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단 선택 교사 일기장엔 "다 버겁고 놓고 싶다"

서울교사노조, 유족 동의 얻어 고인 일기장 일부 공개
극단 선택 2주 전 작성…“업무 폭탄과 학생 난리 겹쳐”
“모든 게 버거워지고 놓고 싶다는 생각…숨이 막힌다”
  • 등록 2023-07-25 오전 8:51:44

    수정 2023-07-25 오전 8:51:44

[이데일리 신하영 기자] 지난 18일 극단적 선택을 한 채 발견된 서울 서이초 교사의 일기장 일부가 공개됐다. 고인은 해당 일기장에서 “버겁고 (내려)놓고 싶다”며 힘든 심경을 토로했다.

서울교사노동조합 공개한 고인의 일기장 일부(사진=서울교사노조)
서울교사노동조합은 25일 유족의 동의를 얻어 고인의 일기장 중 일부를 공개했다. 공개된 일기장에서 고인은 “금요일과 주말을 지나면서 무기력은 있었지만 그래도 힘들다고 느껴질 정도는 아니었다”라면서도 “월요일 출근 후 업무폭탄과 00(학생이름)의 난리가 겹치면서 그냥 모든 게 다 버거워지고 놓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숨이 막혔다”고 토로했다. 고인은 이어 “밥을 먹는데 손이 떨리고 눈물이 흐를 뻔 했다”고 덧붙였다.

서울교사노조는 “해당 일기는 고인이 생을 마감하기 대략 2주 전인 7월 3일 작성된 것”이라며 “생전의 고인이 업무와 학생 문제 등으로 인해 어려움을 겪었다는 점을 분명 확인할 수 있다”고 밝혔다.

서이초 1학년 교사 A씨는 학급에서 일어난 소위 ‘연필 사건’으로 힘들어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해당 학급의 학생이 연필로 다른 학생의 이마를 그었으며, 이 일로 고인이 학부모의 악성 민원에 시달렸다는 것. 앞서 서울교사노조는 지난 21일 “A씨가 출근할 때 (연필 사건에 대해) 선생님 때문이야라고 말하는 학생의 환청이 들린다고 했다. A씨에게 학부모가 찾아와 당신은 교사 자격이 없다고 발언했다” 등의 동료 교사들의 제보를 공개한 바 있다.

서울교사노조는 “다시 한번 진상규명을 촉구하며 전국의 교사들의 목소리에 교육 당국이 응답하기를 바란다”며 “무고성 아동학대 신고로부터 교사를 보호하고 무분별한 민원으로부터 교사를 보호할 대책을 신속히 강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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