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품 화장품, 앞다퉈 '메이드 인 코리아'..위탁생산↑

세계적인 화장품 기업..앞다퉈 우리나라 위탁 생산
색조 중심 위탁생산에서 기초 화장품 등으로 확장
지난 10년간 세계적 혁신상품은 한국 시장서 나와
  • 등록 2015-12-30 오전 8:01:49

    수정 2015-12-30 오후 5:32:00

[이데일리 염지현 기자] 세계적인 명품 화장품 기업들이 제품을 ‘메이드 인 코리아’로 돌리고 있다. 에어쿠션 같은 혁신 상품 덕에 ‘메이드 인 코리아’가 ‘메이드 인 이탈리아’나 ‘메이드 인 재팬’을 압도하는 추세다.

지난 6월 우리나라에 진출한 미국 화장품 기업 ‘네리움’은 1월부터 생산기지를 미국에서 한국으로 전환한다. 주문자상표부착생산(OEM)·제조자개발생산(ODM) 업체 ‘코스맥스’에서 제품 생산을 위탁하는 것.

지난 2008년 시장에 처음 출시된 후 세계적인 혁신상품으로 불린 아모레퍼시픽의 아이오페 에어쿠션
네리움 관계자는 “미국 내에서 특허받은 원료인 ‘SIG-1273’ 등을 직접 가져와 코스맥스에서 제조하는 방식”이라며 “본사에서 한국 시장에 관심이 많아 캐나다, 멕시코에 이은 세 번째 진출국으로 택했다”고 밝혔다.

아시아 국가 중에서 일본, 중국이 아닌 한국을 첫 진출국으로 택한 네리움은 코스맥스에서 생산한 제품을 아시아 전역으로 수출할 계획이다.

로레알 그룹의 명품 화장품 ‘랑콤’ 역시 국내 생산을 늘리고 있다. 상반기엔 ‘블랑 엑스퍼트 쿠션 콤팩트’ 등 색조 화장품만 위탁 생산을 맡겼지만 하반기부턴 기초 화장품으로 품목을 늘린 것으로 알려졌다.

LVMH(루이뷔통모에헤네시)그룹의 명품 화장품 브랜드 ‘크리스챤디올’은 아모레퍼시픽(090430) 그룹과 기술 협약을 맺었다. 디올 옷을 입고 시장에 나가지만 사실상 아모레의 기술력으로 제품을 생산한다는 말이다.

이 밖에도 ‘에스티로더’, ‘메리케이’, ‘슈에무라’, ‘맥’, ‘록시땅’, ‘입생로랑’, ‘존슨앤존슨’ 등 글로벌 화장품들이 국내 OEM 업체를 통해 제품을 만들고 있다. 다만 명품 브랜드의 위상에 문제가 생길까봐 이중 스티커 등으로 제조생산업체를 가리는 경우가 많을 뿐이다.

명품 브랜드들이 일본, 이탈리아 대신 한국을 선택하는 이유는 지난 10년간 대부분의 혁신 제품들이 우리나라에서 나왔기 때문이다. 그 대표적인 제품은 아모레퍼시픽이 지난 2008년 처음 만든 ‘에어쿠션’이다. 이밖에도 BB크림, CC크림 등이 모두 우리나라에서 만들어졌다.

업계 관계자는 “요새는 미국이나 프랑스에 있는 에스티로더, 로레알 본사 담당자들이 서울 명동을 한 달에 한번씩 시장 조사하러 나올 정도”라고 귀띔했다.

특히 우리나라 화장품은 제품 개발 주기가 빠른 것이 큰 장점으로 꼽힌다. 로드숍 화장품 브랜드에서 커피 한잔 값도 안되는 가격에 한해에 몇 십개나 실험적인 제품이 출시되는 것이 예다. 이 때문에 트렌드가 빨리 바뀌는데다가 독특한 상품을 좋아하는 중국 소비자들의 입맛을 맞출 수 있었다.

한 글로벌 화장품 회사 제품개발 연구원은 “처음에만 해도 명품 화장품 기업이 국내에서 일부 색조 제품만 생산 발주를 맡겼는데 올해를 기점으로 훨씬 기술력이 높은 스킨케어 제품까지 메이드 인 코리아로 돌아섰다”며 “내년이면 국내 업체가 그간 1위였던 이탈리아 제조업체인 인터코스를 누를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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