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현의 IT세상]스마트기기 연결이 중요한 까닭

김지현 IT 칼럼니스트
  • 등록 2020-08-27 오전 6:30:00

    수정 2020-08-27 오전 6:30:00

커피전문점 스타벅스에 가면 수많은 디스플레이가 있다. 우선 모든 개인의 손에는 4인치 화면이 쥐어져 있다. 앉아 있는 사람들은 10인치 넘는 태블릿이나 노트북을 쳐다 본다. 매장의 천정을 둘러봐도 곳곳에 메뉴와 제품을 홍보하는 디스플레이로 넘쳐난다. 아침에 눈을 뜨고 출근을 하고 커피전문점에 들리는 과정에서 우리가 마주하는 디스플레이는 그야말로 수십개에 달한다. 엘리베이터, 버스와 지하철, 거리 곳곳, 대형 건물의 옥상에 걸려 있는 디지털 사이니지(Digital Signage, 야외용 디지털 디스플레이)까지, 수많은 스크린이 우리 눈을 사로잡는다.

집이나 사무실도 마찬가지다. 스마트폰, 태블릿이 등장한 이후 우리 책상 위에는 여러 개의 디스플레이가 펼쳐진 풍경이 일상이 됐다. 2000년대만 해도 컴퓨터 모니터 한 대 정도가 책상 위에 있을 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모니터와 스마트폰 화면은 기본이고, 노트북과 태블릿까지 개인이 사용하는 디스플레이가 3개가 훌쩍 넘는다. 필자는 컴퓨터에 모니터를 2대 연결해서 사용하고 노트북과 태블릿 그리고 디스플레이가 탑재된 스마트 스피커를 함께 사용하고 있어, 책상 위에는 무려 5개가 훌쩍 넘는 디스플레이에 둘러싸여 있다.

그런데 이들 디스플레이는 각자 다른 운영체제와 서로 다른 환경에서 작동된다. 즉, 컴퓨터에 연결된 두 대의 모니터를 제외하고 나머지 디스플레이들은 물리적으로는 물론 논리적으로도 단절되어 있다. 그렇다 보니 컴퓨터에 연결된 마우스나 키보드를 이용해 태블릿을 조작하거나 노트북을 사용할 수 없다. 각각의 디스플레이는 각각의 입력장치가 따로 구분돼 있다. 기기들은 서로 연동돼 작동하지 않는다. 즉, 내 앞에 놓인 디스플레이들은 각각 서로 다른 소스를 통해 출력된다. 기기들은 서로 연결된 방식으로 이용하는 것이 불가능하다. 그나마 넷플릭스나 드롭박스, 에버노트처럼 클라우드를 통해 제공하는 서비스가 각각의 다른 장치에서도 같은 콘텐츠를 연동해 사용할 수 있는 정도가 서로 다른 기기 간의 연결 사례이다.

이들 기기를 서로 분리하지 않고 상호 연계를 해서 동작한다면 얼마나 편리할까. 컴퓨터에서 보던 PDF 문서를 태블릿으로 옮겨서 보고, 스마트폰에서 사용했던 내비게이션 애플리케이션 ‘티맵’의 이동 경로를 노트북의 큰 화면으로 다시 보고, 태블릿에서 재생하던 음악 파일을 스마트 스피커로 보내어 출력할 수 있다면 훨씬 자유롭게 각각의 기기를 연동해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다.

자동차 디스플레이에서 ‘애플 카플레이’, ‘안드로이드 오토’는 그런 편리함을 일부 보여준 경우다. 이 프로그램을 이용해 스마트폰 화면을 자동차에 미러링하면 차량의 커다란 디스플레이를 통해서 스마트폰의 내비게이션 프로그램을 사용할 수 있다. 차량의 디스플레이를 자동차에서 제공되는 내비게이션과 오디오 기능만으로 사용하는 것은 사지를 꽁꽁 묶어 놓고 놀라고 하는 것이나 다를 바 없다. 미러링을 이용하면 스마트폰의 내비게이션 앱을 차량의 커다란 디스플레이로 옮겨 볼 수 있다. 예를 들어 차량 디스플레이로 티맵을 띄워서 큰 화면으로 경로를 안내받고, 스마트폰에선 캘린더앱을 실행해 개인 일정을 확인할 수도 있다. 유튜브와 멜론, 플로 등 다양한 엔터테인먼트 서비스를 작은 스마트폰이 아닌 커다란 차량 디스플레이와 스피커로 즐기는 것도 가능하다.

이렇게 자동차와 스마트폰의 조합이 아닌 노트북, 태블릿, 스마트폰, TV 등을 상호 연동해서 사용할 수 있도록 만들어 놓은 프로그램도 일부 있다. 애플은 ‘사이드카’, 구글은 ‘크롬캐스트’, 삼성은 ‘스마트뷰’는 이런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들 기능을 이용하면 다른 기기의 디스플레이를 하나의 소스를 통해서 이용할 수 있다. 애플의 사이드카를 이용하면 맥북이나 아이맥에 아이패드를 연결해서 맥에 연결한 키보드와 마우스를 이용해서 아이패드 디스플레이를 세컨드 디스플레이(second display)로 이용할 수 있다. 구글의 크롬캐스트를 TV의 HDMI 단자에 꽂아두면 스마트폰에서 실행한 유튜브나 넷플릭스 화면을 커다른 TV 화면으로 전송해서 콘텐츠를 시청할 수 있다. 삼성의 스마트뷰는 삼성 TV와 냉장고의 디스플레이를 연결해서 TV 화면을 미러링해서 냉장고 디스플레이에서 보는 게 가능해진다. 냉장고에서 TV 채널을 바꾸거나 볼륨 조절을 하는 것도 된다. 이들 기능은 유선이 아닌 무선으로 스마트폰과 컴퓨터 그리고 TV, 태블릿, 냉장고 등을 연결해서 기기 간에 입출력을 자유롭게 선택해가며 보다 유용하게 하드웨어를 이용할 수 있도록 해준다.

점차 늘어나는 디지털 기기들을 파편화하지 않고 유기적으로 연동해 사용하려면 하드웨어를 만드는 제조사가 기기를 조작하고 관리할 수 있는 기능을 외부에 공개해야 한다. 휴대폰이 스마트폰으로 거듭나면서 다양한 앱이 탑재되고 스마트폰을 다양한 용도로 사용할 수 있게 된 것은 열린 생태계 덕분이다. TV, 냉장고, 스마트 스피커, 로봇청소기, 에어콘 그리고 자동차도 기존의 IT 업체들처럼 열린 생태계로 들어와야 한다.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등의 인터넷 서비스가 API를 오픈해서 외부의 서비스와 연동을 강화하고 거대한 플랫폼으로 확장할 수 있었다. 이제는 가전기기와 전자기기의 차례다. 내부의 시스템과 데이터를 오픈하고 디바이스간의 연결을 강화해서 하드웨어의 활용 가치를 극대화할 수 있다.

인터넷에 연결되어 서로 다른 기기가 상호 연동이 되는 기술을 ‘사물 인터넷’이라고 부른다. 앞으로 하드웨어를 만드는 제조사는 사물 인터넷이라는 시대적 변화에서 벗어날 수 없다. 혁신적인 사용자 경험과 비즈니스 가치를 만들어내야 생존하고 성장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제조사들은 열린 생태계에 어떻게 참여할 것인지, 하드웨어의 작동과 제어, 데이터 관련 기술들을 어떻게 외부에 공개하고, 기기 간 상호 연동할 꾀할 것인지를 고민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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