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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후 5개월의 아이를 키우고 있는 한부모 김모(22·여)씨는 한국에서 미혼부모로 살아가는 건 어렵다며 이같이 토로했다. 김씨는 “아이를 낳기로 결정하는 것도 존중받아야할 선택인데도 다른 선택보다 감당해야 할 건 너무 크다”며 “갓난아기를 돌보면서 생계도 이어야 하는 상황에서 가장 기본적인 국가 지원도 일일이 찾아야 하기 때문에 쉽지 않다”고 말했다.
한부모가족의 날 제정…지원 사각지대 놓인 미혼부모
지난해 1월 한부모가족 지원법 개정에 따라 한부모 가족의 날이 10일 제정됐다. 한부모 가족에 대한 사회적 관심을 제고하고 이들에 대한 편견을 없애기 위해서다. 하지만 미혼부모들은 관심과 선입견에 앞서 정부가 챙겨야 할 기초적인 지원도 받기 힘든 실정이다. 사단법인 한부모지원네트워크와 한국미혼모가족협회 등이 민간재단의 후원을 받아 실시한 민간 지원 프로그램인 트라이앵글 프로젝트에 따르면 이 프로그램은 지난 2015년 올해 3월까지 총 9394건의 상담과 1945건의 지원을 한부모 가정에 제공했다. 분유나 병원비를 위해 20만원을 긴급하게 지원받은 건수도 644건에 달했고 △물품지원 707건 △주거지원 486건 등이 뒤를 이었다.
정부에서도 미혼부모 지원을 위해 아동양육비나 아이돌보미 지원, 주거지원을 하고 있지만 선정기준과 행정절차 등 문제로 긴급한 지원이 필요하거나 사각지대에 놓인 미혼부모들까지 보호하지는 못하고 있다.
서울에 거주하는 10대 미혼모 C씨의 경우에는 이미 기초생활수급대상자였지만 출산한 자녀가 추가로 지원을 받으려면 1~2달 정도 걸렸다. 그 사이 자녀의 기저귀나 분유비용이 필요해 민간 기관의 도움으로 겨우 생활비를 마련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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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혼부의 출생신고 어려움…“아이 생존권까지 위협”
미혼부의 경우에는 기본적인 출생신고조차 어려워 아이 생존권까지 위협받고 있는 상황이다. 미혼부 김지환(42)씨는 “2015년 법이 개정돼 미혼부의 출생신고 절차가 간소화됐지만 아직도 최소 2개월에서 1년 이상 걸리는 경우도 있다”며 “그 기간 동안 의료보험 혜택 등 가장 기초적인 지원도 받지 못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그런 아이들은 존재는 하지만 관리체계에서 빠지기 때문에 생존권에 심각한 위협을 받는다”고 덧붙였다.
김씨가 돕고 있는 미혼부 D(43)씨도 출생신고의 어려움으로 정부 지원을 받지 못해 민간 기관의 도움을 받은 경우다. 그는 생후 4개월된 아이를 사라진 엄마를 대신해 키우기로 결심했으나 출생신고 기간이 길어지고 긴급지원도 행정절차 상 미뤄지면서 마지막 분유와 기저귀를 남겨두고 극단적인 선택까지 고민했다. 그는 가까스로 김씨와 연결돼 민간 기관의 도움을 받아 생계를 유지하고 있고 출생신고 소송도 진행 중이다.
전문가들은 미혼부모에 대한 지원 정책의 초점이 부모에서 아이로 바뀌고 이들을 도울 수 있는 체계적인 시스템이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했다. 정재훈 서울여대 사회복지학과 교수는 “미혼부모를 구분하는 기준부터 없애고 아이에게 초점을 맞춘 정책이 필요하다”며 “부든 모든 상관없이 아이가 있으면 의료 혜택이나 주거 혜택을 보편적으로 줄 수 있도록 해야 한부모 가정에서 아이의 생존권을 보장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오영나 한부모지원네트워크 대표는 “임신, 출산, 양육과정에서 지원해줄 수 있는 제도들은 더러 있지만 한부모 가정에서 아이를 돌보며 찾아보기 현실적으로 힘들다는 문제가 있다”며 “긴급생계지원, 의료지원, 주거지원, 심리상담 등 한부모 가정의 필요에 따라 적재적소에 지원을 해줄 수 있는 컨트롤타워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