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데일리 이정훈 기자] 지난 10년간 단 한 차례도 오르지 않았던 미국내 일부 주(州)의 휘발유에 대한 세금이 인상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경기가 살아나고 국제유가가 반등하고 있는 등 우호적인 환경이 조성됐다는 판단하에 현재 21개주 정도가 세금 인상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8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미국내 21개주 의회가 연내에 휘발유세(稅) 인상을 위한 입법 작업을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미국내 초당파적 씽크탱크인 과세 및 경제정책연구소의 칼 데이비스 리서치담당 이사는 이같은 사실을 확인한 뒤 “휘발유값이 너무 낮은데다 노후한 도로를 보수하기 위한 세수를 확보해야할 필요성이 커지자 이같은 증세를 검토하는 주가 늘어나고 있다”고 말했다.
미국내에서는 최근 10년간 휘발유세가 전혀 인상되지 않았고 심지어 일부 주의 경우 거의 20~30년씩 세금을 올리지 않았다. 데이비스 이사는 “인플레이션 우려로 인해 그동안 세금을 인상하지 못했지만 이제는 세금을 현실화할 필요가 커지고 있다”고 설명했다. 특히 지난 대통령선거에서 도널드 트럼프에게 압도적인 지지를 보냈던 알래스카와 오클라호마, 미시시피, 사우스캐롤라이나, 테네시주 등 정치적으로 보수적 성향이 강해 대대로 세금 인상에 부정적인 시각을 보였던 주들마저 세금 인상을 논의하고 있는 상황이라는 것.
이 가운데 알래스카는 47년간 휘발유세를 인상하지 않아 미국내에서 가장 휘발유세율이 낮은 주로 알려져 있다. 현 빌 워커 알래스카 주지사는 자신의 임기내에 휘발유세를 3배까지 인상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다. 오클라호마주 역시 낮은 휘발유세와 휘발유값으로 인해 2018회계연도에 8억7000만달러의 세수 부족이 있을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공화당 소속인 메리 폴린 오클라호마 주지사는 최근 “휘발유와 경유에 각각 붙는 갤런당 7센트, 10센트씩의 세금을 갤런당 25센트까지 높이겠다”고 제안하기도 했다.
사실 휘발유세 인상 논의는 지난 2012년부터 시작됐다. 그 때부터 민주당측 주지사들이 집권했던 메릴랜드와 매사추세츠, 버몬트, 뉴저지 등 19개주가 이미 휘발유세를 인상했고 공화당에 속했던 와이오밍주가 2013년에, 아이다호, 네브라스카주도 2015년에 각각 세금을 인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