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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 ‘88 라이트’ 단종 후 10년 만에 재출시하는 ‘88 리턴즈’는 과거 88의 추억이 있는 중장년층 소비자들에게는 옛 향수를 자극하고, 젊은 MZ세대에게는 뉴트로(New+Retro·신복고) 느낌으로 신박하게 다가오면서 출시 전부터 애연가들 사이에선 관심이 쏠리고 있다.(※청소년 독자라면 지금 조용히 기사창을 닫습니다.)
호기심이 둘째가라면 서러운 기자 역시 궁금한 마음에 실행력(?)을 발휘해 공식 출시에 앞서 88리턴즈를 미리 만나볼 수 있었다. 물론 제값은 치르고. 88리턴즈 20개비 1갑의 소비자 가격은 4500원이다. 요즘 국내 일반 궐련형 담배(흔히 말하는 연초) 평균 가격이다.
마침 입수 당일 흡연을 즐기는 업계 동료들을 만날 일이 있어, “시판 전이야”라는 말과 함께 88리턴즈를 꺼내보였다. 그러자 C군, L군, N군 셋 모두 일제히 “우와, 이게 뭐야? 88 아니야?”라는 탄성을 터뜨렸다. 한 명씩 담뱃갑을 돌려보더니 “(패키지 디자인) 예쁘다”, “복고 느낌 살아있네” 등의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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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패키지 주 색상은 ‘하늘색’으로 같게 했다. 다만 옛 88라이트 패키지 색상이 연하늘색이라고 한다면, 88리턴즈는 조금 더 선명하고 쨍한 하늘색이다.
여기에 88라이트의 ‘심볼’이었던 국보 1호 ‘숭례문’ 아이콘도 그대로 담았다. 옛 88라이트에는 숭례문 아이콘을 단순한 은회색으로 프린팅했다면, 88리턴즈는 세련된 은색 홀로그램으로 음각 처리해 시선을 끈다.
숭례문 아이콘 바로 밑에 브랜드 명칭 ‘88’이 큼직하게 새겨져 있고, 그 바로 아래 영문 표기로 ‘returns’(리턴즈)를 표기했다. 뒷면에는 맨 우하단 부분에 제품명인 ‘88 리턴즈’가 한글로 추가로 적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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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키지 정면 왼쪽 부분은 흰색 바탕에 진한 파란색 알파벳으로 88을 뜻하는 ‘EIGHTY EIGHT’가 새겨져 있다. 마찬가지로 글자를 단순하게 프린팅했던 옛 88라이트와 달리, 88리턴즈는 음각으로 새기고 빛을 받으면 반짝이게 하는 박(箔) 처리를 했다.
왼쪽 흰색 바탕과 오른쪽 넓은 하늘색 바탕 사이 가느다란 붉은색 띠도 그대로 표현했다. 대신 그 위에 적은 문구는 ‘LOW TAR & NICOTINE TRIPLE FILTER’에서 ‘ACTIVATED CARBON DUAL FILTER’로 달라졌다. 단종 후 재출시까지 10년의 시간 동안 필터 제조 기술과 생산 방식이 변경했기 때문일 것이다.
전반적으로 세로로 표기한 글자들의 장평(한 글자 당 좌우 너비)도 줄어들면서 홀쭉해졌다. 과거와 달리 현재는 관련 규제에 따라 담뱃갑 앞·뒷면 면적 50%를 경고 그림과 문구를 반드시 삽입해야 하면서 패키지 디자인을 입힐 공간 자체가 줄어들면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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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터 맨 아랫부분에 얇은 빨간색 줄과 조금 더 굵은 하늘색 줄이 평행을 이루며 한바퀴 감고 있다. 그 바로 위에 하늘색의 ‘88’, 180도 돌린 반대편에는 은색의 ‘returns’ 글자가 새겨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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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8리턴즈는 요즘 저(低)타르·저니코틴 트렌드에 맞춰 각각 3mg와 0.3mg으로 내놨다. 옛 88라이트가 타르 8.5mg와 니코틴 0.9mg이었던 것에 비해 대폭 낮춘 수준이다.
패키지 디자인은 옛 느낌을 살렸지만, 제품 자체 함량 저감으로 인해 옛 느낌을 구현할 수 있을까 의문이 따랐다.
우선 첫 느낌은 구수했다. 커피에 비유하자면 요즘 ‘아메리카노’ 대신, 옛날 ‘원두 커피’를 떠오르게 했다. 연기가 목구멍을 살짝 할퀴고 넘어가는 타격감은 적당히 부드러우면서도 거칠었다. ‘레종’ 등 다른 동급(니코틴 0.3mg) 제품들보다 센 느낌이다.
88라이트는 접해본 적 없어 오리지널과 비교를 할 수 없었지만, 문득 군 복무 시절 아쉬움을 달래던 ‘디스’가 떠오른다. 물론 지극히 개인적인 감상이다.
과거 88을 피워본 적 있다고 한 N군은 88리턴즈의 ‘다운 스펙’을 두고 처음에는 “에이~ 그럼 88이 아니지”라고 했다가, 시연을 하면서는 “오~ 옛날 그 느낌있네, 괜찮네”를 연신 내뱉었다. C군과 L군도 “나쁘지 않다”, “한 대만 더 줘”, “나오면(출시하면) 사 봐야겠다” 등 대체로 긍정의 반응을 보였다.
더 이상의 자세한 설명은 생략한다. 담배는 성인 기호식품이지만, 개인과 주변 건강에 해로울 수 있다. 매번 그러하듯 우리는 이날도 “이젠 끊자”는 청유문 같으면서도 독백 같은 다짐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