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daily 하정민기자] 사모펀드 업계의 명가 칼라일이 100억달러 규모의 초대형 사모펀드를 설립키로 했다. 세계 사모펀드 업계의 확장과 업체 간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는 가운데 칼라일이 초대형 펀드를 출시함에 따라 경쟁업체들도 이 대열에 동참할 것으로 점쳐지고 있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29일(현지시간) 칼라일이 업계 사상 최대 규모인 100억달러 규모의 바이아웃(buyout 경영권 인수 후 기업 가치를 높여 재매각) 전문 펀드를 출시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칼라일이 출시한 새로운 펀드는 미국에 78억5000만달러, 유럽에 22억달러를 투자할 계획이다. 100억달러를 레버리지 투자할 경우 총 조달 가능 자금은 무려 450억달러로 불어난다고 WSJ은 설명했다. 이는 나이키와 포드자동차의 시가총액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은 규모다.
1987년 창업한 칼라일은 현재 28개의 펀드를 통해 총 250억달러의 자산을 운용하고 있다. 칼라일의 공동 창업자인 데이빗 루벤스타인은 "새로 출시될 펀드의 규모가 큰 만큼 대형 그룹이나 잘 알려진 기업들도 우리 펀드의 매입 대상이 될 수 있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공격적인 일성을 내놨다. 그는 "우리에겐 모든 것이 검토 대상"이라고 거듭 강조했다.
불과 몇 년 전까지만 해도 사모펀드에 대한 일반인들의 인식은 좋지 않았다. 그러나 사모펀드 업계의 외형이 날로 커지면서 상황은 급변하고 있다. 루벤스타인은 "과거에는 사람들이 미국 자본주의의 표상으로 제너럴모터스(GM)이나 IBM을 떠올렸지만 이제는 사모펀드를 떠올린다"고 까지 말했다.
그러나 칼라일의 100억달러 펀드가 오랫동안 세계 1위 위치를 지키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블랙스톤, 워버그 핀커스, 골드만삭스 등은 칼라일보다 더 큰 규모의 사모펀드를 출시할 예정이기 때문이다.
한편 WSJ는 사모펀드 업계의 외형 확장 경쟁이 사모펀드에게 또 다른 위험 요인이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일반적으로 많은 사모펀드들은 불과 십여 명의 직원만을 보유할 정도로 조그만 조직을 운영하고 있다. 이런 사모펀드들이 외형 확장에 따른 인원 확충, 기업 문화 변화 등을 쉽사리 감당할 지 의문이라는 논리다.
돈 문제도 빼놓을 수 없다. 사모펀드의 잇따른 대형 기업 사냥으로 인수금액이 점점 커지면서 사모펀드 업체끼리 서로 컨소시엄을 구성하는 경우도 잦다. 칼라일이 블랙스톤, 베인캐피탈, 실버레이크파트너스 등과 함께 미국 선가드 데이타 시스템즈(SDS)를 100억달러에 인수한 것이 대표적인 예다. 그러나 이 경우 수익 및 경영권 배분에 관한 분쟁이 발생할 소지가 크다고 신문은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