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절 연휴 첫째 날인 2일,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진자 수가 9일째 2000명대를 기록하는 상황에서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가 대표로 있는 국민혁명당이 경찰의 엄정 대응 경고에도 기자회견을 잇달아 개최하면서 이를 제지한 경찰과 거센 충돌이 빚어졌다. 서울 종로구 일대에서는 태극기를 흔들며 고성을 내는 당원들과 경찰 간 몸싸움·실랑이가 벌어지면서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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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혁명당은 이날 오전 11시 서울 종로구 동화면세점 앞에서 ‘문재인 탄핵과 종전선언 반대를 위한 1000만 국민서명 및 1인 걷기운동’을 시도했다. 하지만 경찰은 이날 서울 도심에 56개 부대를 배치하고 검문소 15곳을 설치해 종로·광화문 일대를 통제했다.
경찰의 통제에 가로막힌 국민혁명당은 급하게 당주동 새문안교회 앞으로 기자회견 장소를 바꿨다. 기자회견에 앞서 당 관계자들은 “길 지나가는 거 막지마”라며 고성을 내는 등 경찰과 약 20분간 언쟁을 벌였고, 주변 지지자들도 태극기를 흔들며 통행을 감행했다. 이에 대해 경찰은 “감염병예방법 제49조에 의해 2인 이상 집회·행사·일반 행사를 금지한다”며 경고 방송을 이어가며 대응에 나섰다. 이날 전 목사는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이명규 국민혁명당 특검단장 변호사는 “대한민국 국민과 전인류의 생명과 재산에 중대한 위협을 가하는 대량살상무기를 만드는 북한에 경고한다”며 “핵과 탄도미사일 발사를 즉각 중단하고 폐기하라”고 기자회견 개최 이유를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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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회 참가자들과 경찰 간 충돌이 잇따르고 종로구 일대 설치된 펜스로 인해 연휴에 외출한 시민들은 이동에 큰 불편을 겪었다. 특히 국민혁명당이 기자회견을 연 새문안교회와 인의동 효성주얼리시티 인근에서는 태극기를 손에 든 당 지지자들이 삼삼오오 모여 마스크를 벗고 음식을 먹어 주변 시민들의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1인 혹은 다수가 모인 참가자들은 태극기를 연신 흔들며 정부를 비판하는 구호를 힘껏 외쳤다. 시민들은 집회 현장을 보고서는 “왜 이렇게 시끄러워”, “길이 너무 복잡하네”, “빨리 지나가자”며 불만을 토로했다.
서울경찰청은 개천절 연휴 기간 서울 시내에서 열리는 불법 집회를 사전 차단하고, 집회 강행 시 주최자와 참가자를 모두 처벌한다는 방침이다. 서울시도 서울경찰청과 협조해 집회를 원천 차단할 계획이라고 했지만, 법원이 개천절 연휴 집회를 전면 금지한 서울시 결정의 효력을 일부 정지하고 제한적으로 집회를 허용한 것이 변수가 될 것으로 보인다. 재판부는 개천절 연휴인 2~4일 오후 4시부터 6시까지 주최자를 포함해 총 50명 이내에 한정해 집회를 허용하도록 하고, 이를 초과하는 범위의 집회에 대해서는 금지 처분을 유지했다.
한편 전 목사가 담임목사를 맡은 사랑제일교회는 개천절 당일인 3일 야외 예배를 열 예정이다. 서울시는 지난달 27일 국민혁명당과 사랑제일교회를 상대로 별도 집합금지명령을 내린 바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