워런 버핏(84) 버크셔 해서웨이 회장은 2일(현지시간) 네브래스카주 오마하에서 열린 연례 주주총회에서 오랫동안 고수해 온 가치투자의 원칙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올해는 버핏 회장이 취임한 지 50주년이 되는 해로, 미국 전역은 물론 전세계 각국에서 사상 최대인원인 4만여명이 몰렸다.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MS) 기술고문과 지니 로메티 IBM 최고경영자(CEO), 매트 로스 벌링턴 노던 산타페(BNSF) 회장 겸 CEO 등도 참석했다.
전날 깜짝 실적을 발표한 터라 주주들의 분위기는 대체로 좋은 편이었다. 버크셔의 지난 1분기 순이익은 철도 및 보험사업 실적 개선에 힘입어 10% 가까이 뛰어올랐다.
총 다섯시간 동안 진행된 질의·응답(Q&A) 시간에 버핏 회장과 찰리 멍거 부회장은 장기적인 가치 투자에 대한 신념을 거듭 나타냈다. 오랫동안 실적 부진을 겪고 있는 IBM 투자 회수 질문에 멍거 부회장은 이에 대해 “버크셔는 일시적으로 역행하는 많은 기업들을 보유하고 있다”며 크게 개의치 않는다는 입장을 보였다. 버핏 회장도 “현재 가진 주식에 관해 이야기하는 것은 관심이 없다”고 거들었다.
다만 올해는 예년에 비해 험난한 질문이 많았던 것으로 평가됐다. 버크셔가 미국 내 금융시장 상황을 불안하게 만들 상황에 직면할 것인지, 지나치게 큰 규모로 인해 SIFI(주요 감독대상 금융사)가 될 수 있는지 여부에 대해 버핏 회장은 “우리는 시스템에 충분히 안전장치를 갖추고 있다”며 “고려할 만한 가치가 없다”며 일축했다.
버핏 회장이 손잡은 3G캐피털의 경영 방식과 버크셔 자회사인 주택건설업체 클레이튼 홈즈에 대한 비판도 있었다. 그러나 버핏 회장은 3G캐피털과의 파트너십이 성공적이라면서 만족스러움을 표현했으며, 최근 시애틀 타임스가 기사화한 클레이튼 홈즈의 고객 기만 문제에 대해서는 윤리적인 기업이라면서 해당 신문이 수치를 혼동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최근 부각되고 있는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싼 소득 불평등 문제에 대해 버핏 회장은 미국의 소득 불평등 문제가 비정상적인 수준이라면서도 최저임금 인상이 가장 좋은 해결책은 아니라고 밝혔다. 그는 “최저임금 인상에 맞설 어떤 견해를 갖고있지는 않지만, 그것이 왜곡 없이 충분한 방법으로 가능할 것으로 생각지 않는다. 많은 일자리가 그에 따른 비용이 된다”고 설명했다.
한편 버핏 회장은 미국과 유럽, 중국 경제에 대한 견해도 밝혔다. 미국 경제에 대해서는 결국 급격한 인플레이션이 유발될 수 밖에 없음을 시사했으나 달러는 50년 동안 기축통화 지위를 유지할 것으로 내다봤다. 유로화 체제와 관련해서는 명백한 결점이 있으며 이를 바로잡아야 살아남을 수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 중국 경제는 한동안 매우 좋을 것으로 보이지만, 증시는 지난 몇달간 시가총액이 거의 두 배 가량 급등했다면서 투기적인 경향이 있을 수 있다고 경고했다.