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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욕=이데일리 김정남 특파원] 미국 전기차업체 테슬라가 비트코인에 15억달러(약 1조7000억원)를 투자했다. 테슬라가 생산하는 모델Y 같은 전기차를 화폐 대신 비트코인을 받고 팔겠다는 계획까지 전했다. 테슬라의 한마디에 비트코인 가격은 곧바로 사상 최고치를 경신했다. 시장을 뒤흔드는 일론 머스크의 힘이 다시 한번 나타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테슬라, 15억달러 상당 비트코인 매입
8일(현지시간) 테슬라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제출한 자료를 보면, 테슬라는 “현금 수익을 낼 수 있는 곳을 더욱 다양화하고 수익을 극대화할 수 있도록 하기 위해 비트코인을 매입했다”며 15억달러 규모의 투자 사실을 확인했다. 테슬라는 “향후 자산의 일부를 디지털 자산에 더 투자할 수 있다”고 했다. 테슬라를 이끄는 일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는 가상자산 옹호론자로 잘 알려져 있다.
테슬라는 또 자사가 생산하는 전기차를 비트코인으로 구매할 수 있도록 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테슬라가 비트코인을 실제 결제 수단으로 허용할 경우 가상자산을 통해 자동차를 판매하는 첫 자동차 제조업체가 될 것으로 보인다. 유명 제조 대기업으로서는 테슬라가 사실상 처음이다. 댄 아이브스 웨드부시증권 애널리스트는 “전세계 다른 기업들에 미칠 파급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테슬라에 앞서 피델리티, 스퀘어, 페이팔 같은 일부 금융·결제 관련 업체들은 디지털 통화를 받아들이는 정책을 폈다.
테슬라의 한마디에 비트코인은 곧바로 사상 최고가를 찍었다. 코인베이스 등에 따르면 비트코인 가격은 오후 4시20분(미국 동부시간 기준) 1개당 4만4200.01달러에 거래되고 있다. 최근 24시간 기준 14.45% 급등한 수치다. 역대 가장 높은 수준이다. 가상자산의 시가총액 2위인 이더리움 역시 현재 8% 이상 오르고 있다. 덩달아 테슬라 주가까지 올랐다. 테슬라 주가는 전거래일 대비 1.31% 오른 주당 863.42달러에 마감했다.
머스크 한마디에 비트코인 사상 최고가
다만 테슬라의 파격 행보를 둘러싼 의구심 역시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야후 파이낸스는 “비트코인을 자동차 결제 대금으로 인정해 미국 달러화를 대체하려 한다면 규제당국이 이를 주시할 수 있다”고 전했다.
등락 폭이 상대적으로 큰 비트코인의 가치에 따라 테슬라의 기업가치가 흔들릴 수 있다는 점은 또다른 변수다. TD아메리트레이드의 JJ 키나한 최고시장전략가는 “테슬라의 뛰어난 배터리 기술 때문에 오랜기간 기술기업으로 여겨 왔다”며 “그러나 이제는 테슬라를 알아내는데 시간이 걸릴 것 같다”고 했다. 비트코인 가격이 떨어지면 테슬라 주가가 하락 압력이 있는 것인지, 테슬라 주가를 자동차 생산량 전망에만 의존해도 되는 것인지, 테슬라는 스퀘어 혹은 페이팔과 같은 신생 결제회사의 성격도 갖고 있는 것인지 등 새로운 이슈들이 불거지고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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