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發 온택트시대, 데이터 사용 늘었는데 통신비 왜 줄었을까

2분기 월평균 통신서비스 지출 11만3904원
전년동기 11만6033원보다 1.8%(2129원)↓
데이터 사용 늘었지만 요금 할인으로 부담 감소
이통사 경쟁으로 5만원대 5G무제한 요금제도 등장
  • 등록 2020-09-17 오전 6:36:11

    수정 2020-09-17 오전 6:36:11

이미지투데이 제공
[세종=이데일리 이명철 기자] 전국민 통신비 2만원 지원을 두고 논란이 거세다. 정부와 여당은 코로나19 사태에서 비대면 수요가 늘어난 만큼 국민들의 통신비 부담을 덜어줄 필요가 있다는 입장이다. 그렇다면 정말 코로나19로 인해 가계의 통신비 부담이 커졌을까? 결론부터 얘기하자면 코로나19 사태 이후 데이터 사용량이 증가한 것은 사실이지만 가계의 통신비 부담은 오히려 줄었다. 데이터 사용은 늘었는데 통신비 부담은 줄어든 아이러니한 상황이 어떻게 벌어졌을까?

2분기 가계 소비지출 통신비 비중 4%도 안돼

홍남기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은 지난 10일 브리핑에서 통신비 지원 방안과 관련해 “코로나 위기 사태로 대면보다는 비대면 활동이 커져 대부분 국민들이 통신비 부담을 지게 돼 지급하는 것”이라며 “가계 부담을 덜어주는 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하지만 정작 통신비 관련 소비 지출은 감소세인 것으로 나타났다. 15일 통계청의 가계동향 조사(2인 이상 가구)를 보면 올해 2분기 월평균 통신서비스 지출은 11만3904원으로 전년동기(11만6033원)보다 오히려 1.8%(2129원) 줄었다.

2분기 월평균 가계 소비지출은 291만2000원으로 같은기간 2.7% 증가했다. 소비지출에서 통신서비스가 차지하는 비중은 4.1%에서 3.9%로 0.2%포인트 낮아졌다. 통신비가 가계에 미치는 부담이 점차 줄고 있다는 의미다.

통신비 물가지수도 하락하고 있다. 통계청의 소비자물가동향에 따르면 8월 휴대전화료 가격지수(93.58)는 전년동월대비 1.2% 내려 2017년 10월부터 30개월 연속 하락세를 유지했다.

통신비 부담이 감소한 것은 휴대전화를 구입할 때 공시 지원금 대신 매월 요금을 할인 받는 선택약정 제도의 할인폭이 2017년 9월 20%에서 25%로 커진 영향이 크다. 통계청 물가동향과 관계자는 “통신사들이 지난 2017년 9월 25% 선택약정을 시행한 후 해당 제도를 신청하는 고객이 늘어나면서 통신비는 지속해서 낮아지는 추세”라고 설명했다.

“무제한 요금제가 있으니까” 데이터 사용 급증

코로나19로 외출을 자제하면서 휴대전화 데이터 사용량이 늘어난 것은 사실이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에 따르면 올해 7월 무선데이터 트래픽은 68만7348TB(테라바이트)로 전년동월대비 29.2%(15만5415TB)나 증가했다.

다만 지난해 4월 개통한 대용량의 5세대 이동통신(5G) 서비스를 감안할 필요가 있다. 5G 무선데이터 트래픽은 지난해 7월 4만4951TB에서 올 7월 16만9898TB로 4배 가량(12만4947TB) 급증했다. 1년간 전체 무선데이터 트래픽 증가세에 5G가 큰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 것이다.

통신비 부담이 얼마나 늘었는지를 보려면 이통사의 매출액 추이를 통해서도 가늠할 수 있는데 뚜렷한 증가세는 없는 편이다.

이동전화 점유율 1위(47.2%)인 SK텔레콤(017670)의 반기보고서를 보면 올해 상반기 무선통신매출(음성통화·무선데이터 서비스)은 4조9705억으로 전년동기대비 2.5%(1220억) 늘었다.

같은기간 SK텔레콤의 이동전화 가입자수는 4.6%(123만2000명) 증가한 2893만2000명이다. 가입자수가 늘어나는 만큼 매출 증가율이 따라가지 않고 있는 상황이다. 오히려 가입자당 평균 무선통신매출은 17만5400원에서 17만1700원으로 줄었다.

데이터 사용이 급증하고 가입자가 늘었음에도 이통사 매출 성장세가 낮은 이유는 데이터 무제한 같은 다양한 요금제 도입의 영향이다. 이통사간 경쟁이 심화하면서 5만원대 데이터 무제한 요금제가 등장하는 등 요금 자체도 낮아지는 추세다.

고기·채소가격 상승세에 식료품 지출 ‘껑충’

통신비보다 가계에서 가장 큰 부담을 차지하는 항목은 무엇일까. 2분기 가계동향을 보면 식료품·비주류음료의 월평균 소비지출은 45만4000원으로 가장 많은 15.6%를 차지했다. 지난해 2분기와 비교해 20.1%(7만6000원)나 늘었다.

음식·숙박(38만8000원)과 교통(38만4000원) 비중도 각각 13.3%, 13.2%다. 반면 통신서비스와 우편서비스·통신장비(단말기 할부 등)를 다 포함한 통신 항목 비중은 5.3%에서 5.0%로 낮아졌다.

소비자물가지수에서도 통신 항목은 전년동월대비 0.4% 감소했고 식료품·비주류음료는 6.6% 증가했다. 장마철 집중호우와 태풍이 겹치면서 채소·과일 등의 가격이 크게 오른 영향이라는 게 통계청 분석이다.

코로나19로 집안에 거주하는 사람들이 늘면서 돼지고기 등 육류의 수요가 늘어난 점도 영향을 미쳤다. 코로나 국면에서 통신비 부담보다는 장바구니 걱정이 더 커졌다는 이야기다.

통신비 지원에 따라 줄어드는 가계비를 식료품 구매 등에 사용할 수 있겠지만 굳이 행정력을 낭비하면서까지 지급해야 한다는 정부 입장은 설득력이 낮다는 지적이다. 기재부에 따르면 통신비 지급 예산 규모는 9300억원이다. 이를 지원하기 위한 임시센터 운영에만 9억5000만원을 투입한다.

김상봉 한성대 경제학과 교수는 “전국민 백신 접종을 지원하자는 대안도 있지만 백신 관련 예산은 이미 준비된 상태”라며 “차라리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로 경영난을 겪는 중소기업과 영세 자영업자들에 대한 지원을 더 두텁게 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소비지출 구성비율. 통계청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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