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피너티·TPG’..올해 가장 주목받는 해외 PE하우스

  • 등록 2017-01-12 오전 6:00:00

    수정 2017-01-12 오전 6:00:00

[이데일리 김영수 기자] 올해 국내 인수·합병(M&A) 시장에서 가장 주목받는 해외 프라이빗에쿼티(PE)하우스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와 TPG(Texas Pacific Group)가 꼽히고 있다. 국내 딜에서 불패 신화를 거듭하고 있는 박영택 어피너티 회장이 또 어떤 마술을 선보일지 관심이 쏠리고 있는 가운데 이상훈 전 모건스탠리PE 대표를 파트너급으로 영입하면서 8년만에 한국 시장에 다시 모습을 드러낸 TPG의 행보가 주목받고 있다.

박영택 어피너티 회장 실질적 1인자 등극...‘미다스의 손’ 주목

어피너티 내에서 박영택 회장의 위치는 공고하다. 심지어 창업자인 KY탕(TANG Kok-Yew) 공동회장을 제치고 1인자에 올랐다는 소문까지 돌았다. 연로한 KY탕 회장의 은퇴 시기가 멀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렇게 되면 한국인으로선 처음으로 글로벌 외국계 PE하우스의 단독 수장을 맡게 된다.

어피너티는 글로벌 투자회사인 UBS캐피털에서 아시아와 태평양 투자를 담당하던 팀이 2004년 분사해 설립됐다. 박 회장은 삼성전자에서 19년간 재직한 뒤 2000년 UBS캐피털의 한국 대표로 이직했다. 박 회장은 40억달러(약4조8000억원) 규모의 차익을 안겨준 오비맥주 매각 성공에 힘입어 2015년 KY탕 회장과 함께 공동 회장에 올랐다. 막대한 수익을 안겨준 투자자(LP)들이 박 회장에게 ‘승진’으로 화답한 셈이다.

박 회장은 ‘미다스의 손’으로 불린다. 지난해 1조2000억원 규모의 차익을 낸 로엔엔터테인먼트 딜도 대표적이다. 박 회장은 2013년 SK로부터 로엔을 인수한 뒤 스타쉽엔터테인먼트, 킹콩엔터테인먼트, 에이큐브엔터테인먼트(지분 70%), FNC엔터테인먼트(지분 10%) 등 연예기획사의 경영권 또는 지분을 2년만에 인수해 덩치를 키웠다. 4건의 딜에 투입된 금액은 440억원에 불과했다. 로엔의 성장전략에는 오비맥주와 하이마트 등 유통기업에 대한 투자 노하우가 밑거름이 됐다는 평가다. 업사이드를 위한 속전속결 전략, 단순명료한 의사결정 체계, 전임 경영자에 대한 신뢰 등은 박 회장만의 특징이다.

지난해에는 VIG파트너스로부터 2100억원에 버거킹코리아를 인수해 식음료프랜차이즈에 도전했다. 어피너티는 문영주 대표를 그대로 유임시켰다. 시장의 평가는 나쁘지 않았다. VIG파트너스가 대주주로 있었을 때와 변함없이 20%를 웃도는 매출 성장이 무난할 것으로 예상되는 등 지속적인 성장세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어피너티는 현재 제너럴모터스(GM)보유 현대카드 지분 인수 협상을 현대차그룹과 진행하고 있다. 될성부른 투자에 감각적인 베팅을 하는 박 회장이 올해는 또 어떤 마술을 보여줄지 업계는 주목하고 있다.



TPG, 8년만에 한국시장 다시 밟아...이상훈 대표 ‘파트너급’ 영입

세계 5대 PEF로 꼽히는 미국 TPG도 주목할 만한 하우스다. TPG는 지난 1994년 아시아 지역에 사무소를 처음 설립하고 투자 활동을 시작했다. 이후 총 12개국에서 81억달러를 투자했으며 한국에서는 제일은행과 하나로텔레콤을 인수했다. 하지만 한국시장에서는 두 건의 바이아웃 딜이 끝이었다. TPG는 2005년 제일은행을 스탠다드차타드에 매각하면서 1조원 규모의 막대한 차익을 남기면서 ‘PEF=먹튀’라는 부정적 이미지를 안겼다. TPG는 결국 2008년 3월 SK텔레콤에 하나로텔레콤(현 SK브로드밴드)을 매각하고 한국시장에서 철수했다.

8년만에 한국시장을 다시 찾은 TPG는 지난해 8월 이상훈 전 모건스탠리PE 대표를 서울오피스 헤드로 선임했다. 이상호 글랜우드PE 대표의 형이기도 한 이 대표는 삼성생명, 뱅크오브아메리카(BoA) 메릴린치 등을 거쳐 모건스탠리PE로 옮기면서 PEF업계에 뛰어들었다. 그는 모건스탠리PE에서 ‘놀부’ ‘모나리자’ ‘한화L&C’ ‘이노션’ 등에 투자하며 시장의 주목을 받았다.

파트너급으로 영입된 이 대표에게 거는 기대는 크다. 어피너티, 칼라일, KKR 등 글로벌 바이아웃 펀드들이 한국시장에서 막대한 이익을 향유하는 것을 목격해왔기 때문이다. 존 윙클리드 TPG 공동 대표 역시 “아시아 지역에서 수년 간 활동을 이어오면서 한국에서의 투자 기회에 대한 확신을 갖게 됐다”며 “앞으로 이상훈 신임 대표를 중심으로 역동적인 한국 시장에서 성과를 낼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 대표는 대성산업가스 경영권 인수전에 첫 출사표를 던졌다. 이번 대성산업가스 인수전은 40억달러 규모의 아시아7호 펀드레이징에 동참할 유한책임회사(LP)들의 기대감도 뭍어 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딜이다. MBK파트너스, 퍼시픽얼라이언스그룹(PAG) 등 쟁쟁한 후보들과의 경쟁에서 승리한다면 확실한 존재감을 심어줄 수 있는 터닝포인트가 될 것으로 보인다. IB업계는 2월초 예정된 본입찰에서 TPG가 승기를 잡기위한 과감한 베팅에 나설지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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