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리대에 기술이 왜 필요하냐고요?…여성이 여성문제 해결해야죠”

김효이 이너시아 대표 인터뷰
카이스트 박사 출신 여성 4명 모여 창업
천연흡수체 라보셀 개발해 생리대에 적용
고가에도 시장 호응…2년 만에 매출 100억
“여성의 모든 물건으로 확장…R&D 지속”
회의적 시각 과제…펨테크 산업 성장 더뎌
  • 등록 2024-12-01 오후 12:00:00

    수정 2024-12-01 오후 12:00:00

[천안(충남)= 이데일리 김경은 기자] “생리대를 만드는 데 왜 기술이 필요하냐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남성 벤처캐피털(VC) 심사역들의 시각은 회의적이었죠. 하지만 기술개발로 차별화에 성공했고 어떻게 하면 기술로 여성들의 삶이 더 나아질 수 있는지를 항상 고민하고 있어요.”

김효이 이너시아 대표는 지난달 27일 충남 천안시 소노벨 천안에서 열린 한국여성경제인협회 주관 ‘2024 여성창업기업 네트워킹 및 역량강화 워크숍’에서 가진 이데일리와의 인터뷰에서 “이너시아는 여성들이 모여 여성들의 문제를 해결하는 스타트업”이라며 이같이 말했다.

김효이 이너시아 대표가 지난달 27일 충남 천안시 소노벨 천안에서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한국여성경제인협회)
1년 연구끝에 천연흡수제 개발…창업 3년 만에 매출 100억 달성

이너시아는 여성의 건강을 위한 제품과 서비스, 기술 등을 뜻하는 ‘펨테크’(Female+Tech) 스타트업이다. 김 대표를 비롯한 카이스트 박사 출신 여성 연구진 4명이 지난 2021년 공동 창업했다. 이후 약 1년간의 연구 끝에 천연흡수체 ‘라보셀’(LABOCELL)을 자체 개발했으며 이를 활용한 유기농·친환경 생리대를 생산·판매하고 있다.

김 대표는 “2017년에 생리대 파동이 크게 일었지만 아직도 기능적인 문제를 해결하지 못했다”며 “아직도 당시 문제가 됐던 미세플라스틱 흡수체를 시장에서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천연이면서도 흡수가 잘 되고 안전한 생리대를 만들기 위해 동기들과 함께 사업을 시작했다”고 설명했다.

이너시아는 수술실에서 사용하는 지혈 소재에서 착안해 라보셀을 개발했다. 피부에 닿는 표면부터 안쪽 흡수 시트까지 모든 면이 합성 부직포 없이 유기농 순면을 사용한 건 이너시아 생리대가 유일하다는 게 김 대표의 설명이다. 국내 특허는 물론 유럽의 친환경 인증기관인 ‘TUV 오스트리아’에서도 생분해 인증을 받았다.

시장의 반응은 뜨거웠다. 2022년 7월 첫 출시 이후 6개월 만에 2억 5000만원의 매출을 기록했다. 지난해 25억원, 올해는 100억원을 돌파했다. CJ올리브영에서도 여성·위생용품 분야에서 온·오프라인 판매 1위를 기록하고 있다. 시중 생리대보다 가격이 1.5~2배가량 높지만 안전한 생리대에 대한 여성들의 수요가 뒤따른 결과다.

김 대표는 “생리대 시장 규모는 6000억원, 이중 유기농 생리대는 1200억원 정도로 추산하고 있다”며 “작은 시장일 수 있지만 이너시아는 생리대 시장 자체를 확장하는 데 기여하고 있다. 고객들이 더 많은 비용을 내고서라도 이 생리대를 쓰기 때문”이라고 자신감을 나타냈다. 실제 이너시아 자사몰 객단가(1인당 평균 구매 금액)는 10만원을 웃돈다.

“여성용 건기식으로 사업 확대”

그는 “생리대에서 시작했지만 나아가 여성들이 쓰 는 모든 물건으로 제품군을 확장하는 게 목표”라며 “올해는 여성들이 겪는 건강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건강기능식품을 개발해 선보였다. 여성들이 다낭성증후군, 생리주기 불순 등을 겪을 때 이노시톨을 섭취하곤 하는데 이너시아가 국내 최초로 액상형 이노시톨 영양제를 출시해 억대 매출을 올리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펨테크 산업에 대한 미온적 시선은 여전한 과제다. 펨테크는 여성 건강에 초점을 맞춘 만큼 난임 해결 등을 통해 저출생 등 사회문제를 해소할 대안으로 꼽히지만 국내에서는 아직 성장이 더딘 상황이다.

반면 해외에선 성장세가 뚜렷하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포춘비즈니스인사이트(FBI)에 따르면 전 세계 펨테크 시장 규모는 지난해 67억달러(9조 3000억원)에서 2030년 206억달러(28조 7000억원)으로 성장할 것으로 전망된다.

김 대표는 “작년에 프리A 투자를 받아 누적 20억원대의 투자를 유치했다”면서 “이 과정에서 남성 VC 심사역들로부터 회의적인 얘기를 많이 들었다”고 토로했다. 다만 그는 “연구개발을 통해 차별화했기 때문에 이렇게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며 “과거 부정적인 시각을 가졌던 분들도 여성들이 기술력 있는 물건을 찾는다는 걸 알게 되는 등 긍정적인 변화가 일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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