웃음 속의 칼…희비 오가는 '코미디의 재발견'

한팩 대학로 코미디페스티벌
웃음 속에 민족 고유의 풍속·사회 비판 담아
올해부터 매년 시행…총 5편 무대 올라
탈선춘향전·14인 체홉·안진사가 죽었다 등
  • 등록 2013-08-02 오전 9:23:15

    수정 2013-08-02 오전 9:23:15

연희단거리패 ‘탈선 춘향전’의 한 장면(사진=한국공연예술센터)


[이데일리 이윤정 기자] 우스꽝스러운 대사와 적나라한 욕설이 자유롭게 오간다. 하지만 웃음 속에 전해지는 서민들의 이야기에는 슬픔도 느껴진다. 코미디는 웃기기만 한 연극이 아니다.

‘한팩 대학로 코미디페스티벌’이 15일부터 9월 1일까지 서울 동숭동 대학로예술극장에서 열린다. 2010년부터 시작돼 격년제로 운영되던 것이 이번부터 매년 열리는 축제로 탈바꿈했다. 올해는 ‘고전 그리고 재발견’을 주제로 ‘안진사가 죽었다’ ‘삼도봉 미스터리’ ‘14인 체홉’ ‘탈선 춘향전’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사건 2’ 등 총 5편을 무대에 올린다. 웃음을 바탕으로 사회의 문제점을 꼬집고 민족 고유의 풍속을 담아낸 희극이다.

창작공간 스튜디오블루의 ‘안진사가 죽었다’는 조선 정조 시대 살인범을 추적하는 과정에서 드러나는 관리들의 부정부패를 풍자한다. 김시번 연출은 “웃음 속에서도 백성들의 고단한 생활상 등을 볼 수 있다”고 말했다(15~18일).

극단 청국장이 올리는 ‘삼도봉 미스터리’는 삼도봉 양곡창고에서 토막 시체를 발견한 농민 4명이 용의자로 지목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로 사투리와 함께 촌철살인의 웃음을 전한다. 김한길 연출은 “사회적으로 공감하는 우리 농촌의 아픈 현실까지 전달하려 했다”고 말했다(21~25일).

극단 이안의 ‘14인 체홉’은 작가 안톤 체호프의 단편 ‘백조의 노래’ ‘곰’ 등 4개 작품을 골라 단막극으로 꾸몄다. 허를 찌르는 웃음을 선사하지만 그 안에는 인간에 대한 깊은 이해와 연민이 담겨 있다. 오경택 연출은 “평범한 삶의 모습을 생생하게 그려내는 체호프의 세계를 느껴 보길 바란다”고 말했다(17~22일).

연희단거리패의 ‘탈선 춘향전’은 소품 없이 우스갯소리와 몸짓만으로 즐거움을 선사하는 토종 코미디다. “형님~ 형님~ 아이고 방자 형님.” 리드미컬한 대사로 전하는 우둔한 상전과 영악한 하인의 전복된 관계가 웃음 포인트다. 이윤택 연출은 “가진 자에 대한 풍자와 야유뿐 아니라 가부장적인 남성사회에 대한 저항을 보여주는 작품”이라고 설명했다(26~9월 1일).

극단 모시는사람들은 ‘오아시스 세탁소 습격사건 2’로 관객들을 만난다. 선량한 세탁소 주인 강태국이 도둑이 돼가는 과정을 통해 웃음을 넘어선 감동을 전한다. 김정숙 작가는 “태국이 가진 착한 힘의 원천은 결국 가족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는 힐링 코미디다”라고 말했다(28~9월 1일). 02-3668-0007.

극단 이안 ‘14인 체홉’ 중 ‘백조의 노래’의 한 장면(사진=한국공연예술센터)
창작공간 스튜디오블루 ‘안진사가 죽었다’의 한 장면(사진=한국공연예술센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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