올해부터 의무화
SK에너지, EU에 첫 SAF ‘수출 성공’
‘유가 하락·시황 악화’에 사업 다각화
2021년 1조→2027년 31조 규모 확대
  • 등록 2025-01-14 오전 5:30:00

    수정 2025-01-14 오전 5:30:00

[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정유업계가 고환율과 정제마진 악화로 힘든 시기를 보내는 가운데 친환경 연료인 지속가능항공유(SAF)와 같은 신사업으로 사업 다각화를 노리고 있다.

13일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사들은 SAF 사용 의무화에 맞춰 수출길을 넓히고 있다. SAF는 바이오 원료를 가공해 만드는 친환경 항공유다. 기존 항공유 대비 탄소 배출량을 80%까지 줄일 수 있어 전 세계적으로 사용 의무화가 진행되는 추세다.

유럽연합(EU)은 올해부터 유럽 지역에서 이륙하는 모든 항공기에 대해 최소 2%의 SAF를 혼합해 사용할 것을 의무화했다. 오는 2030년에는 6%, 2050년에는 70%까지 의무화 비율을 확대할 예정이다.

미국은 2050년까지 항공유 사용 전량을 SAF로 대체한다는 목표다. 우리나라도 2027년부터 국내에서 출발하는 모든 국제선 항공편에 SAF를 1% 혼합해 사용하도록 의무화했다.

대한항공이 지속가능항공유(SAF) 화물기 시범 운항을 위해 급유하고 있다. (사진=대한항공)
이에 따라 SAF 시장 규모도 급격히 커질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모더인텔리전스에 따르면 전 세계 SAF 시장 규모는 2021년 7억4550만달러(약 1조1000억원)에서 2027년 215억달러(약 31조6000억원)으로 커질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 SK에너지는 국내 정유사 중 EU에 SAF를 가장 먼저 수출하며 사업 추진 속도를 높였다. SK에너지는 지난 5일 코프로세싱 생산방식으로 폐식용유·동물성 지방 등 바이오 원료를 가공해 만든 SAF를 EU에 수출했다.

코프로세싱 방식은 기존 정유 설비를 개조, 바이오 원료를 함께 투입해 다른 석유 제품과 함께 SAF를 생산하는 방식이다. 전용 생산 공장을 구축하는 것보다 비용을 절감할 수 있어 정유사들은 SAF 생산 초기에 이 방법을 주로 택하고 있다. SK에너지는 연산 10만톤(t) 수준의 SAF 등 저탄소 제품 대량 생산 체계를 갖췄다.

HD현대오일뱅크는 지난해 6월 일본 트레이딩 회사 마루베니를 통해 SAF를 수출하는 데 성공했다. HD현대오일뱅크 수출 물량은 일본 항공사인 전일본공수(ANA)항공에서 사용한다. GS칼텍스도 같은 해 9월에 일본 이토추상사를 통해 도쿄 나리타 공항에 SAF를 납품했다.

에쓰오일은 2023년 규제특례 샌드박스를 통해 SAF 원료생산 실증사업 추진에 나선 데 이어 지난해 8월부터 인천공항~도쿄 하네다 공항을 정기 운항하는 대한항공 여객기에 주 1회 SAF를 공급하고 있다.

정유사들이 사업 다각화에 나선 것은 기존 정유사업의 환경이 갈수록 어려워지고 있기 때문이다. 트럼프 2기 출범 등의 영향으로 고환율 기조가 지속하는 가운데 원유를 해외에서 달러로 수입하는 정유사들은 고환율에 따라 원료 구매 비용이 증가할 것을 우려하고 있다.

국제유가 하락도 정유사들에 어려움을 더할 것으로 예상된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당선인은 취임 후 미국 석유개발 확대를 예고했다. 원유 생산량이 늘면서 국제유가에 하방 압력을 가할 전망이다. 원유를 사서 정제해 되파는 우리 정유사 입장에선 유가가 하락하면 비싸게 산 원유로 만든 제품을 상대적으로 싼 가격에 팔아야 하기 때문에 재고평가손실이 발생해 이익 규모가 줄어들 수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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