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금융위기 여파로 안전자산 선호도가 높아진 가운데, 시중은행 예금 금리가 연 7%대로 올라서자 갈 곳 잃은 뭉칫돈들이 예금으로 몰려가고 있다. 국민·신한·우리·하나·외환 등 5개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잔액은 이달 들어서만 10조원 이상 급증, 시중자금을 흡수하고 있다. 저축은행 등 2금융권도 연 8%대로 금리를 끌어올려 고객잡기에 나서고 있다.
◆점입가경 이자 경쟁
지난 9일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연 5.25%에서 연 5%로 0.25%포인트 내렸지만, 은행 예금 금리는 거꾸로 계속 오르는 추세다. 대다수 은행들은 현재 정기예금 금리로 연 7% 안팎을 제공하고 있다. 예전엔 예금 가입액이 많거나 단골고객일 경우에만 영업점장 전결로 특별 금리를 제공했지만, 요즘엔 고객돈 유치에 혈안이 된 은행들이 신규 고객이나 소액 가입자에게도 고금리를 제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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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금리 막차 타자' 북새통
금융회사 간 고금리 특판 예금 경쟁이 과열 양상을 보이자, 금융감독원은 최근 은행들에 고금리 특판 판매 경쟁을 자제해 달라고 요청했다. 그러자 일부 고객들은 조만간 금리가 고점을 찍고 떨어질 수 있겠다는 불안감에 예금 가입을 서두르고 있다. 강우신 기업은행 PB팀장은 "금융당국이 고금리 경쟁을 자제하라고 권고한 데다 정부에서도 시장 금리를 내리겠다고 발표하는 등 금리 인하 분위기가 거세지면서 고금리 예금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고 말했다. 실제로 일부 은행은 좌판에서 고금리 특판 상품을 빼내고 있다. 지난 15일 하나은행이 6개월 만기, 연 7.19% 금리로 출시한 특판예금은 한도액 1조원이 단 6일 만에 조기 소진되면서 마감됐다. 안성종 하나은행 PB사업부 팀장은 "향후 금리 향방은 예측하기 어렵지만, 어느 정도 고점에 왔다고 판단한 거액 자산가들이 많이 가입했다"고 전했다.
◆고금리 우량채권도 각광
신용등급이 좋은 우량업체들이 발행하는 고금리 우량 채권에도 돈이 몰리고 있다. 23일 동양종합금융증권이 230억원 한도로 판매한 GS칼텍스 기업어음(CP)은 단 하루 만에 동났다. 이민호 신탁팀 과장은 "신용등급이 AA+로 우량한 데다 6개월 세전 연 7.5% 수익이 예상돼 보수적인 투자 성향을 가진 개인들이 많이 투자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1~3년 장기 투자할 여윳돈이 있어서 고금리 채권에 투자한다면 '신용등급'을 꼼꼼히 살펴봐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공통된 조언이다. 채권은 발행사가 부도나면 원금 일부를 날릴 수 있기 때문이다. 삼성증권 정범식 파트장은 "신용등급 BBB-면 투자적격 등급으로 분류되며, A등급 이상이면 안전하다고 볼 수 있다"고 말했다.
수시입출금이 가능한 종합자산관리계좌(CMA)는 최근 한은 기준금리 인하 영향으로 일부 증권사들이 금리를 내리는 추세지만, 여전히 연 5.35~5.6%의 금리를 챙길 수 있다. 저축은행은 예금자보호법에 따라 1인당 원금과 이자를 합쳐 5000만원까지만 보장된다. 만일 1억원을 투자하고 싶다면 저축은행 2곳 이상에 예치하는 게 안전하다고 전문가들은 말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