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FC2017]⑤"지금 뒤처지면 끝…규제틀 확 바꿔야산다"

변화무쌍 사업환경서 네거티브 규제로 전환 필수
  • 등록 2017-03-10 오전 6:05:00

    수정 2017-03-10 오전 6:05:00

[이데일리 장순원 기자] .정부는 지난달 말 대표적 핀테크(금융과 IT기술의 결합) 분야인 P2P대출(온라인 상 개인 간 대출) 분야의 투자 한도를 업체당 연간 1000만원으로 확정했다. 업계에선 불완전판매 근절을 위한 최소한의 감독만 필요하다며 반발했지만 금융당국은 투자자보호라는 명분을 대며 원안을 고수했다. 시장에서는 지나친 규제 탓에 P2P 산업이 자리 잡기도 전에 고사하는 게 아니냐는 우려를 제기하고 있다.

. 국내 최초 인터넷전문은행인 케이뱅크는 당분간 기업대출을 할 계획이 없다. 인터넷은행의 사업모델은 비대면이 핵심인데 가계대출과 달리 금액이 큰 기업대출을 위해선 현장실사가 필수적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업여신을 비대면으로 어떻게 처리할 것인지에 대해 금융당국에선 가이드라인을 제시하지 않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도래라는 변화의 물결속에서 국내 금융산업의 변화를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물은 바로 당국의 무분별한 규제라는 지적이 나온다. 빅데이터, 인공지능, 로봇, 사물인터넷 같은 첨단 IT(정보기술)를 융합해 이전과는 전혀 다른 서비스와 상품이 등장하는 4차 산업혁명 시대가 도래했지만 국내 금융산업은 ‘허용되는 것 빼고는 모두 안되는’ 규제의 덫에 걸려 뒤쳐지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 금융산업에서 JP모건, 씨티은행 등의 글로벌 은행들은 자신들을 IT 기업이라 자처하면서 다양한 사업모델을 만들어내고 있다. 중국도 핀테크 분야에서 규제를 과감하게 걷어내면서 알리바바나 텐센트, 바이두 같은 인터넷 기업들이 핀테크 생태계를 주도하는 모습이다.

반면 관치금융에서 벗어나지 못한 국내 금융산업은 여전히 규제 일변도의 법규에 발목이 자혀 있다. 금융소비자의 권익과 편의를 위해 최소한의 장치는 필요하지만 새로운 사업 하나 하려면 정부 의 여러 부처를 찾아다니며 유권해석을 받고 가이드라인을 만들다 보면 타이밍을 놓치는 경우가 많다는 지적이 나온다.

해외에서 핀테크 신산업으로 부상하고 있는 P2P 대출 서비스가 국내에선 대부업으로 규제를 받는 게 대표적인 사례다. 정부의 그물규제를 피해도 국회나 현장의 규제 망이 촘촘하게 가동 중이다. 4차산업혁명을 주도할 것이란 기대를 한몸에 받았던 인터넷전문은행도 은산분리(산업자본의 은행 지분 소유 제한) 규제에 걸려 ‘반쪽짜리’ 로 출범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금융권에 활력을 불어넣고 첨단 기술을 접목하려면 IT기업이 주도적으로 나서야 하지만, 규제에 발목이 잡혀 출범 전부처 제약이 많다는 얘기다.

특히 우리나라의 규제시스템은 기본적으로 포지티브(positive, 열거주의) 방식을 취하고 있다. 변화무쌍하고 불확실성이 높은 사업환경에서 제도적 유연성이 떨어진다. 핀테크 사업을 하려 해도 정보통신망법, 전자상거래법은 물론 자본시장법이나 개인정보 규제 등 이런 저런 규제의 사슬에 묶여 진척이 어렵다.

이 때문에 금융규제 방식도 포지티브 방식에서 네거티브 방식으로 대전환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다. 안 되는 것 빼고 다 할 수 있게 장을 마련해야 창의적인 아이디어가 사업으로 연결되고 IT와 금융간 융복합에도 속도가 붙을 것이란 얘기다.

손상호 금융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선진국의 규제문화는 일단 한번 해본 뒤 문제가 생기면 개입하는 데 반해 우리는 새로운 것은 일단 막고 보는 규제 마인드와 관행이 깊이 뿌리 박혔다”면서 “하루아침에 바꿀 수는 없다고 해도 네거티브 시스템으로 과감하게 움직여야 급변하는 시기에 뒤처지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데일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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