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강신우 기자] 오세훈 서울시장이 재건축 활성화를 위해 광폭 행보하고 있다. 서울시가 이르면 다음 달 여의도 지구단위계획을 발표하기로 한 가운데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재건축정비사업추진위원회(이정돈 위원장)와 만나 재건축사업 관련 막바지 논의를 하기로 했다.
| 대치동 은마아파트 재건축 조감도.(사진=강남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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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2일 서울시·강남구청·정비업계 등에 따르면 시는 오는 31일 대치은마(28개동·4424가구) 재건축추진위와의 2차 주민간담회를 열고 정비계획안 심의 전 막바지 협의에 돌입한다. 이 자리에는 구청 실무자도 참석한다. 강남구 관계자는 “시가 이번 주민간담회에 구청 재건축 담당자 참여를 요청했고 정비계획 추진과 관련한 구체적인 사항을 논의하기로 했다”고 밝혔다.
2차 간담회에서는 박원순 전 시장 당시 정비계획 통과를 위한 조건으로 내건 대치은마 정비구역 밖 ‘사유지 매입’건이 테이블에 오른다. 은마 추진위는 이를 과도한 조건이며 정비계획안 심의·통과의 걸림돌로 보고 있다.
추진위 관계자는 “은마아파트에 출입문이 2개가 있는데 1개는 도로와 ‘T’자로 접해 있고 나머지 하나는 15도 방향으로 도로와 틀어져 있어서 이를 반듯하게 하라는 것이 박원순 전 시장 때 시의 요구였다”며 “사유지 땅이 건물까지 1000억원이 넘는데 어떻게 매입할 수 있겠느냐”고 했다. 이 관계자는 또 “이 조건만 없다면 교통영향평가와 정비계획안 심의가 빠르게 이뤄질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했다.
이 밖에도 기존 전용면적 45㎡ 단일 평형으로 한 동에 임대가구가 몰려 있는 계획안에서 이를 59㎡로 면적을 넓혀 분산 배치(소셜믹스)하는 방안을 시와 협의하고 있다.
부동산 전문가들은 대치은마 정비계획안 통과만으로 재건축시장에 큰 영향을 미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는 또 한강변 아파트 첫 주동의 ‘15층룰’ 규제를 단지별 조건부로 풀고 여의도 역세권 인근 단지에 한해 50층 이상 층고를 완화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여의도 아파트지구 지구단위계획안을 이르면 내달 발표하기로 하면서 기대감이 한층 고조되고 있다.
심교언 건국대 부동산학과 교수는 “재건축시장이 정부의 규제로 꽁꽁 언 상태에서 강남 재건축의 바로미터라고 불리는 대치은마의 정비계획안이 시를 통과한다는 시장에 미칠 영향이 굉장히 클 것”이라며 “다만 재건축초과이익환수제 등 시의 손을 떠난 규제가 많아 재건축을 통한 공급이 활성화하려면 시와 정부의 긴밀한 협의가 필요한 상황”이라고 했다.
앞서 시는 지난 6월, 서소문2청사에서 대치은마를 비롯해 압구정동 압구정현대·송파구 잠실동 잠실주공5단지 재건축 조합장들과 차례대로 만나 TF실무회의를 열었다. 이날 회의에서는 재건축 현안 파악과 정비계획과 관련한 사업 단지의 요구사항 등을 듣고 도시·건축공동위원회 안건 상정 등 향후계획을 논의했다.
|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경위.(자료=강남구)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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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대치은마는 지난 2002년12월 주민 재건축 동의율 77.43%를 받아 추진위가 승인됐다. 이후 2010년3월 안전진단 D등급 판정을 받고 2017년5월 정비구역지정 및 정비계획안 지정 신청서를 서울시에 제출했지만 3번 보류 및 재자문 통보를 받았고 최근 시에서 공공임대주택의 ‘소셜믹스’를 고려해 달라고 통보하면서 사실상 또 한 번 반려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