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용산 통개발’ 발표에 불붙은 서울집값…추석연휴 뒤 진정될까

‘9·13→9·21’ 연이은 고강도 부동산대책
숨고르기일 뿐…여전한 서울아파트 인기
“‘판교열풍’ 12년 만에 최고치 찍은 서울
대책 발표 후 시장변화 모니터링 필요해”
  • 등록 2018-09-26 오전 8:00:00

    수정 2018-09-26 오전 8:00:00

[이데일리 박일경 기자] 박원순 서울시장의 ‘여의도-용산 통개발(마스터플랜)’ 프로젝트 발표로 활활 불붙은 서울 집값이 정부의 ‘9·13 주택시장 안정화 대책’을 기점으로 진정될지 추석 연휴 이후 부동산 시장 동향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명절 직전인 21일 국토교통부의 ‘9·21 부동산 공급 계획’까지 겹친 터라 한가위 민족 대이동을 통해 전국적으로 서울 아파트에 대한 국민 선호도가 변했을지 귀추가 주목된다.

26일 추석을 앞둔 9월 3주차 기준 KB부동산 리브온(Liiv ON) ‘매수우위지수’ 집계 결과 전국 지역별로 서울과 광주지역 단 2곳만이 기준치인 100을 넘어서 매수자가 많은, 즉 매도자들이 유리한 시장을 형성한 것으로 파악됐다.

시장참여자인 매도자와 매수자가 바라보는 시장의 심리상태를 나타내는 ‘매수우위지수’는 100보다 높으면 높을수록 ‘팔려는 사람(매도자·공급)’보다 ‘사려는 사람(매수자·수요)’이 많아서 ‘매도자(공급)가 유리’하다는 뜻이다. 반대로 100보다 낮으면 낮을수록 ‘사려는 사람(매수자·수요)’보다 ‘팔려는 사람(매도자·공급)’이 많아서 ‘매수자(수요)가 유리’하다는 의미다. 전국 3800여개 중개업소(월간 4400여개 중개업소)를 조사해 부동산 매수자(수요)와 매도자(공급)의 매매 의향을 파악해 매주 금요일 발표한다.

특히 서울은 다른 지역과 극명하게 대조될 정도로 매수자들이 많은 관심을 갖고 있었다. 서울의 ‘매수우위지수’는 올해 1분기 내내 100 이상을 유지하다가 지난 4월 양도소득세 중과 시행 이래 70대로 급락한 뒤 7월초까지 안정적으로 70대를 유지했다. 하지만 7월초 이후 갑자기 지수가 상승세로 방향을 전환하면서 7월말에는 기준선 100을 돌파해 가파르게 올랐다.

7월초 매수자들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계기가 있었는데, 하나는 7월 6일 있은 기획재정부의 종합부동산세 개편안 발표고 다른 하나는 7월 10일 서울특별시의 여의도 및 용산 통개발 발표였다는 게 KB국민은행의 분석이다.

이달 초 매수우위지수, 서울아파트 24% 폭등한 2006년보다 14.2p↑

9월 첫째 주(3일 기준) 서울지역의 ‘매수우위지수’는 171.6으로 2006년 11월 첫째 주(157.4) 이후 12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2006년은 판교신도시 분양 열풍으로 ‘버블세븐’이란 말이 회자되던 시기다. 당시 서울 아파트값은 한해에만 24%가 폭등했다. 9·13 부동산대책이 발표된 직후인 9월 셋째 주(17일 기준) 지수가 123.1로 꺾이긴 했지만 앞으로 지수의 향방(매수자와 매도자의 심리)이 어떻게 될지 시장 추이를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 한국은행 자료를 봐도 서울지역 매매수급동향 지수의 경우 올해 5월 저점(88.2)을 기록한 후 공급우위를 지속하다 8월 들어 수요우위로 급격히 전환했다. 8월 첫 주 98.5이던 서울 매매수급지수는 9월 첫 주엔 114.0으로 한 달 사이에 큰 폭으로 반전됐다. 근래 서울 강북지역에도 높은 수준의 수요우위가 나타나고 있다. 서울은 미분양 주택이 거의 없는데다 수도권의 경우도 미분양은 지난 7월 현재 9000호에 불과하다. 서울·지방간 주택가격 상승률 격차가 확대되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높은 가격상승 기대로 서울지역에 대한 투자수요가 집중되고 있다는 것이 한은의 시각이다.

