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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아무리 좋은 식자재를 써도, 주방의 위생 상태가 청결해도 음식에 MSG를 첨가하면 착한 식당에 선정되지 못했다. 당시 화학조미료인 MSG의 유해성이 논란이 됐던 터라 자연스레 MSG에는 부정적인 인식이 자리잡았다.
2020년 현재 유튜브를 들어가면 대부분의 요리 유튜버들은 미원을 비롯해 치킨스톡, 굴소스 등 온갖 MSG를 요리에 자연스럽게 첨가한다. ‘흑종원’이라 불리는 유명 유튜버 ‘아하부장’ 역시 식당 음식에서 나는 감칠맛을 구현하기 위해 MSG를 필수적으로 사용해야 한다고 역설하고 있다. 이제 MSG는 유해 물질이란 오명을 벗고 부족한 맛을 잡아주는 필수 식재료로 자리 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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日 아지노모도, 세계 최초로 MSG 만들다
MSG, 즉 글루타민산나트륨은 신맛과 쓴맛을 완화 시키고 단맛에 감칠맛을 부가 하며 식품의 자연풍미를 끌어 내는 기능이 있다. MSG를 처음 발견한 사람은 일본의 화학자 이케다 키쿠나에(池田菊苗)다. 그는 1907년 다시마에서 MSG를 발견하고 대량으로 추출하는 방법을 알아냈다.
이케다 박사는 사업가 스즈키 사부로스케와 손잡고 1908년부터 MSG를 대량으로 생산해 판매하기 시작한다. MSG의 시초 아지노모도(味の素)의 탄생이다. 대량의 가다랑어포(가츠오부시)를 끓여내야 얻을 수 있었던 감칠맛을 한 꼬집으로 낼 수 있게 해주는 이 마법의 가루는 일본에서 불티나게 팔려나가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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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지노모도 영향 받은 조미료 양강, 미원과 다시다
1945년 일본이 패망하자 일본 기업이었던 아지노모도도 한반도에서 발을 빼야만 했다. 그러나 아지노모도에 길들여진 입맛은 쉽게 변하지 않았다. 그 틈을 치고 나온 것이 동아화성공업이다. 동아화성공업은 자체적으로 MSG를 개발해 한국 시장을 장악했다. 아지노모도의 뜻이 맛의 근원이란 점을 감안해 자체 생산하는 MSG의 이름은 ‘미원’으로 지었다. 동아화성공업은 현재 대상그릅으로 성장했다.
조미료 시장의 패권자 대상에게 도전한 곳은 다름 아닌 제일제당이다. 제일제당은 대상의 아성을 무너뜨리기 위해 원조라 할 수 있는 아지노모도와 기술 제휴를 맺는 승부수를 띄웠다. 이렇게 탄생한 조미료가 ‘미풍’이다. 그러나 미풍은 미원의 아성을 넘지 못하고 영원한 2인자에 머물러야 했다.
재밌는 점은 제일제당이 만든 다시다 또한 일본 아지노모도의 혼다시를 참고했단 점이다. 출시 당시 다시다 생선맛의 포장지가 혼다시의 포장지 디자인과 거의 흡사하다는 점이 이를 반증한다. 혼다시는 1970년, 다시다는 1975년에 출시됐다. 결국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이 팔리는 조미료 2가지 모두 아지노모도의 영향을 받은 셈이다.
한국 문 두드린 아지노모도, 한일 무역전쟁에 발목
아지노모도는 1998년 대상과 CJ제일제당이 장악한 한국 조미료 시장에 다시금 얼굴을 내밀었다. 아지노모도는 빅솔과 대리점 계약을 맺어 수입판매를 맡기다 2003년 빅솔과 합작법인 ‘한국아지노모도’를 세우고 판매권 을 넘겼다. 2018년에 농심과 합작법인 ‘아지노모도농심푸즈’를 세워 경기 평택 포승공장에서 보노 컵스프 생산을 개시했다.
한국에 진출한 아지노모도 합작법인들의 실적은 꾸준히 향상하는 듯 보였다. 실제로 한국아지노모도의 경우 2006년 회계년도(2006년 4월~2007년 3월)를 기준으로 매출액 138억원, 영업이익 16억원을 기록했던 한국아지노모도는 2018년 회계년도 기준 매출액 320억원, 영업이익 63억원을 기록하며 성장세를 나타냈다.
그러나 지난해 발발한 한일 무역전쟁이 아지노모도의 발목을 잡았다. 2018년 회계년도 기준 매출액 320억원, 영업이익 63억원을 기록했던 한국아지노모도의 실적은 2019년 회계년도 기준 매출액은 210억원, 영업이익은 19억원으로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아지노모도농심푸즈의 영업손실도 5억원에서 28억원으로 급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