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원화에 대한 대외 인기가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수준을 회복했다. 글로벌 경기침체 속에서도 경상수지 흑자를 꾸준히 유지하는 등 상대적으로 좋은 펀더멘탈을 유지했기 때문이다.
24일 이데일리가 국제금융센터에 의뢰, 2008년 9월12일 리먼 브라더스 사태 직전과 현재의 통화가치를 비교·분석한 결과 우리나라 원화의 가치 상승률은 34개 통화 중 17위를 차지했다. 성적으로 보면 수위권은 아니지만 리먼 사태 이전과 비교하면 통화가치가 0.9% 떨어진 것에 불과해 금융위기 이전 통화가치를 거의 회복한 셈이다. 아직 글로벌 경기가 침체 상황이라는 것을 고려해볼때 그만큼 우리나라 통화에 대한 대외시각이 개선됐다는 증거로 볼 수 있다. 달러-원 환율은 리먼 사태 후 1570원대까지 오르며 40% 가까이 원화가치가 떨어진 바 있다. 홍정혜 신영증권 연구원은 “원화는 이제 준안전자산 통화로 대접받고 있다”고 평가했다.
다만 금융위기를 거치며 유일하게 국가신용등급이 오른 국가라는 점을 감안하면 통화가치 상승률은 상대적으로 낮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수출 의존도가 높은 나라인 만큼 글로벌 경기 침체시 영향력이 커질 수 있다는 점, 북한이라는 지정학적 리스크를 무시할 수 없다는 우려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럼에도 최근 3대 국제신용평가사가 우리나라 신용등급을 상향하며 경제회복도에 높은 평가를 매겼다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대외경제가 회복될 때, 원화 가치가 더 상승할 수 있다는 예상을 가능케 하기 때문이다. 변지영 우리선물 연구원은 “세계경제가 회복할 때, 선제적으로 높은 성장률을 보이는 나라는 수출 의존도가 높은 국가”라며 “외국인들의 긍정적인 시각·낮아진 외화유출입 변동성 등을 고려하면 적어도 경상수지 균형수준인 1050원까지 환율이 하락할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절상률이 가장 높았던 통화는 엔화였다. 이어 호주 달러, 뉴질랜드 달러, 스위스 프랑 순으로 통화가치가 높아졌다. 정영식 삼성경제연구원 수석연구위원은 “상위권을 차지한 통화는 모두 안전자산에 투자하려는 수요가 많았던 곳”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네 나라 모두 외국인 자금이 유입되며 국채 금리가 대폭 하락했다. 특히 일본의 경우 외국인들의 국채 보유액이 82조엔을 기록해 사상 최고를 기록한 바 있다. 국제금융센터 관계자는 “금융위기 후 각국에서 양적 완화를 실시하면서 풍부해진 유동성이 안전자산으로 몰려든 것도 큰 역할을 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