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김정은 노동당 총비서 겸 국무위원장의 복심으로 부상한 조용원 당중앙위원회 비서가 당 고위 간부들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주요 계획 지표들을 한심하게 설정한 데 책임이 있는” 간부들을 질책하는 한편, “총비서의 사상에 대한 반당적, 반인민적행위”라며 몰아붙였다.
한동안 잠잠했던 북한에 향후 숙청의 칼바람이 불 것이라는 예측과 함께 조용원 당 비서가 당조직 차원에서 당 대회 결정사항 관철을 위한 정비 작업을 총괄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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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비서는 이 자리에서 “나타난 결함은 일꾼들이 극도의 소극성과 보신주의에 사로잡혀 당대회의 결정도, 인민들 앞에 한 서약도 서슴없이 저버리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있다”며 “이는 절대로 묵과할 수 없는 총비서 동지의 사상과 의도를 반대해 나선 반당적, 반인민적행위로 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는 “경공업부문에서 인민소비품 생산계획을 전반적으로 낮춰놓은 문제, 건설부문에서 당중앙이 수도시민들과 약속한 올해 1만 세대 살림집 건설 목표를 감히 낮춰놓은 문제, 전력공업부문에서 경제건설과 인민생활의 절실한 요구를 외면하고 전력생산계획을 인위적으로 떨궈 놓은 문제, 수산부문에서 어로활동을 적극화해 인민들에게 물고기를 보내줄 잡도리도 하지 않은 문제” 등을 세세하게 꼬집으며 개선할 점을 구체적으로 나열했다.
김 총비서의 최측근인 조 비서가 강도 높게 간부들을 다그친 반면 다른 토론자들의 발언 수위는 그다지 높지 않았다.
우상철 중앙검찰소장은 이날 회의에서 “법일꾼들이 패배주의에 빠져 당의 경제정책집행을 태공하는 현상에 동조하거나 타협, 양보하는 현상을 철저히 배격하고 당의 경제정책의 견결한 옹호자, 철저한 수호자답게 투쟁의 도수를 높이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김덕훈 내각총리는 “내각은 당 제8차 대회가 제시한 국가적인 자력갱생, 계획적인 자력갱생, 과학적인 자력갱생의 요구에 맞게 인민경제 모든 부문, 모든 단위에서 설비, 자재의 국산화를 적극 추진하도록 하며 금속, 화학공업부문에 힘을 집중해 철강재와 화학제품들을 충분히 생산보장할 수 있는 토대를 축성하겠다”고 했다.
전문가들은 당 중앙위 비서인 조용원이 토론자로 나선 것에 주목하고 있다.
양무진 북한 대학원 대학교 교수는 “조용원의 역할이 당대회 결정사항 관철을 당차원에서 진두지휘하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며 “조직비서로서 당과 내각을 연결하고 당대회 관철을 위한 당조직 차원의 정비 작업을 총괄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고 예측했다.
한편 조용원 비서는 간부와 당원, 주민의 조직 생활을 통제하는 조직지도부에서 말단 지도원으로 일을 시작해 2012년 4월 ‘김일성 훈장’을 받으며 이름을 알렸다. 2014년에는 부부장으로 승진, 김 위원장의 현지 시찰 때마다 그림자처럼 수행해 ‘문고리 권력’이라는 말이 돌았다.
2018년 이후에는 북미·남북 정상회담 등에서 김 위원장의 일거수일투족을 챙겼다. 탈북 외교관 출신인 태영호 국민의힘 의원은 2017년 한 간담회에서 조용원에 대해 “북한을 실제로 조종하는 실세”라고 평하기도 했다. 특히 올초 당 대회 인선에서는 노동당 3대 핵심기구 요직을 꿰차면서 북한 권력 실세이자 김정은 위원장의 복심임을 증명했다.
북한 간부들은 토론을 끝낸 뒤 각 부문별로 협의회를 열고 전원회의 결정서 초안 작성에 돌입했다. 설 연휴 기간 동안 부문별 협의회 및 결정서 채택 등을 거쳐 전원회의를 폐막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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