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유준하 기자]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가 사실상 고금리 장기화를 공식화한 가운데 통화 긴축에 대한 경계감이 다시 떠오르고 있다. 이에 이날 국고채 시장은 일본은행(BOJ) 통화정책회의를 주시하며 소폭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BOJ는 낮 12시 기준금리를 결정한다. 간밤 영국은행(BOE)는 기준금리를 5.25%로 동결했다.
|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BOJ) 총재. (사진=AFP)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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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9월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에서 고금리 장기화를 공식화하자 긴축 경계심은 재차 고조되고 있다. 6월 기준 점도표에선 올해 5.6%까지 인상을 실시한 후 2024년 4.6%로 100bp(1bp=0.01%포인트) 인하, 2025년에는 125bp 인하가 제시됐지만 9월에는 2024년 5.1%로 50bp 인하, 2025년은 3.9%로 125bp 인하가 제시됐다.
이에 한국은행의 금리 인하 시점도 덩달아 지연될 상황이다. 당초 내년 초 혹은 상반기로 예상됐던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은 하반기로 늦춰지는 중이다. 윤여삼 메리츠증권 연구위원은 “내년 연준의 금리 인하 시점 전망을 2분기에서 3분기로 늦췄다”며 “미국 정책 기조 동조화를 감안해 한은의 금리 인하 시점도 7월 정도로 이연한다”고 말했다. 사실상 한국은행이 연준에 비해 선제적인 액션을 취하기 어려운 만큼 한은의 인하 시점도 늦춰진 셈이다.
연준이 금리를 동결한 이후 열린 BOE 통화정책회의서도 기준금리를 동결했다. BOE는 2021년 12월 연 0.1%에서부터 14회 연속 금리를 인상했으나 통화정책위원들 사이에 금리 동결과 0.25%포인트 인상 의견이 5대 4로 팽팽하게 엇갈리면서 결국 기준금리를 5.25%로 동결했다. 다만 베일리 영국은행 총재는 “추가 인상이 필요할지 면밀히 관찰할 것”이라고 추가 긴축의 여지를 열어뒀다.
이날 열리는 BOJ를 향해서도 시장에서는 동결 전망이 우세하다. 지난 7월 수익률곡선제어(YCC) 정책을 수정한 지 두 달밖에 지나지 않은 만큼 정책 변경 효과를 좀 더 지켜볼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다만 우에다 일본은행 총재가 요미우리신문 인터뷰서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한 이후에도 물가 목표(2%) 달성이 가능하다고 판단되면 해제할 것”이라고 언급한 만큼 그의 발언에도 시선이 쏠린다. 달러·엔 환율은 148엔까지 오르며 엔화 약세폭이 커지고 있다. 작년 일본 재무부가 150엔이 되자 대규모 달러 매도 개입에 나섰다는 점을 고려하면 달러·엔 환율의 수준이 외환당국의 심기를 거스를 만한 수준까지 높아지고 있다.
이에 이날 국고채 시장에서는 낮 12시에 발표되는 BOJ 통화정책회의 결과를 주시하는 가운데 간밤 미국채 금리 흐름을 반영하며 약세를 보일 것으로 전망된다. 간밤 미국채 금리는 2년물 기준 전거래일 대비 2.8bp 하락한 5.144%, 10년물 기준 10.1bp 오른 4.500%를 기록했다. 4.5%대는 지난 2007년 10월17일(4.554%) 이후 약 16년 만이다.
간밤 발표된 미국 경기 지표는 엇갈렸다. 지난주 미국 신규 실업보험 청구자 수는 전주보다 2만명 감소한 20만1000명에 그쳤다. 월가 예상치(22만5000명)을 크게 밑돌았고, 지난 1월 이후 8개월 만에 가장 적은 수준이다. 신규 실업보험 청구자 수의 감소는 그만큼 고용이 탄탄하다는 의미다. 반면 미국의 8월 기존주택 거래는 전월 대비 0.7% 감소했고 미국 8월 경기선행지수도 전월 대비 0.4% 하락하면서 17개월 연속 하락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시장에선 연준이 고용지표를 예의주시하고 있는 만큼 실업 청구건수 감소에 주력했다.
정부에선 국고채 시장 안정에 주력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 21일 내달 8조5000억원 규모의 국고채를 경쟁입찰 방식으로 발행한다고 밝혔다. 이달(9월) 대비 2조5000억원 줄어든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