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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존에도 ‘자율출근제’를 도입한 회사는 좀 있는데요, (자율출퇴근제하고 ‘퇴근’이라는 단어가 빠져 있는 게 다르죠?) ‘나는 한시간 늦은 10시에 출근하고 대신 좀 더 늦은 7시까지 근무할래요’ 이런 식으로 출근시간을 선택할 수 있는 제도입니다.
‘퇴근’이란 단어가 더 들어간 자율출퇴근제는 자율출근제보다 더 자유롭게 근무시간을 정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오늘은 컨디션이 안좋으니까 4시간만 일하고, 대신 다음날 12시간을 몰아서 일할 수 있습니다. 아무튼 모두 합쳐서 일주일에 40시간만 일하면 되는 방식입니다.
그래도 며칠씩 안 나오는건 좀 그러니까 (얼굴 까먹을까 봐 걱정이었을 수도 있겠네요) 매일 출근해서 하루 4시간은 최소한 근무하고 (그래서 얼굴 도장은 찍고) 나머지는 알아서 결정하라는 겁니다.
이렇게 되면 목요일에 먼저 12시간 일하고 금요일에는 4시간만 근무한 다음 일찍 퇴근해서 가족들과 어디 여행을 다녀오던지, 아니면 월요일 아침 너무 피곤하니까, 월요일에는 오후에 나와서 4시간만 일하고 대신 화요일 수요일에 2시간씩 더 일하는 것도 가능하겠죠? 다양한 근무시간 변형이 가능해지는 장점이 있습니다.
삼성은 “직원들의 근무시간을 유연하게 하면 창의성이 높아질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는데요, 그런데 사실 이런 제도는 수당 문제와도 관련이 있습니다.
오전에 적당히 일하다가 습관적으로 야근하는 경우도 적지 않은데요, 늦게까지 일하는 게 바람직한 건 아니지만 그래도 야근수당을 챙길 수 있습니다. 시간외수당은 낮 근무보다 1.5배를 받은 수 있으니까, 꽤 짭짤한 수입이 됩니다.
그런데 자율출퇴근제로 바뀌면 저녁에 일한다고 해도 시간외수당을 받기가 애매해집니다. 낮에 일하건 밤에 일하건 아무튼 총 40시간 이내에는 수당을 지급하지 않게 됩니다. 40시간을 넘어선 일한 시간만큼만 시간외근로 수당을 신청하는 방식으로 바뀝니다.
결국 쓸데없이 저녁시간까지 남아서 근무하는 관행은 상당히 줄어들 수 있고요, 회사 입장에는 인건비를 줄일 수 있습니다. 물론 직원들의 수당도 자연스럽게 줄어들게 됩니다.
그렇더라도 직원들 입장에서도 꼭 나쁜 거라고 하기는 어렵습니다. ‘나는 집에 들어가는 게 너무 무섭다’는 분들을 제외하고는 가족과 시간을 더 보낼 수 있을 테니까 말이죠.
아무튼 삼성은 이달 내에 삼성전자 본사부터 이 제도를 시행하는데요, 효과가 좋으면 삼성의 다른 계열사와 해외법인으로 적용을 확대할 계획이라고 합니다. 국내 최대 기업인 삼성의 실험이 만약 성공하면 다른 기업들에게도 영향이 있을 것 같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