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 채권왕으로 불리는 제프리 건들락 더블라인캐피털 회장은 지난 15일(현지시간) 이데일리 등이 참석한 자사의 투자자 대상 화상 대담에서 “최근 연준의 통화정책은 너무 공격적”이라며 이렇게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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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들락 “연준, 경제를 쓰레기통으로”
건들락은 억만장자 투자자 중 한 명으로 월가 내 영향력이 큰 인사다. 1971년 핌코를 창업해 세계 최대 채권투자회사로 키워낸 원조 채권왕 빌 그로스 이후 그 지위를 물려받은 신(新)채권왕으로 불린다.
건들락은 “연준이 이번달 기준금리를 75bp(1bp=0.01%포인트) 인상할 것으로 본다”면서도 “그러나 75bp가 아닌 25bp를 올려야 한다”고 주장했다. 제로(0) 금리를 고수하던 연준은 지난 3월 인상 이후 전례를 찾기 어려운 속도로 돈줄을 조여 왔다. 이번달 75bp 인상 자이언트스텝을 또 밟는다면 기준금리는 3.00~3.25%다. 울트라스텝을 강행할 경우 3.25~3.50%다. 불과 반년 사이 300bp 이상 올리는 것이다. 올해 초만 해도 이 정도 인상 폭을 점친 월가 인사는 거의 없었다. 만약 100bp를 올리는 울트라스텝이 현실화한다면, 연준이 현재 연방기금금리(FFR)를 정책금리로 채택한 1990년 이후 처음이다. 건들락은 “긴축 전망이 ‘없음’에서 ‘매우 높음’으로 갑자기 바뀌어서 달러화가 폭등하는 것”이라고 했다.
주목할 것은 건들락이 2년여 전부터 누구보다 앞장서 인플레이션을 경고했다는 점이다. 그는 지난해 1월 당시 “지금은 1970년대 중반을 생각나게 한다”며 “올해 금리를 4번 올려야 할 것”이라고 했다. 그러나 제롬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은 일시적’이라는 말만 반복하며 지난해 내내 돈을 풀었다. 인플레이션을 걱정하던 건들락이 갑자기 디플레이션을 우려하는 것은 연준의 정책 실기를 비판하는 것으로 읽힌다. 연준이 정작 긴축을 해야 할 때 방관하다가 돌연 공격 긴축에 나선 ‘뒷북’으로 경기 경착륙 충격을 초래했다는 것이다. 건들락의 이날 발언은 지난 2년여간의 화상 대담 중 가장 단호한 어조였다.
건들락은 “미국은 지금 침체를 겪고 있지 않다”면서도 “내년은 침체의 해가 될 것”이라고 했다. 이를테면 미국 모기지은행협회(MBA)가 집계하는 30년 만기 고정 주택담보대출(모기지) 평균금리는 최근 6.01%로 집계됐다. 글로벌 금융위기가 닥친 2008년 이후 처음 6%를 넘었다. 미국인들은 임대료, 이자, 세금 등 주거 관련 비용이 높은 편이다. 주거 비용이 급증하면 소비를 줄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건들락은 또 “주식 약세장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며 뉴욕 증시의 추가 하락을 점쳤다.
건들락은 아울러 미국의 부채 중독을 강한 어조로 비판했다. 성장세 둔화를 빚 내기를 통해 대응하고 있다는 것이다. 최근 조 바이든 대통령 역시 마찬가지다. 그는 “부채가 성장세를 떨어뜨리고 있다”며 “미국 경제는 부채 중독을 끊고 재활에 들어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미국 재무부에 따르면 국가부채는 2008년 4분기 10조7000억달러 규모였는데, 올해 2분기 사상 최대인 30조5700억달러까지 불어났다. 산적한 부채는 연준의 돈줄 조이기로 국채금리가 폭등할 경우 이자비용이 천문학적으로 불어난다는 점에서 문제다.
“연준 예측가능성 떨어졌다” 볼멘소리
추후 전망도 상황은 비슷하다. 미국 금융사에서 채권 어드바이저로 일하는 한 인사는 “요즘은 연준의 금리 인상으로 최종금리가 5% 내외가 될 것이라는 얘기가 나오고 있는데, 이는 상상하기 어려웠던 숫자”라며 “연준의 기조가 언제 어떻게 바뀔지 예상하기 어렵다”고 전했다. 최종 금리에 대한 예측이 며칠 사이에 3% 중후반→4% 초중반→5% 내외 등으로 너무 빠르게 바뀌고 있다는 설명이다.
그러는 사이 △연준 통화정책에 민감한 2년물 국채금리는 2007년 이후 처음 4% 돌파를 눈앞에 두고 있고 △주요국 통화 대비 달러화 가치인 달러인덱스는 2002년 이후 처음 110선에서 고착화하고 있다. 금리와 달러가 움직이면서 뉴욕 증시는 연일 롤러코스터를 타고 있다.
건들락의 연준 ‘작심 비판’은 다른 나라에 시사점이 더 크다. 연준이 미국 수입물가를 낮추고자 ‘킹달러’를 사실상 용인하고 있는데, 달러화 가치가 얼마나 더 오를지 예측이 어려운 탓이다. 당장 한국부터 원·달러 환율 1400원 돌파가 목전에 왔다. 1500원까지 열어둬야 한다는 공포감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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