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격 싸진 그리스 관광 '활기'…성수기 호텔 만실

  • 등록 2015-07-27 오전 9:04:38

    수정 2015-07-27 오전 9:04:38

[이데일리 권소현 기자] 그리스를 찾는 관광객이 늘어나고 있다. 3차 구제금융안에 합의하면서 그리스 경제가 급속도로 안정된 모습을 보이자 그동안 주춤했던 관광산업도 살아나고 있는 것이다.

26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따르면 그리스 현지 호텔 예약은 7월 초만 해도 1년 전 같은 기간에 비해 20% 감소했지만, 최근에는 거의 예년 수준을 회복했다. 그리스 정부가 유로존(유로화 사용 19개국)과 지난 13일 3차 구제금융을 받기 위한 개혁안에 합의한 이후부터 본격적으로 회복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구제금융을 받는 조건으로 그리스 국민은 좀 더 허리띠를 졸라매야 하지만, 관광객에게는 아테네를 비롯한 그리스의 아름다운 섬에서 휴가를 보내기 더없이 좋은 환경이 됐다. 대표적으로 극성수기 숙박비는 전년동기대비 15% 하락했다.

미국 고급여행 전문 여행사인 스위치플라이의 대니얼 파라 최고경영자(CEO)는 “6월 동안 그리스에서 고급 숙박시설에서의 숙박이 전년대비 22.4% 늘었다”며 “7월에도 비슷한 증가율을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매년 경제, 사회 정치적인 이벤트가 여행 추세에 영향을 주는데 올해에는 그리스가 경제위기로 여행지로서의 매력이 높아지면서 여행객이 늘었다는 것. 그리스는 올해 전 세계 15개 럭셔리 여행지 중에 3곳을 올린 유일한 국가라고 설명했다.

이미 아테네와 미코노스, 크레타섬의 고급 호텔들은 9월 말까지 예약이 꽉 차 있다. 그리스 최대 항공사인 에게에어라인은 아테네에서 다른 유럽지역을 연결하는 항공편을 올여름 시즌 30% 증편했다. 해외 항공사 10곳이 올해 아테네 출도착 항공편을 매일 운항하기 시작했다.

미국 덴버에서 그리스로 여행 온 수잔 밀포드(32)는 가족과 함께 아테네 중심가에 위치한 럭셔리 호텔인 그랑데 브르타유 호텔 스위트롬에서 열흘 묵기로 했다. 수잔은 “도착하기 전까지 걱정이 좀 됐지만 막상 와보니 아무 문제가 없었다”며 “신용카드는 잘 되고 대접도 잘 받아서 더 머물렀으면 싶다”고 말했다.

영국 최대 관광협회인 ABTA 역시 그리스 예약이 7월 전년대비 2% 늘었다고 밝혔다. 숀 팁톤 ABTA 대변인은 “그리스는 지금 가격대비 상당히 괜찮은 여행지”라며 “위기뿐 아니라 파운드화가 유로화에 대해 강세를 보이면서 가격이 떨어졌다”고 말했다. 요즘 그리스 여행에 대한 문의는 많고, 취소자는 없다고 덧붙였다.

관광업은 그리스의 침체된 경제에서 돈을 벌어주는 산업 중 하나다. 지난해 관광업이 직접적으로 기여한 규모는 170억유로로 국내총생산(GDP)의 9.5%를 차지했다. 여기에 관광객들이 와서 쇼핑하고, 먹고, 쓰는 데에 따른 간접효과는 450억유로에 달할 것으로 그리스 관광연합(SETE)은 보고 있다.

아리스 이코스 그리스 관광연합 리서치 이사는 “남은 여름 성수기 시즌 동안 정치적인 드라마만 겪지 않길 바란다”며 “지난해 한 해 동안 2200만명의 관광객이 방문했는데 만일 지금의 조용한 상황이 이어진다면 지난해 수준을 조금 웃돌 수 있을 것”으로 전망했다.

다만, 그리스 호텔은 여전히 자본통제로 어려움을 겪고 있다.

크레타섬에서 6개의 빌라를 운영하고 있는 마노리스 크라우나키스는 “미리 예약하지 않은 숙박객들에게는 정중하게 현금으로 결제해줄 것을 요청한다”며 “침구류와 식재료 공급업체들도 현금을 원하기 때문에 상당한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말했다.

한편 그리스는 새 구제금융안을 받기 위한 개혁안의 일환으로 9월부터 호텔에 대한 부가세를 16%로 종전 대비 두배 올리기로 했다. 레스토랑에 대한 부가가치세는 이미 10%포인트 인상됐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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