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국대 교지편집위원회(건대교지)가 임시 전체학생대표자회의(전학대회) 결정에 따라 자치언론기구에서 퇴출당했다. 이번 결정으로 '건대교지'는 사실상 20여 년간의 운영에 마침표를 찍게 됐다.
대학가의 대표 자치 언론인 교지가 점차 설 자리를 잃고 있는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이번 건대교지 퇴출의 발화점은 편집장과 사무국장의 방만한 운영 때문이다.
총학생회 측은 교지가 그간 학생회비를 지원받아 교지를 발간하면서도 사용내용을 제대로 보고하지 않고 방만한 운영을 계속해왔다고 주장했다.
편집장에 대한 부정선거 논란에 인쇄비 부족을 이유로 학생회비를 추가로 받은 후 이들이 제주도까지 다녀왔다는 의혹까지 제기됐다. 학생회는 교지 퇴출 안건을 표결에 부치는 강수를 뒀다.
퇴출 소식에 교지 편집장과 사무국장이 “인수인계를 제대로 받지 못해 물의를 일으켰다”며 동반사퇴 의사를 밝혔지만 퇴출을 위한 학생대표자회의 표결을 강행했다.
학생들이 “20년 넘게 운영되고 있는 교지가 사라질 수 있다”며 퇴출 반대 서명운동까지 진행했지만 지난 8일 학생대표자회의는 표결 끝에 학생 교지인 ‘건대교지’의 중앙자치기구 퇴출을 결정했다. 전체 의결정족수 58명 가운데 퇴출에 찬성한 인원은 42명에 달했고, 반대16명이었다.
논란은 퇴출절차에서 불거졌다. 임시 전학대회에 참여한 학생들이 잇따라 “회의가 중구난방이었고 퇴출을 결정하는 절차 또한 문제가 많았다”고 폭로하면서 학내 언론탄압 문제로까지 비화하는 양상이다.
익명을 요청한 A씨는 “이번 전학대회는 교지 사업 운영에 대한 감사 결과를 주요 안건으로 다뤘는데 분위기가 갑자기 바뀌었다”며 “대의원들이 교지 대표자의 과실 여부를 따지다가 갑자기 교지의 자정능력으로 이야기가 번지면서 교지가 퇴출당하기까지 채 6시간도 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총학이 자의적 해석했다” 논란
총학생회는 교지의 퇴출 과정에 대한 적법성 근거로 총학생회칙 부칙 제3조를 제시했다. 회칙에 기재하지 않은 사항은 관례에 따른다는 내용이다. 2011년 전학대회에서 생활도서관을 자치기구에서 퇴출한 선례를 바탕으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익명을 요청한 또다른 학생 B씨는 “2011년 생활도서관 퇴출 당시에는 2주 이상 논의를 거쳐 퇴출을 공식 안건으로 회의에 부쳤다”며 “건대 학생회칙에는 자치기구 퇴출과 관련한 항목이 없다. 회칙을 개정해 퇴출 조항을 신설하지 않는 이상 자치기구를 퇴출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교지는 지난 12일 입장문을 통해 “적어도 회칙개정안을 발의한 후 대표자들이 학생들의 의견을 수렴할 시간을 충분히 준 뒤 임시전학대회에서 가결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교지 퇴출에 학생 반발 확산
건대 학생들은 학내 유일한 자치언론기구인 교지의 퇴출을 두고 사회관계망서비스(SNS)와 온라인 커뮤니티에 ‘이러다 단과대 학생회도 관례로 없앨 기세’, ‘교지 퇴출 자체가 언론 탄압이다’ 등의 부정적인 의견을 남겼다.
단 한 차례의 선례를 관례로 보기에 어렵다는 주장이다. 보수적인 총학이 진보 색을 띠는 언론기구를 없앤 것이라는 주장까지 나왔다.
교지가 다음 전학대회에서 중앙자치기구로 승격하더라도 임시등록기간 1년을 포함해 최소 2020년까지 공백이 발생한다. 지원금을 받지 못하면 취재와 교지 발간이 불가능하다. 사실상 언론기구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는 평가다. 교지 측은 이러한 이유 등을 들어 사실상의 폐간 통보를 받았다고 주장한다.
총학생회는 이에 대한 구체적인 답변을 내놓지 않고 있다. 총학생회장은 지난 13일 입장문을 통해 추가적인 질문은 앞으로 개회될 임시 전학대회에서 답변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