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보자! 경기북부]조선 풍운아 '세조'와 함께하는 사찰 나들이

세조와 정희왕후 묻힌 '광릉'의 능찰 봉선사
왕실 안녕 기원 불암사 · 세조가 지은 수종사
  • 등록 2020-07-11 오전 10:41:10

    수정 2020-07-11 오전 10:41:10

[이데일리 정재훈 기자] 자신의 권력욕을 채우기 위해 무력으로 조카를 왕에서 폐위시켰다는 꼬리표가 늘 따라다니는 조선시대 7대 임금 세조.

경기북부엔 조선시대가 낳은 풍운아 세조의 흔적들을 따라가보며 요약할 수 없는 그의 삶이 보여주는 복잡함을 한 발짝 떨어져 바라볼 수 있는 공간이 있다.

전국에 걸쳐 장맛비가 예고된 이번 주말, 우산 속에 몸을 숨기고 세조의 흔적이 남아있는 고즈넉한 사찰의 풍경을 눈에 담는 것도 장마를 즐기는 좋은 방법 중 하나이지 않을까.

봉선사.(사진=경기관광공사)
왕의 뜻이 담긴 광릉의 능찰 봉선사

지금의 남양주시 진접읍에는 1468년 세조가 승하하고 예종이 즉위하면서 선왕을 모시는 광릉이 만들어졌다.

“내가 죽으면 속히 썩어야 하니 석실과 석곽을 사용하지 말고 병풍석을 세우지 말라”는 유언에 따라 석실로 만들던 왕릉을 석회로 바꾸고 봉분 주위에 둘렀던 병풍석도 생략했다.

자신의 죽음을 간소하게 하고 싶었던 세조의 뜻은 받들되, 자식된 도리를 다하고자 했던 예종의 고민이 들여다보이는 대목이다. 세조의 능침을 보호하며 명복을 빌기 위해 인근에 있던 운악사를 능찰로 삼아 이름을 바꾼 것이 바로 지금의 봉선사다.

임금이 봉선사의 현판을 직접 썼으며 보물 397호 봉선사 대종도 이 때 주조했다. 안타깝게도 세조와 정희왕후의 위패를 모셨던 어실각은 소실됐지만 지금은 지장전으로 이름을 바꿔 복원됐다.

이후 봉선사는 왕실의 보호를 받으며 불교의 학문적 중심지로 자리잡았다. 전국 승려들의 승과시험이 봉선사에서 열렸고 서산대사나 사명대사 같은 후대 이름 높은 고승들도 이곳에서 승과를 치를 만큼 권위가 있었으며 이런 전통은 오늘날까지 이어져 봉선사는 불교대학을 통해 다양한 강좌를 진행하고 있다.

봉선사는 아름다운 풍경 덕에 가수 조용필과 유현상이 결혼식을 올렸던 장소로도 유명하며 매년 여름이면 연꽃축제를 개최해 많은 방문객이 찾는 명소다 보니 템플스테이도 가능하다.

불암사.(사진=경기관광공사)
세조의 일생과 사후를 함께하는 불암사

남양주 천보산(天寶山)에 자리한 불암사는 본래 통일신라 시대인 824년 지증대사 도헌(道憲)이 창건한 천년사찰이다. 이후 고려 초 도선국사(道詵國師)가 다시 세웠고 조선 초에는 무학대사(無學大師)가 폐허가 된 절을 다시 창건하는 등 역사적으로 여러 우여곡절을 겪은 사찰이다.

시대의 변혁기마다 당대의 고승들과 연관되었던 만큼 불암사는 이름높은 사찰이었다.

특히 조선 세조 때는 왕성 사방에 왕실의 안녕을 기원하는 절을 뜻하는 ‘원찰’의 동쪽 절로 꼽혔다. 세조와 그의 비인 정희왕후 승하해 남양주 광릉에 터를 잡은 이후 불암사는 광릉을 지키는 능찰인 봉선사에 속한 말사이기도 하니 세조의 일생과 사후를 함께하는 사찰이기도 하다.

특히 이곳에는 지난 1989년 태국과 스리랑카에서 부처님 진신사리를 모셔와 세운 보탑이 있어 의미가 깊으며 절 뒤쪽의 불암산 기슭 불암봉 아래로는 폭포에서 떨어지는 물방울이 햇빛을 받아 구슬처럼 빛나는 명승으로도 유명하다.

수종사 삼정헌.(사진=경기관광공사)
‘떨어지는 물방울이 종소리를 냈다’하여 이름 지어진 수종사

남양주시 조안면에 위치한 수종사는 세조의 명에 따라 지어진 사찰이다.

1458년 지병 치료를 위해 금강산을 다녀오던 세조가 양수리에서 하룻밤을 보내게 됐는데 깊은 밤 어딘가에서 문득 은은한 종소리가 들려와 찾아보니 토굴 속에 18나한상이 있었고 바위 틈에서 물방울이 떨어지고 있었다. 물방울 소리가 바로 세조에게는 종소리처럼 들렸던 것이다.

이후 세조는 이곳에 절을 짓고 물의 종소리라는 뜻을 담아 이 사찰을 수종사(水鍾寺)로 이름을 붙였다고 전해진다.

수종사에서 내려다보는 두물머리 풍광이 아름다워 대한민국 명승 제109호로 지정됐다. 실제 서거정(1420~1488)이 ‘동방 제일의 풍경을 가진 사찰’이라고 감탄했을 만큼 수종사는 예로부터 문인과 예술가들의 사랑을 받았다.

정약용은 수종사에서 보낸 즐거움을 ‘군자유삼락’에 빗대었고 다선(茶仙)으로 이름 높았던 초의선사 의순과 한강의 풍경을 바라보며 차를 마시곤 했다.

실제로 수종사는 불교 차문화를 잇는 사찰로 현재도 ‘삼정헌(三鼎軒)’이라는 다실을 운영하고 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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