박원갑 국민은행 WM투자자문부 수석전문위원(부동산학 박사)은 “서울 부동산 시장이 너무 뜨겁다. 이제 막 가을이사철이 시작됐기 때문에 집값이 단기간에 하락하기는 어렵다”면서 “시장이 과열됐을 때 진정되는 과정을 보면 정부 발표 후 단박에 효과가 발생하는 경우는 드물고, 정부의 신호가 계속되고 누적돼야 효과가 생긴다”라고 설명했다. 박 수석전문위원은 “정부대책이 발표되고 추석을 지나면서 상승세가 주춤해질 것이지만 안정세로 정착될지는 추세를 모니터링 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10년 만에 다시 부동산에 쏠리는 1793兆…1년 새 10% 가까이 ‘급증’

이명박 정부에서 본격화한 ‘완화적 통화정책’은 박근혜 정부 때 1%대라는 한국은행 설립 이래 65년 만의 사상 초저금리 기조로 정점을 찍었다. 문재인 정부가 들어선지 1년이 훌쩍 넘어섰지만 한은의 완화적 통화정책 기조는 10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그사이 시중에 풀린 돈은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부동산으로 쏠리고 있다. 서울 등 수도권 주택가격이 높은 상승세를 보이는데다 부동산 부문에 대한 익스포저도 커지고 있는 만큼 주의해야 한다고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한은에 의하면 부동산 익스포저는 작년 말 1792조9000억원으로 전년대비 9.1% 급증했다. 이는 주로 부동산 관련기업에 대한 대출 확대에 기인한다. 개인사업자 대출도 부동산임대업을 중심으로 증가세를 지속하고 있다는 게 한은의 지적이다. 한은 금융통화위원회는 “전반적인 금융상황의 완화 기조가 이어지는 가운데 여타 투자자산에 비해 수익률이 높은 부동산 시장으로 유동성 공급이 지속되고 있다”고 진단했다.

전재유 신한PWM 도곡센터장은 “박원순 시장의 여의도·용산 개발 발언이 집값 재상승의 도화선이 됐다”며 “그동안 규제로 위축됐던 투자수요가 시당국의 개발 움직임에 자극을 받으면서 시장을 자극했다”고 판단했다. 전 센터장은 “부동산대책이 고강도가 아닐 경우 추석 이후에도 현재의 매수심리를 잠재우기는 어려울 것”이라며 “투자 유망지역인 용산을 비롯해 나인원한남의 성공적 임대분양, 한남 뉴타운 개발속도, 유엔사부지 개발, 용산 공원 등 개발호재가 풍부해 이 지역의 주택가격은 지속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예상했다.

추석 연휴 전날까지도 결혼을 앞두고 직장이 가까운 서울로 아파트를 알아봤다는 경기도에 사는 이모(34) 씨는 “중개업소에 문의해도 매물이 없어 전전긍긍”이라며 “정부 대책이 효과를 봐서 과열된 시장이 진정되고 있다는 느낌보다는 집을 사겠다는 사람은 여전히 많은데 매물이 없는 그야말로 ‘부르는 게 값’이라는 생각이 든다”라고 말했다.

박 수석전문위원은 “정부가 이번에 내놓은 30만 가구의 아파트 공급카드는 시장 안정에 다소 도움을 줄 것”이라며 “무엇보다 무주택자들의 불안 심리를 진정시킬 필요가 있는데 ‘기다리면 집을 싸게 장만할 수 있다’는 신호가 가장 효과적”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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