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대출 민원 급증하는데 전화 안받는 금융위

  • 등록 2021-11-05 오전 9:22:42

    수정 2021-11-05 오전 9:22:42

[이데일리 노희준 기자] “왜 이렇게 가계부채를 담당하는 금융정책과는 전화를 안 받나요?”(기자)

“민원 전화가 너무 많아 그런 것 같아요. 기획재정부나 국토교통부, 금융위원회는 큰 정책을 발표한 뒤에는 전화 온 걸 모르게 조치를 취하는 경우가 있습니다. 안 그러면 일을 할 수가 없어요”(정부 관계자)

금융당국은 최근 10·26가계부채 대책을 내놨다. 이후 기자는 28일까지 거의 매일 담당과인 금정과에 전화를 걸었다. 가계부채 후속 이행 방안 등을 취재하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전화는 늘 불통이었다. 통화중도 아닌데 왜 그럴까. 그래서 문의한 결과 돌아온 답변이 이와 같다.

그나마 기자는 괜찮다. 과장 이상 핵심 관계자들의 휴대폰 번호를 알고 있어서다. 사정도 안다. 금융위에 인력이 충분치 않고 가계부채를 담당하는 금정과 사무관이 2명인 데다 한명은 가계부채 외 다른 업무도 하고 있어 바쁘다는 것을 말이다. “민원인 전화 잘못 받았다가 끊지도 못해 몇 시간씩 전화통만 붙들고 있어야 해요”라는 정부 관계자 하소연도 이해된다.

하지만 그렇다고 전화 수신 상태조차 외면하고 업무에만 집중하겠다는 정부 입장 역시 시장을 살펴야 하는 금융당국의 입장으로서 적절치 못하다는 생각이다. 채권·주식·외환·자금시장 등 수요과 공급이 만나는 곳만 살피고 지표만 체크하는 게 시장을 살피는 건 아니다. 시민들이 정책을 어떻게 받아들이는지, 정책 취지와 다르게 잘못 수용하고 있는 건 없는지, 시민들이 우려하는 부분은 뭔지를 파악하는 것도 시장을 살피는 일이다.

올해 3분기(7~9월) 은행권의 대출 관련 민원이 5년 만에 최고 수준으로 치솟았다. 은행연합회 공시를 보면, 은행권에 접수된 민원은 622건으로 전분기 대비 9% 늘었는데 대부분 여신 관련 민원 증가세가 두드러졌다. 강도높은 가계부채 총량관리 여파로 8월 말부터 농협은행발 대출중단 사태가 발생한 것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풀이된다. 진정 정부가 서민과 실수요자를 보호하겠다면, 다소 거칠더라도 실제 대출받는 사람들의 목소리에도 귀를 기울여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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