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게…. 마음 비우기에 관한 내용이었는데. 제목이 뭐였더라. 잘 생각나지 않네요.”
“읽은 지 얼마나 되셨어요?”
“한 달 반전? 아니 두 달쯤 된 것 같기도 하고…” 남의 이야기가 아니다. 얼마 전 문화부에서 발표한 조사에 의하면 우리나라 성인은 1년에 약 9.9권의 책을 읽는다고 한다. 채 한 달에 한 권도 읽지 않는다는 이야기다. 심지어 일 년 내내 책 한 권도 읽지 않은 성인도 10명 중 3.2명에 달한다. ‘독서율을 보면 그 나라가 선진국인지 알 수 있다’고 한다는데, 세계적인 IT 강국에, 1인당 국민소득 2만 달러, 인구 5천만 명의 이른바 ‘선진국 20-50클럽’에 7번째로 진입한 대한민국 국민이 이렇게 낮은 독서율을 보이는 것이 일견 민망스럽고 일견 이상스럽다.
그보다는 오히려 우리의 책 읽는 습관에 근본적인 문제가 있는 건 아닐지 살펴볼 필요가 있을 성 싶다. 서점에 가보면 놀라운 사실을 발견한다. 유아부터 초등, 중등, 고등 전 교육과정에 거쳐 ‘필독서’, ‘권장도서’가 아닌 책이 거의 없다. 어린 시절 재미나게 읽었던 어지간한 동화나 소설들은 대부분 필독서라는 타이틀을 달고 있다. 줄잡아 백 여권은 됨 직한 이 책들은 더이상 마음 그릇을 넓히고 생각을 키우는 읽는 책들이 아닌 이른바 고입, 대입 시험 대비 교과서나 참고서로 변신해 있다.
독서는 일종의 놀이이자 몸에 밴 습관이다. 집 안에 책이 널려 있고 언제나 부모가 책을 읽으면 자녀도 덩달아 책을 들고 놀기 마련이다. 억지로 공부시키듯 필독서를 읽히려 하기 전에 엄마부터 자연스레 책을 읽으면 된다. 습관이 되지 않았다고 독서를 어색해 할 필요도 없다. 아침에 신문을 보고, 출근해서 이메일을 체크하듯 잠들기 전 혹은 점심 자투리 시간 30분 정도만 자기의 영혼을 위한 독서에 투자해 보라. 짧은 시귀 한 소절이 잊고 지낸 초심을 불러내기도 하고 한 페이지의 여행담이 새로운 꿈을 불러일으키기도 한다. 조금씩 쌓인 새로운 지식이 어느새 사회생활의 적지 않은 경쟁력이 되어주기도 한다.
한 며칠 장맛비에 잠을 설쳤다면 퇴근길에 서점에 들러 한 권의 책을 사길 권한다. 시원한 수박 한 입 깨물고 빠져드는 여름날의 책 읽기는 더없이 달콤하고 깊은 맛이다. 돌이켜보면 사춘기의 여름밤에 만났던 헤르만 헤세와 스탕달, 니체 그리고 박경리와 박완서의 책들이 지금껏 힘겹고 어려울 때마다 적지 않은 용기와 격려를 주고 간간이 지혜도 빌려 주었다. 무심히 흘려보내기 쉬운 한 여름밤, 책을 펼쳐들고 긴 호흡의 심신충전을 시도해 보는 건 어떨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